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의 쓴소리단소리] 무용지물 방화댐퍼, 규정 손질 시급하다

이택구 소방기술사 | 입력 : 2019/06/10 [09:23]

▲ 이택구 소방기술사

우리나라 방화댐퍼는 1970년대 기준에 맞춰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무용지물로 치부되는 댐퍼들이다.


방화댐퍼는 건축법에 따라 건축물의 환기나 냉난방을 위해 설치되는 설비 덕트가 방화구획을 통과하는 부분 또는 근접한 부분에 설치하는 시설이다. 화재 시 자동으로 폐쇄돼 덕트 내에서 화염이나 연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문제는 이런 방화댐퍼가 실제 연기 차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화재 시 덕트가 오히려 연기 확산의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댐퍼의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방화댐퍼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건축법상 방화구획 방법의 하나로 나열되며 명목상의 기준으로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누구도 제품 선정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욱이 관련 기준은 처벌이 명확한 소방법과 달리 건축법에 명시돼 있어 사양서처럼 간단하고 인증품을 사용하라는 규정조차 없다. 즉 실제 재질이 철판으로 돼 있고 두께만 충족한다면 어떤 댐퍼를 사용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건축 기술자나 소방 기술자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배경이 된다.


둘째는 화염 방지와 연기 누설 방지에 대한 댐퍼 성능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방화댐퍼의 성능이나 평가와 연관되는 기준이 없다. 무엇보다 연기 누설시험에 대한 기준은 아예 전무하다.


기껏해야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 2항 3호와 한국산업표준인 배연설비의 검사 표준(KS F2815)에서 방화댐퍼 설치 시 요구되는 철판 두께와 설치 위치 등의 최소 기준만 규정돼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연기 누설이 허용되는 무용지물 댐퍼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설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댐퍼의 유지관리 문제다. 해외의 경우는 댐퍼의 성능을 체크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그러나 국내는 관련 기준이 없다 보니 한 번 설치한 후 사후관리에는 모두가 무관심이다.


성능조차 부실한 방화댐퍼에 유지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화재 발생 시 제 기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따른다.


여기까진 제품 자체의 문제라 쳐도 댐퍼에 대한 개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방연댐퍼(Smoke Damper)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 보니 이 중요성을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다.


HVAC(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에서는 화재 시 연기가 덕트를 통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명안전을 위한 방연댐퍼를 필수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조 기술자가 방연댐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또 다른 이유는 소방 전문가가 거실제연설비 외에는 HVAC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화재 시 해당 구역 덕트 내 전용 감지기 등이 작동해 공조설비가 정지해야 하는 것은 인명안전 설계의 기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고려조차 안 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화재 시 화염과 연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방화ㆍ방연댐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시급하다. 건축물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은 지금이라도 관련 제도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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