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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가스계 소화설비 인증 부실에 대한 제언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0/05/25 [11:35]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가스계 소화설비 인증 부실에 대한 제언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0/05/25 [11:35]

▲ 이택구 소방기술사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할로겐화물 소화설비에 대한 성능인증을 엉터리로 내어주고 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

 

이뿐만 아니라 기술원이 작년 12월 17일 S사 FK-5-1-12 소화설비의 성능인증을 강제 취소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대응에 나선 제조사는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이 역시 가스계설계 프로그램의 문제로 소방청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관련이 있다. 

 

대구안실련에서 주장하는 엉터리 성능인증이라는 근거, 성능인증 취소와 관련한 소방청 감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기술원이 인증해준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이 해외시스템과 비교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방호거리가 길고 이해할 수 없는 가압식 시스템 적용과 무마 등에 대한 문제점들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다.

 

할로겐화합물 가스계 소화설비는 한번 방사에 화재를 완벽하게 진압하지 못할 경우 불산(HF)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설계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시험인증기관의 책임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증기관은 그간 논란이 됐던 문제점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해왔다. 우리나라의 배관 방호거리가 세계적으로 제일 긴 게 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 기술원은 지금까지 시험해온 형식적인 방법을 벗어나 최대 배관비(용기 내 약제 체적대비 배관 체적)와 방출 시간 내의 약제량 방출(95% 방출)에 대한 유효성 검사를 아래와 같은 개념을 갖고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검증 방법이 부실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스계 설계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아래의 기본 원리를 제조업체와 기술원이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설계 프로그램의 유량 계산은 배관 내에 2상 소화약제가 균일하게 배관에 가득 차 흐르지 않으면 계산되지 않는 게 기본 상식이나 이를 무시했다.

 

설계프로그램에서의 방출 소화약제량은 가장 이상적인 흐름일 때 평균 유량에다 방출 시간을 곱하면 구해지는 게 기본이다.

 

방호거리가 멀리 나간다는 얘기는 배관의 연장이 길다는 걸 뜻한다. 즉 배관비가 100%를 초과한다는 의미는 저장 용기를 떠난 약제가 배관 도중에 떠다니면서 흐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장 용기에 액체 약제가 남아 있지 않고 노즐에서도 약제가 방출되지 않는 상태가 되므로 평균 유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대부분의 소화약제 배관비가 100%보다 크다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둘째, 설계프로그램 유효성 검사 시 할로겐화물 소화설비의 경우 소화약제량의 방출량, 즉 설계농도의 95%가 되는 양이 10초 내에 방출됐는지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방호거리(최대 배관비)가 클 수밖에 없었다.

 

불활성가스계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경우는 실제 방출량이 방출 시간 내 방출되는지 산소농도로 직접 측정해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할로겐화합물 소화설비는 단지 액상 방출 종료점(압력곡선의 변곡점)으로 이를 확인하고 있다. 해외의 최대 배관비와 전혀 다른 값을 인증해주고 있다.

 

해외의 경우 설계프로그램 제작사들은 약제별로 수많은 용기의 실제 방출시험을 통해 DATA를 확보하고 있다. 최대 배관비를 80%가 넘지 않게 하는 게 통상적이다. 이는 설계 프로그램상에서 최악의 조건에 해당하는 최소 충전밀도가 30lb/cu ft일 때, 최대 배관비가 80%일 경우 용기와 배관 내에 잔류하는 약제량이 초기 저장량의 6%에 달하는 것으로 실험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중 HFC-23과 같은 약제는 최대 충전밀도 하에서도 설계농도의 95%가 10초 이내에 절대로 방출할 수 없다. 11% 또는 25%의 추가 약제량을 두는 이유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지 않은 일부 제조업체나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기술원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기술원의 검증 능력 부족으로 방호거리가 길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게 우리의 실정이다.  방호거리가 길게 나온다는 건 화재 진압을 못 해 불산(HF)의 과다 발생으로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검증된 최대 배관비(배관의 체적/용기 내 소화약제의 체적 x100)인 80% 이하로 한정해야 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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