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스프링클러에 대한 정체, 제대로 알자

이택구 소방기술사 | 입력 : 2019/11/25 [09:51]

▲ 이택구 소방기술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K값 80인 스프링클러를 대부분의 소방인이 표준형 스프링클러(Standard Sprinkler)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 창피스럽지만 우리나라 스프링클러는 국제 기준에 따라 도입된 것이 아니다. 일본 기준에 따른 스프링클러를 도입해 일본과 역사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 기준의 표준형 스프링클러 탄생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살수량의 40 ∼ 60%가 천정을 향해 방수하는 패턴을 가진 구형/재래식 스프링클러(old-style / conventional sprinkler)를 사용하다가 1953년에 스프레이 스프링클러가 도입되면서 이때 표준형 스프링클러가 탄생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와 달리 ‘표준형 스프링클러’를 변형해 도입했고 아직도 이를 표준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국내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당초에는 표준형 스프링클러로 정의했다. 그런데 지금은 표준형 스프링클러라는 말 자체를 형식승인 기준에서 삭제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프링클러는 국제 기준의 표준형 스프링클러가 아니다. 방출계수인 k 팩터(오리피스)와 설치 형태(상향/하향/측벽형)의 외형을 흉내낸 것에 지나지 않는 스프링클러를 우리 소방인들이 표준형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프링클러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형 스프링클러와의 가장 큰 차이는 ‘화세제어’다. 스프링클러 설치 목적인 이 성능을 깡그리 무시한 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방수 밀도가 필요 없는 스프링클러라고 보면 된다. 국제 기준에 맞춰진 표준형 스프링클러의 기본 살수 패턴을 도입하지 않다 보니 물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슨 수로 화세를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또 스프링클러의 화세제어 여부를 근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험 중 하나인 ‘화재시험’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니 방수밀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술자로서 부끄러운 수평거리 미달, 살수 반경 미달, r 2.3, r 2.6 등의 용어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과거 초기 ‘스프링클러 형식승인 기준’이 제정될 당시에는 우리나라도 스프링클러를 빨리 제조해서 싼값에 시장에 내놓는 것을 중시하도록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가연물이 늘어나 화재도 점점 증가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현실에 적합하고 설치 목적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스프링클러가 도입돼야 하나 아직도 6~70년대 기준의 스프링클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제조사끼리 저가품 경쟁으로 스프링클러 산업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재 우리가 처한 슬픈 현실 중 하나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기술자라면 성능과 무관한 KFI 형식 딱지에 만족하지 말고 가격이 고가라도 스프링클러 설치 목적인 화세제어 성능을 갖춘 스프링클러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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