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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이상하다 이상해” 의용소방대 복제 개선 논란

좋자고 고쳤는데 문제 ‘수두룩’… 발암물질 걱정까지
전문가 집단 심의 거친 복제 개정, ‘겉핥기 식’이었나
용역 결과 뒤집은 소방청, 연구기관은 “납득 어렵다”
“개정 내용 문제없다”던 소방청, 부랴부랴 뒷수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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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8/12/10 [10:33]

[집중취재] “이상하다 이상해” 의용소방대 복제 개선 논란

좋자고 고쳤는데 문제 ‘수두룩’… 발암물질 걱정까지
전문가 집단 심의 거친 복제 개정, ‘겉핥기 식’이었나
용역 결과 뒤집은 소방청, 연구기관은 “납득 어렵다”
“개정 내용 문제없다”던 소방청, 부랴부랴 뒷수습 나서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8/12/10 [10:33]

▲ 새롭게 디자인이 변경된 의용소방대 기동복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2005년 이후 약 13년 만에 추진된 의용소방대(이하 의소대) 복제개선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새롭게 복제 세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 검출 제한 수치 규정을 누락한 채 개정이 강행됐기 때문이다.

 

또 원단의 혼용률이 없는 규정을 제시하면서 복제의 색상 통일을 어렵게 했고 제복으로서의 일체감까지 난해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은 의소대 복제 세칙 개정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최종 보고서와 전혀 다른 내용의 개정안을 최종 공포했다.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측은 개정 내용이 달라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소방청이 이를 묵살한 정황도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논란 휩싸인 복제 개정 세칙, 무슨 문제 있나?


이번 복제 세칙을 두고 논란이 나타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혼용률이 사라져 제복으로서 일체감을 표현하기가 난해해졌다는 점과 포름알데히드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소방청은 이달 4일 의소대 복제 세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원단성능표 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한 내용이다.


이 규정에 담긴 원단성능표를 보면 당초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원단성능표와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물의 원단성능표 상에는 원단을 만들 때 어떤 종류의 실을 얼마의 양으로 혼합해야 한다는 혼용률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바뀐 원단성능표에는 실의 혼용률이 없고 제조사에서 자율적으로 실을 조합해 원단을 만들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명확치 않은 혼용률 기준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다. 섬유 전문가들은 원단을 구성하는 실의 혼용률을 정해놓지 않을 경우 원단 제조사별로 제각기 실을 섞어 원단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색 코드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색상을 통일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는 원단이 다량으로 옷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옷이 의소대에게 입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셀룰로오스계 원단(면, 마, 레이온 등)을 옷의 주재료로 사용하려면 방축(옷이 줄어드는 것을 막음)을 위해 별도의 가공 절차가 필요하다. 섬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때 사용되는 화학약품 때문에 완성된 옷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다.


섬유 전문가 A씨는 “상대적으로 면과 레이온 등이 아라미드와 같은 고급 재료보다 구하기가 쉽고 저렴하기 때문에 혼용률이 자유로울 경우 의소대 복제의 원단으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찰과 군의 경우 셀룰로오스계 원단을 복제의 소재로 사용할 경우 KC 기준에 따라 유해물질 시험을 거치도록 규정하는데 소방청은 왜 이 검사를 규정에 넣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언론 등을 통해 이미 대중에도 잘 알려진 1급 발암물질이다. 원단 성능으로 혼용률을 규정하겠다며 세칙을 개정한 소방청은 ‘유해성이 입증된 섬유 사용을 제한하도록 한다’는 규정은 넣고서도 정작 이를 걸러내는 시험방법을 규정에 명시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견 수렴도 엉터리” 10일 만에 개정 ‘뚝딱’


원단성능표 문제가 불거졌지만 소방청은 개정을 강행했다. 그런데 이 개정 절차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소방청은 연구용역 최종 완료 보고서를 그대로 옮긴 의소대 복제 세칙 초안을 공개한 뒤 20여 일 만에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개정안을 수정해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용역 결과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 기간을 제외하면 공고와 동시에 규제심사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10일 만에 최종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의소대 복제 세칙은 소방청 훈령으로 정해진다. 훈령이지만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4조(복장)의 세부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문제는 개정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방청은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연구 결과물을 그대로 옮긴 세칙 초안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20일 상당수 내용이 수정된 개정안을 새롭게 공고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법률이나 규칙 등을 바꿀 때 개정안이 마련되면 이를 공고하고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개인이나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지만 이번 의소대 복제 세칙은 달랐다”며 “연구 결과물이었던 세칙 초안과 상당수 다른 내용으로 개정안이 만들어져 공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전문기관 세 곳 이외에는 수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유연구원)도 이번 개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섬유연구원의 관계자는 “소방청은 세칙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 종료일 하루 전인 11월 8일 오후 연구용역을 수행한 우리를 청사로 불렀다”며 “그리고 업계에서 초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접수됐으니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묻길래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방청은 이 같은 섬유연구원의 의견 수용 불가 입장을 무시한 채 내용이 바뀐 개정안을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도 소방청은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기관으로부터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았다는 게 섬유연구원 측 주장이다.


소방청은 개정안의 공고 과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고 전 섬유 전문시험기관 세 곳(한국의류시험연구원 KATRI, KOTITI 시험연구원, FITI시험연구원)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학계 전문가 집단의 최종 심의를 거친 뒤 공고했다는 게 이유다.


전문기관 의견 수렴했다더니… 구색만 갖췄나


소방청은 이번 복제 세칙 개정이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다수 전문기관으로부터 검토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소방청이 검토를 의뢰한 전문기관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 KATRI와 KOTITI 시험연구원, FITI시험연구원으로 세 곳 모두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유 전문 시험기관이다.


소방청 주장대로 이들 기관에 검토를 의뢰한 것은 맞았다. 문제는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 대한 총체적 검토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기관 중 한국의류시험연구원 KATRI와 KOTITI 시험연구원은 지난 4일 <FPN/소방방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세칙 초안과 개정안의 원단성능표를 소방청으로부터 받았고 혼용률과 시험방법 등에 대한 검토 의견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초안의 원단성능표에서도 실의 혼용비율이 많아 공정이 복잡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복제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두 기관의 설명이다.


특히 KOTITI 시험연구원 관계자는 “8가지 실을 혼용해야 하는 초안의 원단성능표 상 공정은 사실 흔하지 않은 공정”이라며 “혼용 실의 가짓수를 조금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소방청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색감 등 제복의 통일성 확보를 위해서는 혼용률을 제조사 자율에 맡기는 것보다 원단성능표에서 규정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 KATRI 관계자는 “혼용률 규정 없이 제조사에서 자율적으로 원단을 생산할 경우 색상 등의 통일성 확보에는 분명히 어려움을 따른다”며 “소방도 원단을 경찰처럼 중앙부서에서 한 번에 구매하는 줄 알았는데 지자체별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혼용률에 자율성을 부여해도 된다는 의견에 좀 더 신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단의 유해물질 검사 역시 원단성능표상에 ‘유해성이 있는 섬유를 제외하겠다’는 문구가 담겨 있어 당연히 시험방법이 세칙 내 존재하는 줄 알았다”며 “세칙 내 별도의 시험방법이 없다면 이를 명시하고 규정하는 게 맞고 경찰과 군 등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복을 착용하는 정부 부처 중 의소대 복제와 같이 혼용률을 원단성능표에 명시하지 않고 운용하는 곳이 있냐는 질문에 두 기관 관계자 모두 “본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최근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착용하는 단체복의 경우 혼용률 없이 성능으로 규정하는 것을 추천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군과 경찰 등에서 착용하는 복제 대부분은 규격서에 혼용률을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소방관이 착용하는 복제도 원단성능표 상 혼용률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소방청은 “군의 전차병이 착용하는 복제의 경우 혼용률 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방청이 이번 복제 세칙 개정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로는 학계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거쳤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이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개인신상이기 때문에 심의위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혀 차는 연구기관… “이런 경우는 처음” 


입찰 경쟁을 통해 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섬유연구원은 지역의 한 복제 업체와 함께 연구팀을 꾸려 지난 9월 1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의소대 복제디자인개선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섬유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기관은 그간 국책 과제를 수없이 수행해 왔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연구의 최종결과물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설정됐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제출한 의견은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방청은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연구 결과를 그대로 옮긴 개정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업계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수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소방청이 우리에게 의견을 물은 건 개정 초안에 대한 업계의 부정적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에 대한 것이다”라며 “이후 연락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11월 20일 소방청 홈페이지를 통해 복제 세칙 개정안이 공고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정안에는 업계의 의견이라고 소방청이 보여줬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며 “우려스러운 마음에 의견서를 작성해 소방청에 제출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청은 이 의견서가 의견 수렴 기간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연구기관 측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소방청이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것은 세칙 초안에 대해서였고 세칙 초안은 연구 결과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우리가 낼 의견은 사실 없었다”며 “20일 개정안 공고 후 의견서를 제출했더니 제출 기간이 아니라고 한다. 개정안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겠냐”며 혀를 내둘렀다.


이미 다 바꿔놓고… 뒷수습 나선 소방청


이번 복제 세칙 논란을 두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소방청은 뒤늦은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방청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꼴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소방청은 유해물질 검사 항목이 규정에 삽입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차를 거쳤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정안 공포 이후 지자체별로 유해물질에 대한 공문을 별도로 내려보냈다”며 “셀룰로오스계 원단이 사용될 경우 유해물질 검사 결과를 추가로 확인한 후 복제 구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섬유 전문가 B씨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세칙 개정을 강행하는 자신감을 그간 내보여 왔던 소방청이 세칙을 개정한 뒤에서야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 유해물질을 확인하라는 조치를 취한 걸 보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꼴”이라며 비꼬았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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