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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소방력 확충 재검토 논란 일단락… 국가직 필요성 재점화

판 뒤집기 시도한 충남도 기조실 두고 소방 비판 여론 확산
이창섭 본부장ㆍ남궁영 권한대행 면담서 ‘원안 유지 결정’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8/04/04 [16:01]

▲ 충청남도청 전경


[FPN 김혜경, 최영 기자] = 충청남도 기획조정실의 일방적인 ‘소방력 보강 5개년 계획’ 재검토 논란이 당초 안을 유지키로 하면서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지자체에 소속된 소방공무원의 원활한 인력충원과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국가직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4일 충남소방본부(본부장 이창섭, 이하 충남소방)와 충청남도(도지사 권한대행 남궁영) 등에 따르면 대통령 공약에 따라 결정된 소방력 보강 5개년 계획을 당초 원안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12일 충남 기획조정실(실장 서철모, 이하 기조실)은 제10차 소방력 보강 5개년 계획과 관련해 소방력 증원 인력을 축소하는 내용의 ‘소방력 증원 및 재정운용에 관한 분석보고’ 문건을 관련 부서에 하달한 바 있다.

 

올해 초 충남은 부족 소방공무원을 연차적으로 확충한다는 문재인 정부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부족 인력 1660명을 보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조실은 차량 기준으로 인력을 산정하는 소방력 산출 문제점을 이유로 들며 부족 보강인력을 720명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충남소방이 산정한 부족 소방인력 보강 계획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충남소방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1660명을 신규 충원했을 경우 2023년 이후 매년 소방인건비 예산은 현재 대비 1241억원이 증가된다. 기조실은 이 같은 추가 인건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급격한 예산 증가로 정책사업 재원이 부족해지고 균형발전도 저해한다는 것을 재검토 사유로 들었다.

 

기조실은 소방본부가 수립한 구조ㆍ구급 분야 인력 확충 계획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민간과의 역할분담 없이 정부 역할만을 강조하면서 시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낮은 경우에도 소방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인력 낭비 요인이 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특히 기조실은 시ㆍ군 보건소와 민간 이송업체 등과의 업무 협약으로 지역 내 민ㆍ관 유휴자원, 시장기능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으로 구급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여기에 의용소방대의 역량을 강화시켜 농어촌지역의 단순 구조 활동이나 화재 시 현장에 투입토록 하는 등의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검토 결과에 포함했다.

 

기조실은 분리 운영되는 충남도의 소방예산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현행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뉜 예산 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인력과 관서, 장비에 투입해 인력 부족 등의 악순환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충남소방의 경우 인건비와 행정운영 기본경비는 일반회계에서, 관서운영이나 소방 장비구입 등의 사업예산은 소방특별회계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예산체계를 하나로 통합시켜 소방예산의 독립성까지 훼손하겠다는 발상을 검토보고서에 적시한 것이다.

 

행정 편의적 보고서에 소방 반발 확산

이런 내용이 담긴 분석보고서가 충남소방을 포함한 각 실국에 뿌려지자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일반직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논리에 충남 내부 행정전산망도 들끓기 시작했다.

 

내부 전산망에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국가에서 임용하는 고위 공직자가 개인 의견으로 거스를 수 있는 건가”, “소방력 보강 5개년 계획을 선결재한 상황에서 도지사가 사퇴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나”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충남의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 업무특성을 모르는 부서에서 단순히 돈만 갖고 줄이네, 늘리네, 업무를 넘겨야 하네, 말아야 하네, 하는 이런 자체가 소방조직의 비애”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선 소방본부 자체를 원천 배제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충남도 기조실을 향한 소방과 보건 등 각 실국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충남소방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차량 기준으로 소방인력을 산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기조실 입장에 대해 충남소방은 “지난달 6일 관련 인력 산정 기준이 개정되면서 인구와 소방대상물, 출동거리 등을 기준으로 삼고 화재와 구조, 구급 인력 외 상황실과 체험관 등 인력까지 현장인력으로 편성됐다”고 반발했다.

 

기조실이 주장한 구급대의 보건소와 민간 이송업체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충남소방이 계획한 당초 구급대 부족 인력은 178명이다. 해당 인원을 배치 시 향후 5년간 소요되는 예산은 392억 정도인데, 기조실이 구상한 보건소와 민간 이송업체를 활용할 경우 필요 예산은 393억원으로 예산 절감효과가 없다는 게 충남소방의 분석 결과다.

 

특히 충남소방은 “이원화된 이송체계는 혼란이 가중될 뿐 아니라 고품질 구급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조 분야의 민간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충남소방에 따르면 “의용소방대는 소방보조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전문분야에서는 분명한 역량의 한계가 있다. 전문 구조기술이 필요한 긴급구조 업무는 정예 소방구조대가 투입돼야만 도민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며 “민간인 구조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2차 피해 발생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충남소방 측은 “부족 소방인력 대체 방안으로 의용소방대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생업에 종사하는 민간 봉사조직에 정규 소방력과 동일한 역할을 요구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충남소방은 소방특별회계를 일반회계와 통합해야 한다는 기조실 구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법 개정과 도정상황관리회의 등을 통해 조례까지 제정한 예산 운영 방안을 변경하는 것은 도민 안전 최우선 도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소방은 “예산 부담을 이유로 특별회계를 통합시켜 인건비를 포함하면 소방장비의 현대화 사업 등 예산 축소로 이어져 현장대응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던 정책사업 예산은 축소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충남소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창섭 충남소방본부장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남궁영 도지사 권한대행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남궁영 권한대행은 정부 기조에 따라 수립된 소방력 보강 5개년 계획을 원안대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소방업무에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정한 시각으로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도청 행정망에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소방직이든 행정직이든 업무에 전념해 달라”는 이창섭 충남소방본부장의 글이 게재됐다.

 

“근본 문제 해소 위해선 국가직 전환 시급”

이로써 충남도 소방인력 확충을 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소방조직 안팎에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시급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일선 소방공무원들과 퇴직 소방관들로 구성된 재향소방동우회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하루빨리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일선 소방공무원은 “수십 년간 일반직들에게 이런 식으로 휘둘려 왔다”며 “이제는 정부 기조에 따라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해 소방공무원의 인력 부족 문제와 예산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는 지난 2일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3명의 충남 소속 소방공무원(교육생 2명)의 영결식 자리에서 성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소방동우회는 이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지방 자치단체의 인사, 조직, 예산을 장악한 행정관료 조직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조직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소방공무원들이 더 이상 이들 관료조직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급히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경, 최영 기자 hye726@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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