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논란 속 소방공무원 복제 개선사업, 무슨 일이?

9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소방 복제, 어디까지 왔나
긍정 vs 부정, 개선 방향 놓고 일선 직원 온도 차
소방 상징하는 주황색 제복… 소방청 “폐지 불가”
소방청 “소통 부재가 원인, 앞으론 모든 정보 공개”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8/03/26 [10:02]

▲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복제개선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FPN 신희섭 기자] = 소방공무원이 착용하는 복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전면 바뀐다. 지난 2009년 복제 개선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소방청은 지난해부터 복제 개선사업을 추진했고 연구용역이 그 첫 단추였다. 용역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주)지구와 함께 1억4,100만원의 예산으로 지난해 2월 14일부터 12월 11일까지 300일간 연구를 수행했다. 소방복제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활동성, 착용성 등에 초점을 뒀다. 사실 복제개선은 2015년부터 불거져 온 국정감사 지적사항과 현장 대원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복제개선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시선이 따갑다. 선호도 조사에서 다수의 직원이 선택한 디자인이 연구용역 최종결과보고서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또 활동복을 기동복으로 통합하면서 별도로 기동셔츠를 신설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이 설정되자 자신들의 의견이 개선사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소방청은 개선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며 연구용역 결과물도 복제개선 사업의 최종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직원도 많기 때문에 현장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복제 개선사업, 어디까지 왔나

 

소방청이 추진하는 소방복제 개선사업의 목적은 제복다운 제복을 만드는 것이다. 현행 복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실에 제출한 복제개선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수행기관은 복종 별로 5가지의 디자인을 먼저 제시했다. 이후 소방공무원 1만5,7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복종 별로 선호도가 높았던 3가지 디자인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시제품 현장 품평회와 선호도 조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 결과를 토대로 소방복제 개선 방향이 설정된 것이다. 다만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근무복과 기동복은 개선 방향이 쉽게 결정되지 못했다.

 

▲ 지난해 10월 열린 시제품 품평회 현장 모습    

 

이 때문에 결국 소방청은 근무복과 기동복의 시범착용을 결정하게 됐고 지난 2월 12일부터 3월 5일까지 18개 소방서 시범착용자 등 73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순회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범착용 대상은 출동횟수 등을 감안해 시ㆍ도 소방본부별 소방관서 1개씩이 선정됐다.


소방청은 시범착용 기간이 완료되는 5월 9일까지 시ㆍ도별 시범착용자와 미착용자, 복제개선자문단 등 5,513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또 중앙소방학교 교관과 교수진도 시범착용 대상에 포함시켜 교육생들의 품평의견도 추가 청취할 계획이다.


시범착용이 끝나면 시ㆍ도 자체 품평회를 열어 소방공무원 모두가 참여하는 2차 선호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의견이 모이면 오는 6월부터는 규격 수정과 심의, 검증 등 관련 법령 개정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9년 만의 복제 변화, 어떻게 바뀌나


현행 소방복제와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근무복과 기동복이다. 또 활동복은 폐지되고 기동셔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며 방한복은 내피가 변경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방공무원이 가장 많이 착용하는 복제 중 하나인 근무복은 검회색 상의가 폐지되면서 셔츠형으로 통합된다. 구김이나 주름방지 성능이 향상된 원단이 상의에 적용되고 하의는 정복과 같이 보플 방지 성능이 향상된 소재가 도입된다. 상의 색상은 시범착용 기간을 거쳐 연하늘색 또는 흰색과 모래색이 혼합된 색 중 하나가 선택된다.


기동복은 소재부터 달라진다. 현행 기동복은 아라미드 60%와 FR 레이온 35%, 폴리우레탄 5%로 구성된 원단을 사용한다. 때문에 신축성이 거의 없다. 일선 소방관들로부터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다.

 

 

하지만 새롭게 변경되는 기동복은 신축성이 크게 향상된다. 또 폴리우레탄을 사용하지 않고 아라미드 성분비를 높여 안전성까지 높인다는 게 소방청 구상이다.


색상은 현행과 같은 주황색을 기본으로 하되 좀 더 짙은 색상(진주황색+주황색)으로 바뀐다. 하의 역시 상의와 같은 소재로 시범착용 후 주황색 또는 검청색 색상 중 하나로 결정될 예정이다.


활동복의 경우 하의는 폐지되고 상의는 셔츠형으로 대체된다. 기동셔츠라는 명칭의 이 복제에는 활동성과 난연성이 높은 소재가 적용될 예정이다. 방한복 내피는 보온성과 방풍성이 강화된 소재로 외피와 분리해 별도로 착용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효율성 문제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소방화도 개선된다. 기존 활동화와 전투화형 기동화는 폐지되고 대신 구조ㆍ구급 활동에 적합한 등산화 형태의 기동화로 변경된다.


부정 VS 긍정, 현장에선 엇갈리는 시각들


복제 개선사업을 지켜보고 있는 일선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선 찬반의견이 엇갈린다. 개선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직원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직원들도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소방공무원들은 하나같이 “현장 의견이 사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소방공무원은 “연구용역 과정에서 실시된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직원이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황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시제품으로 제작되지 않았다”며 “선호도 조사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활동복 폐지를 두고 원색적인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한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정작 불편한 복제(기동복)는 폐지하지 않고 편의성이 좋은 활동복을 폐지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꾸로 가는 조직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한탄했다.


시제품 설명회와 선호도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청은 선호도 조사와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참여했던 소수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복제가 어떻게 개선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복제를 직접 착용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 최소한 복제가 어떻게 변경되는지 전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라도 배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공무원들의 불만은 SNS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잠바 디자인 참... 촌스럽네”, “소방이 점점 후퇴하는 거죠”, “활동복이 아닌 기동복을 없애야 하는데” 등의 반응이다.

 

반면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품평회를 통해 시제품을 확인한 한 소방공무원은 “기동복의 경우 기존 색보다 밝아져 고급스러웠다”며 “아라미드를 소재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뻣뻣했던 기존 기동복보다 많이 부드러워 착용감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호도 조사에 참여했던 한 소방공무원은 개선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현행 소방복제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제복답게 차분해진 것 같다”며 “오염도 때문에 색상 변화를 원했던 것인데 하의라도 색상이 바뀐다면 직원들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긍정적인 시각들은 이 외에도 다수다. “조끼는 수납공간이 많아 훨씬 더 실용성 있게 보인다”, “제복공무원으로서 활동복만 고집하는 것은 솔직히 우리 편의만 생각했던 것 같다”, “주황색은 소방의 색깔로 국민이 찾는 색깔이라 포기할 수 없는 거 같다” 등의 의견들이다.


이번 복제 개정 정책을 놓고 일선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과거 추진했던 복제 사업과 달리 일선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노력만큼은 인정한다는 것.


한 소방공무원은 “현장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책부서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그간 쌓였던 불신이 크다 보니 불만도 커졌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소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 상징하는 제복… 소방청 “기동복 폐지 불가”


과거 국정감사에도 단골 소재였던 소방복제 문제는 국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소방청은 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줄곧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게 사실이다.


연구용역 과정에서 1만5,000여 명이 넘는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고 서울역에 시제품을 들고 나가 국민을 대상으로 소방복제 개선사업 타당성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업무 담당자가 전국 시ㆍ도 소방본부를 직접 순회하며 설명회까지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일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큰 불만 중 하나는 기동복이다. 활동성이 떨어지는 기동복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소방청은 기동복의 폐지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에게 있어 제복과 같은 복제이기에 품위에 대한 문제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의 관계자는 “소방은 화재 진압과 구조ㆍ구급 업무 외 국가 행사나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 타 부처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자리에 활동복을 입고 참여하면 자칫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롭게 도입하려는 기동복은 현행 기동복과 같이 아라미드를 소재로 사용하지만 신축성과 착용성을 대폭 개선했다”며 “직원들이 직접 착용해보면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우면산 사태 때에는 소방공무원 복제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활동복을 입고 업무지원에 나섰던 소방공무원이 경찰로부터 민간인 취급을 당하며 현장 진입을 제지당했던 것. 또 당시 활동복 색상이 경찰복과 비슷했던 탓에 현장 업무를 힘들게 수행하고도 경찰로 인식돼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활동성을 고려해 아라미드 소재를 배제하자는 일선 의견들에 대해서도 소방청은 선을 그었다. 활동복처럼 열에 취약한 원단으로는 현장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지난 2010년 7월 경북에 한 119안전센터에서는 직원이 소각장 작업 중 활동복에 불이 옮겨 붙어 화상을 입고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서울에 한 소방관서 현장지휘팀장은 방화복 안에 활동복을 입고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방화복 안쪽으로 침투한 복사열에 활동복이 녹아내려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 같은 기동복의 안전성은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복제개선 사업을 둘러싼 잡음 중에는 활동복 폐지와 기동복의 색상 문제도 있다. 편의성이 좋은 활동복을 없애는 것은 잘못됐고 현장 활동 과정에서 때가 잘 타는 기동복의 색상도 어두운 톤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이에 대해 소방청 복제 개선 담당자는 “연구용역 최종결과보고서상에는 활동복이 폐지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활동복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기동셔츠로 개선되는 것”이라며 “기동셔츠의 시제품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디자인과 색상 등은 새롭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동복 색상에 대해서는 “도움과 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구자들은 본능적으로 주황색 제복을 보고 소방공무원이라고 판단한다”며 “선호도 조사에 참여했던 직원 1만5,763명 중 6,000여 명이 검청색 계열의 디자인을 선택한 것도 사실이지만 9,000여 명이 넘는 직원은 주황색 계열의 디자인을 선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소통 부재가 원인, 앞으론 모든 정보 공개”

 

 

소방청과 일선의 온도 차로 이번 복제 개선사업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그래서 지난 21일 본지 기자가 소방청을 찾아 소방복제 개선사업을 총괄하는 소방정책과 손정호 과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정호 과장은 최근 인사이동으로 소방정책과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앞으로 복제 개선 행정에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과장은 “사업 초기부터 현장 직원과의 소통이 미흡했던 게 오해와 불신을 키웠던 것 같다”며 “복제 개선이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용역 초기부터 일선 직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전무했던 것이 지금의 논란을 부른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정호 과장은 “이 때문에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대로 복제규칙이 개정된다고 믿고 있는 직원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며 “연구용역 결과물이 최종 복제 개선 방향은 결코 아니기에 오해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물이 개선사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원들의 다양한 개선 의견이 살이 되어 붙어야만 최종안이 될 수 있다”면서 “타당성 있는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했다.


소방청은 최근 복제개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정책연구 공유 시스템에 게시했다. 또 소방복제 개선에 관한 전반적인 진행 사항을 담은 행정문서도 일선에 공유한 상태다.


손정호 과장은 “향후 직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복종 별로 전문기관 독소 조항과 규격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성급함 없이 사업을 추진해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최종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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