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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ㆍ밀양 화재 참사 빌미 황당 세미나… ‘뒷말 무성’

알루미늄 창호 업체 “유독 가스 사망 요인 커” 규제 요구
업계 간 다툼에 고성까지… 화재전문가들 “어처구니 없어”

최영 기자 | 입력 : 2018/02/13 [00:58]

▲ 12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건축물 방화성능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 공병선 기자

 

[FPN 최영 기자] =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를 놓고 아무런 연관성 없는 황당한 규제를 요구하는 세미나가 열리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 40명이 넘게 숨진 밀양 참사의 본질과는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켠에선 국민들을 울린 화재 참사를 빌미로 특정 산업계가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축물 방화성능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지는 화재사고의 안전 사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처럼 주제를 내걸고선 사고 본질과는 동떨어진 황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황희 의원, 정종섭 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에는 건축법을 소관하는 국토교통부 남영우 건축정책과장도 참석했다.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참석한 두 명의 전문가는 건축물 창호의 화재안전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일본과 독일은 외장재 규제를 다 하고 있지만 창호를 제외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PVC창문이 다른 나라 것보다 잘 타거나 특별하다면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성능적 의미가 없고 외국 규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세미나에 참석한 발표자와 참석자들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 공병선 기자


특히 이 교수는 “성능기준 상향을 요구하려면 창호로 인한 화재 확대 사례나 통계, 가연성 재료의 창호 화재위험성에 대한 공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하는 기준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권인구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창호와 관련된 자재를 명시적으로 불연자재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포함돼 있다”며 “독일에서는 건축물에 적용되는 창호의 화재안전 최소 요구 조건을 건물 등급에 상관없이 최소한 난연등급 자재가 사용되도록 하고 있고 이는 전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기에 국내에서도 면밀한 연구를 통한 제한적 검토는 필요할 듯하다”고 했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알루미늄 창호 업체인 (주)알루코 박상우 부사장은 화재 안전을 위해 PVC창호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 시 PVC 창호가 유독가스를 발생해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연평균 2,1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화재에서는 유독가스 질식이 인명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PVC 프레임 소재는 화재발생 시 유독가스를 발생하는데 인체에 치명적인 시안화수소와 염화수소를 다량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알루코 박상우 부사장이 유독가스가 발생되는 PVC 창호를 규제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공병선 기자


이어 그는 제천과 밀양 화재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박 부사장은 이 두 화재가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컸다면서 “PVC창호를 통한 화재 확산과 유독가스로 사상자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사)한국바이닐환경협회 송정근 대외협력팀장은 “말도 안된다”며 반박했다. 송정근 팀장은 “PVC창호 업계가 볼 때 참담한 화재 사고를 빌미로 알루미늄 업계의 시장 확대를 노리는 부분이라 유감스럽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PVC창호 규제 사례가 없고 우수성이 입증돼 사용이 확대되는 자재를 놓고 규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 (사)한국바이닐환경협회 송정근 대외협력팀장이 PVC창호 규제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공병선 기자


그러면서 “PVC창호는 발화나 화재의 확산 원인도 아니다”며 “일부 업체 주장에 의거해 규제되면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 정책이 상실되고 나아가 알루미늄 창호 독점,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 문제가 발생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검토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알루코 박상우 부사장은 “중요한 건 인명 피해다. 유독가스가 발생되고 골든타임이 고려돼야 한다”며 “화염과 화재로 인한 화상이 아닌 사상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건축물 창호가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를 불러온다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자신을 건축법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라고 소개한 한 참관인은 “건축법에선 외장재를 불연재로 쓰도록 돼 있다”면서 발표자들이 설명한 일본 규제를 놓고 “일본에는 가봤냐”며 엉터리라는 식의 막말까지 쏟아냈다.

 

▲ 본인을 건축법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라고 소개한 참석자가 세미나 발표자들이 제시한 의견을 놓고 해외에 가보기나 했나라며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병선 기자

 

또 창호 규제를 주장한 ㈜알루코 회장은 객석에서 신분을 먼저 밝히지도 않고 “발표자와 좌장이 모두 한 편”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세미나 좌장을 맡은 가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민세홍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병선 기자

 

그러자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던 가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민세홍 교수는 “토론 문화가 성숙되지 못해 말을 자르고 그러는데, 가능한 한 존중하는 대화가 돼야 한다”며 제재하기도 했다.

 

▲ 발표자들의 발표 이후 모두가 같은 편이라는 식의 고함을 질렀던 참석자는 뒤늦게 (주)알루코 측 회장임 밝히며 일방적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 공병선 기자


이어 발표자로 나섰던 서울시립대 이영주 교수는 “일본과 독일법에 외장재 규제를 다 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창호를 제외하고 있다”며 “거꾸로 화재 발생 시 창호가 과연 위험할까. 유독성으로 제어한다면 가장 먼저 (규제)할 게 창호인가. 내장 단열재부터 시작해 냉장고나 TV 등 모두를 얘기해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해 창호가 특별히 문제가 있다, 없다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간 다툼이 이어지는 세미나를 지켜보다 못한 한 참석자는 “이 자리가 업체들 홍보를 위한 자리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안타까운 화재 참사를 핑계 삼아 사고 피해를 억지로 연관시켜 이윤을 챙기려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창호 규제 문제는 1부 세션 종료 후 이어진 2부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건축물 가연성 외장재 사용 현황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2부의 토론자로 나선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1부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겠다”면서 “불연재에 투자를 하면 당연히 화재안전에 좋겠지만 중요한 건 투자 가치가 있냐는 것인데, 창호 규제가 전체 화재 안전 측면에서 유의미한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놨다.

 

▲ 2부 세션 토론자였던 숭실사이버대학교 박재성 교수가 1부 세션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공병선 기자


또 “가슴 아픈 제천 화재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중요한 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창호 문제는) 제천 화재와 밀양 화재의 본질에서 벗어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물 화재에서는 창호 연소 전 건물 내 가구라던가 수납물 연소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고 제천 화재는 창하고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고 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훨씬 많다”면서 “과연 제천이나 밀양 화재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한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축물 가연성 외장재 사용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건축물 패널구조 외벽 마감재의 화재 위험성(채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임연구원) ▲건축물 가연성 외장재 사용 현황 및 법제도 개선방안(이재문 가천대학교 화재소방과학연구센터 실장) 등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지만 황당한 1부 토론으로 인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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