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의 쓴소리단소리②] 소방 내진 버팀대, 무용지물 시설 만들 셈인가
이택구 소방기술사 | 입력 : 2018/11/26 [11:09]
스프링클러 등 소방 배관은 지진에 견디기 위해 소방법에 따라 흔들림방지 버팀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의 KFI인정을 받아 사용 중인 일부 흔들림방지 버팀대가 지진 시 버텨주는 세장비에 따른 지진하중을 고려하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흔들림방지 버팀대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버팀대 지지대(Brace member)와 배관연결장치(Sway brace fitting)ㆍ배관연결장치 어댑터(Sway Brace Fitting Adapter), 건축물 부착장치물(Structure Attachment Fitting)ㆍ어댑터 등이 바로 그 구성품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흔들림방지 버팀대를 도입한 미국은 사실 우리나라와 시험방법부터 다르다. 미국의 UL이나 FM의 경우 버팀대 지지대를 제외한 각각의 구성품에 대해 인증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KFI의 인정시험은 구성품이 모두 조립된 시스템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인증을 득한 제품의 형상은 유사하지만 시험방식 자체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국내에 반영하면서도 다른 시험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을 규정하는 국가화재안전기준이나 KFI인정시험에서 ‘버팀대 지지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다 보니 제조사를 비롯한 인증을 책임지는 KFI도 이를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지금 현장에선 흔들림방지 버팀대의 구성품 중 핵심 요소인 버팀대 지지대가 견딜 수 있는 최대수평지진하중을 무시하는 모순이 발생되고 있다. 지지대의 길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국내 흔들림방지 버팀대가 무용지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의 기반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일반적으로 버팀대 지지대로는 Sch 40 강관과 형강, 케이블 등과 같은 철 부재가 사용된다. 이러한 부재는 단면적이 작고 길이가 길기 때문에 지진 시 압축응력에 따른 좌굴현상을 감안하기 위해 세장비별 최대길이와 최대 수평지진하중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국제 기준인 NFPA는 버팀대 지지대에 대해 정해진 데이터(최대길이, 각도별 수평지진하중, 단면적, 최소회전반경 등)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값에 맞춰 대부분 국제 규격품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질에 대한 인증 시험도 우리나라처럼 반복하지 않는다. 정해진 데이터만 따르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일부 제조업체와 KFI가 이러한 개념을 가졌는지부터 의문이 든다. 두께 차이로 하중을 덜 받는 KS D 3507 강관을 버팀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Sch 40 강관 지지대의 최대길이를 세장비에 따른 수평지진하중을 무시하고 세장비 300에 해당하는 3.2m로 설계를 하기도 한다. 공사 현장 역시 지지대의 세장비나 설치 각도별 수평지진하중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위 제멋대로 설치하는 실정이다.
안타깝지만 국내 소방내진의 기술은 참담한 수준이다. 그럼 이 문제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제조업체가 설계를 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런 현실은 소방기술자가 설계조차 참여하지 않게 만들면서 결국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 KFI의 정보 부족과 능력 부재도 원인 중 하나다.
소방시설 내진설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가스계소화설비처럼 제조업체와 KFI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시장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소방기술자도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리와 점검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제도를 도입한 본연의 목적 또한 달성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소방 내진기술 발전의 시작점이다.
이택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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