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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법안 심사도 못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문제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법안’ 국회 문턱 왜 못 넘나
야당이 문제라는 ‘여당’, 법안이 문제라는 ‘야당’
추진 법안 실효성 없다는 두 야당, 문제는 뭘까
“원안대로 통과시켜라?” 처음 내용 뭐였길래…
소방 내부서도 큰 시각차… 정답 과연 있을까

최영 기자 | 입력 : 2019/05/23 [21:37]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여당과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위한 협의를 추진해 왔다. 2017년 전국 시ㆍ도지사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소방청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 차원의 협의가 본격화됐다.


이 과정은 시작부터 진통이 컸다. 일부 지자체장의 반대가 강했던 탓이다. 소방공무원은 지자체 공무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자체장 입장에서 이런 대규모 인력인 소방을 손아귀에서 놓는다는 건 그만큼 인력을 부릴 수 있는 권한까지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차제장 입장에선 인사권과 지휘권을 쥐는 것이 선거와 직결되는 표와도 같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표밭을 잃는 것과도 같다는 해석까지 있을 정도다.


또 다른 문제는 크고 작은 다양한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지역 사회에서 국가가 이 모든 사고를 감당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고 대응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지방분권화를 강조하는 시점에서 지방자치제로 변화하는 경찰과 달리 오히려 지방직 체제를 국가직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모순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결국 시ㆍ도자사가 모인 2017년 10월 26일 간담회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했다. 시ㆍ도지사에게 소방의 지휘와 예산 등에 관한 권한을 두면서도 신분은 국가직으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방향은 이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소관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지자체와 정부가 협의를 거친 방향으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은 해당 안이 실효성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38만 명이 넘는 국민이 청원에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의 소방 이슈로 떠오른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문제를 <FPN/소방방재신문>이 들여다본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국회 산 왜 못 넘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관련 핵심 법안은 ▲소방공무원법(2개)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2개) ▲지방교부세법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 및 시ㆍ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등 법안 수로 보면 6가지, 8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법안의 심사를 위해 지난해 8월 22일 1차 심의를 시작으로 11월 28일, 올해 5월 1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국 의결하지 못 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소위와 이달 14일 회의 모두 정족수 부족이 이유였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총 1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이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최근 두 번의 회의 때마다 여당 측 5명의 의원만 참석했을 뿐 야당이 참석하지 않아 심사를 못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열린 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이 이미 불참 통보를 한 상태였다.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경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법안 의결 방향을 문제 삼으며 심의를 거부했다. 원안이 훼손돼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야당 문제라는 ‘여당’, 법안 문제라는 ‘야당’


해당 법안들의 발목이 잡힌 가장 큰 이유는 ‘실효성 논란’ 때문이다. 문 정부의 공약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시각도 있지만 야당은 표면적으로 법안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국가직화 방향은 최초안에서 후퇴한 명분적 법안에 불과하다는 게 야당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유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방향은 재난 대응에 있어 실질적인 효율성을 가져올 수 없어 심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은 예산에 대한 지속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고 미비점이 많다는 이유를 댄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무늬만 국가직이 될 뿐 실제로는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소방이라는 사무를 지방에서 국가로 완전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정부와 지자체장이 협의를 통해 마련한 방안임에도 이를 정식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논하지 않고 장외에서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심사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법안 실효성 없다는 두 야당… 왜?


자유한국당은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꾸자는 여당의 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앞으로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국가직화 방안을 당 차원에서 마련해 제시할 것”이라고 못박은 상태다.


자유한국당 차원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실제 어떤 방향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행안위의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는 과거부터 자유한국당이 추진해오던 중점 과제였고 열악한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여당과 일부 언론이 마치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안으로 소방안전교부세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우선 인상하고 2022년에는 70%까지 올리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담배 개별소비세 총액의 20% 중 100분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방시설 확충에 사용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안 보다 최대 25%를 인상하는 내용으로 2022년까지 소방안전교부세가 약 1조원 가량 증가된다는 게 이 의원 설명이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더 세밀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방안은 신분이라는 껍데기만 바꾸는 것일 뿐 국민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이다.

 

권 의원은 신속한 대응구조를 위해서는 지휘와 보고체계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정부와 여당도 알고 있지만 시ㆍ도지사에게 소방의 지휘권을 내버려 둔 채 신분만 전환시켜 국민 안전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 의원은 “지휘와 인사, 장비 등 모든 소방사무를 국가가 책임지는 온전한 국가직 전환만이 국민 안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며 “소방사무의 국가직 법안 개정을 결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바른미래당 권은희 국회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설명자료 일부다. 이 자료에서 권 의원은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방안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방방재신문

 

“원안대로 통과시켜라?” 내용 뭐였길래…


실질적인 방안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힌 자유한국당은 아직 예산 확대 법안 외에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여당이 최초 발의했던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 의원이 주장하는 법안은 뭘 말하는 걸까. 실제 ‘소방공무원 눈물 닦기 법안’으로 불리며 제20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법안의 내용은 어땠을까.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수면 위로 띄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의했던 4가지다. 이 법안들을 보면 처음에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위해 시ㆍ도지사의 모든 권한을 소방청장 등 소방기관이 갖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소방공무원은 대통령이나 소방청장이 임용토록 인사권을 소방에 독자적으로 부여하고 소방사무를 국가가 직접 수행토록 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하고 있다. 또 시ㆍ도지사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지금의 소방본부 대신 소방청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지방소방청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었다.


사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국가직화 법안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변경하지만 인사권을 시ㆍ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지휘와 통솔권은 현재 체제와 같게 유지한다.

 

지역 단위 재난에 대한 시ㆍ도지사의 총괄과 조정 역할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사실상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뀔 뿐 소방사무나 소방본부 등의 소방조직, 인사권, 예산, 지휘체계는 변하는 게 없는 셈이다. 현행 국가공무원이면서도 시ㆍ도 교육청에 소속된 초ㆍ중등 교원과 유사한 형태다.

 

 
이렇게 되면 지방직으로 소속된 소방공무원 5만 여 명은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화재 예방이나 진압 등 소방사무는 그대로 지방사무가 된다. 시ㆍ도에 속해 있는 소방본부도 국가 기관으로 변경하려 했던 당초 안과 달리 시ㆍ도 소방본부 체제로 유지된다.


인사의 경우 소방본부장은 지금처럼 국가가 임용하지만 본부장을 제외한 소방공무원은 시ㆍ도지사에게 임용권이 위임되는 형태가 된다.


소방 예산 역시 현행처럼 시ㆍ도 예산 편성과 집행 체계를 유지하고 소방공무원 2만 명 확충 등 새로운 재정에 대해서만 국가가 부담한다. 정부는 이 예산을 담뱃세 중 일부인 소방안전교부세율을 늘려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소방특별회계를 법률로 격상시켜 국가와 지방의 전입금 구성 비율을 법으로 규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소방 내부에서도 시각차 커… 정답 있을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방 국가직화의 방향,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그중에서도 권은희 의원이 주장하는 소방 국가직화의 방향 중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걸까. 정치권을 두고 소방 조직 내부에서는 어떤 시각이 나올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안을 명확히 간파하는 사람 역시 소수다. 하지만 그 소수의 구성원 중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신분만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이라도 실현된다면 소방이 한층 더 발전해 국민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초와 광역, 국가단위 등 모든 재난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과 ‘지방분권’이라는 두 가지 균형을 그나마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방에 대한 시ㆍ도지사의 인사권과 지휘, 통솔권을 유지하는 것은 지방 지역 단위 소규모 사고 등에 따른 역할을 고려할 때 일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내비친다. 국가적 재난 사태가 아닌 소규모 사고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감당할 부분도 분명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안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명분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라는 사안이 지자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만큼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위기도 맴돈다. 지금 시점에서 여당과 정부안만이라도 실현하지 못한다면 다신 이런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의 눈초리도 있다.


신분을 국가직으로 단일화하고 소방본부를 시ㆍ도지사 직속으로 격상시켜 독립성을 강화한다면 그나마 지금의 소방 여건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같은 소방공무원조차도 소방의 지휘권을 일원화하는 등 독립된 체제를 갖추지 않는다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롭게 충원되는 소방공무원 2만여 명에 대해서만 국가가 인건비를 부담하고 지방 공무원으로 분류돼 있던 소방공무원은 지방 예산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시각이다. 어떤 소방공무원은 지방에서 월급을 받고 어떤 소방공무원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기형적인 구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2020년까지 소방안전교부세율을 인상(20→45%)해 인건비를 지원하고 향후에는 소방인력 충원과 인건비 인상 추이,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추후 예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훗날 국가와 지자체 간 예산 부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소방사무를 국가에서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분만이 아닌 소방사무 자체를 국가에서 감당하지 않는다면 향후 예산 투입이나 인력보강 등 소방 투입 재원 역시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따져보면 국가차원의 소방 예산 투입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지방사무와 신분체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에 이를 바꾸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염원이던 국가직 코앞인데… 해법 없나


2년 전 탄생한 소방청. 그리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소방의 오랜 염원이다. 소방에서 당초 원했던 방향은 사실 일원화된 지휘체계와 독립된 소방조직의 형상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토록 국가직화를 주창해 왔던 소방은 지금 신분의 국가직화만이라도 사수하려는 모습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소방조직 내부에서는 “그건 지금의 방안이라도 지켜내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신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내뱉는다. 자칫 올해를 넘겨 내년 국회의원 총선 시기까지 지연되면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영원히 불가능할 수 있다는 예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소방공무원은 “내년까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국회의원 후보들이 소방의 국가직화를 선거 카드로 내세우며 소방의 표를 모으지 않겠냐”며 “국가직화를 반대하진 않는다는 야당 주장을 보고 있자니 더 확신에 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소방에서 국가직화를 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민 안전을 더 잘 지키기 위해 조직다운 모습을 갖추고 균일한 환경에서 국민에게 역시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조차 없는 이상만을 쫓는다면 오히려 발전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은 이상을 쫓고 있는 것이기에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부와 지자체가 수년 동안 협의한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말과 같다”며 “일부 문제가 있다면 차후 보완하는데 역량을 집중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소방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사실 지금의 정부와 여당 안이 완벽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소할 수는 없다”며 “지금의 안이라도 실현된다면 분명 소방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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