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8)] 우리가 잘 모르는 셀프주유소 화재예방요령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입력 : 2018/02/28 [00:39]

개인적으로 자동차 주유를 위해 셀프주유소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셀프주유소에 정전기 방지패드의 설치가 보편화됐다. 이것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유 전 반드시 정전기 방지패드에 손을 대라고 적혀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셀프주유소의 정전기로 인한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시 대처요령이 뭔가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셀프주유소가 우리나라에서도 급증하던 몇 년 전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서는 외국에서 여성운전자가 미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셀프주유소에서 주유 중 화재가 발생한 인터넷 영상을 보여주며 화재 위험성을 알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짧게 영상을 편집하면서 정작 화재 발생의 중요한 원인을 보여주는 행동이 나오는 장면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삭제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원본 영상에서 삭제가 된 장면은 여성이 주유 중 차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주유기에 손을 대는 행동이었다. 당시 방송은 명확한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셀프주유소는 그냥 주유 중 불이 붙을 수 있는 위험한 장소라는 인식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다 보니 인터넷에서 보게 되는 대부분의 셀프주유소의 화재 예방 요령에는 주유 전 금속이나 정전기 방지패드에 손을 대라는 것 외에는 셀프 주유소 이용 시 정전기 발생이 적은 옷을 입거나 핸드크림을 자주 바르라는 등 납득하기 힘든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불이 붙었을 때 행동요령에 대한 내용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꼭 언급해야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 셀프주유소가 막 생기기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에 나는 우연히 미국의 시사프로그램인 ‘인사이드 에디션(Inside Edition)’에서 관련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 자막해설과 함께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일정 기간 고정방송 됐다. 당시 프로그램은 CCTV에 잡힌 셀프주유소의 실제 화재 장면을 보여주며 셀프주유소 화재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소개했다.

 

방송에서 분석한 셀프주유소에서 주유 중 화재가 발생하는 원리는 이렇다. 운전자가 타고 있는 동안 옷과 차량시트와의 마찰로 몸에 정전기가 축적된다. 차에서 나와 최초 주유를 할 때는 주유 전 유증기가 없는 상태로 차량 주유구나 주유 노즐에 손을 대면서 몸에 쌓인 정전기가 방전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적다. 그런데 주유 중 운전자가 추운 날씨 등을 이유로 주유노즐을 그대로 꽂아 둔 상태로 차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이때 차 안에 들어가 앉으면서 잠깐이지만 옷과 시트와의 접촉으로 다시 몸에 정전기가 축적된다.

 

이 상태에서 운전자가 다시 주유기나 차에 손을 대는 경우 몸에 축적된 정전기가 불꽃을 튀기면서 주유노즐 주변에 나와 있는 유증기에 불을 붙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유증기에 불이 붙은 경우 주유구 밖에서만 제한적으로 비교적 소량의 유증기에 불이 붙는 것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주유 노즐의 방아쇠를 풀거나 주유기 펌프 작동을 멈추게 하면 주유로 인한 유증기가 주유노즐 주변에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

 

그러나 당시 방송에 나온 CCTV 영상에서는 당황한 운전자가 이런 상황에서 차가 폭발할 것이라는 순간적인 두려움에 기름이 계속 나오고 있는 노즐을 그대로 주유구에서 뽑아내면서 기름이 주변에 쏟아져 차량과 주유기 주변 일대가 불바다가 돼 버렸다.

 

이런 셀프주유소 정전기 화재는 미국에서 여성들에게 특히 발생빈도가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 심리로 여성들이 차 안을 자주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이다. 이 방송과 해외 전문가들은 인터넷 상에서 셀프주유소 화재예방을 위해 꼭 주의해야 할 몇가지 사항을 권고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셀프주유소에서 주유 노즐을 꽂아두고 차 안에 들어가는 행동이 가급적 없도록 하고 주유 중 차량 동승자가 주유 노즐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불가피하게 차 안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연료주입구 반대쪽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주유 노즐을 잡기 전에 정전기 방지패드에 손을 대어 정전기를 방전시켜야 한다.(가급적 주유가 끝날 때까지는 주유구 주변의 차체나 주유 노즐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3. 만약 주유 노즐에 불이 붙으면 주유 노즐을 바로 뽑지 말고 주유기 작동을 중단시킨다.


4. 몸에 불이 붙었을 경우에는 무작정 뛰지 말고 차량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바닥에 쓰러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좌우로 왔다갔다 굴러야 한다(Stop-Drop-Roll). 주변에서는 외투 등 면적이 넓은 옷을 벗어 몸에 붙은 불을 덮어 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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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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