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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부족에 장비도 부족”… 갈 길 먼 소방 실화재 훈련

서울소방학교 세미나서 실화재 훈련 현실에 한숨 쉰 소방관들

최영 기자 | 입력 : 2019/11/04 [11:40]

▲ 실화재 훈련장을 주제로 서울소방학교 주관의 2019 국제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소방관이 불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불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불을 제대로 경험한 소방관과 그렇지 못한 소방관의 차이는 크다. 경험 없는 현장 활동은 실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와 가장 유사한 경험을 쌓기 위해 소방에서는 실화재를 구현하는 훈련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CFBT(Compartment Fire Behavior Training) 부른다. 우리나라도 약 5년 전부터 이런 실화재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제대로 운영할 교관이 부족하고 교육생들은 장비조차 없어 돌려 쓰길 반복한다. 소방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훈련시설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교관 확충과 장비 기준 등을 시급히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소방학교(학교장 이일)가 실화재 훈련장을 주제로 연 ‘2019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실화재 훈련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2016년부터 국내 소방학교 중 가장 발 빠르게 실화재 훈련시설을 운영해 온 경기도소방학교의 운영사례를 발표한 이준희 전 경기소방학교 교관은 “실화재 훈련에서는 단란주점이나 모텔, 고시원, 노래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한다”며 “이는 교육생들이 실제 현장 투입 전 경험하는 신세계이자 큰 영광으로 인식된다”고 강조했다. 

 

▲ 이준희 전 경기소방학교 교관이 실화재 훈련시설을 운영해 온 실제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 최영 기자


하지만 그는 이 중요한 실화재 훈련을 위한 환경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관은 “플래시오버 교육은 보통 외국에서 오전에 이론 교육을 하고 오후 실습을 하면 끝나지만 (경기도소방학교는) 오전 첫 교육을 시작으로 오후 내내 50명이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NFPA(미국 방화협회,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에서는 실물화재 훈련을 할 때 이상적인 교육생과 교관의 비율을 5:1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교육생 50명을 교관 1명이 담당하는 상황이다. 소방인력 확충에 따라 늘어나는 교육생 탓에 현실은 더 열악해 지고 있다.


이 전 교관은 “실화재 복장을 착용하고 훈련시설에 들어가면 사실상 밖에 있는 교육생은 방치된다”며 “사고가 안 났으니 다행이지 만약 사고가 나면 이슈가 됐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생에게 제공되는 열악한 장비의 현실도 토로했다. 이 교관은 “실화재 훈련장의 내부가 어둡기 때문에 랜턴을 켜야 하지만 교육생의 인원만큼 랜턴을 줄 수 있는 여력도 안 된다”며 “배터리도 금방 닳기 때문에 4명이 들어갈 때 랜턴은 두 개 정도 주고 무전기는 한 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이 착용하는 장비의 열악함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임용이 안 된 교육생이기에  개인장비가 지급되지 못하고 제공되는 장비도 부족하다 보니 일선에서 불용하려고 하는 방화복을 가져다 교육을 해 무릎에 구멍이 나도 화상을 안 입는다고 하고 들여보낸다”며 “(공기호흡기)면체를 물티슈로 닦아 다음 사람이 쓴다. 이게 무슨 교육인가. 교관으로서 너무 창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발표하는 이준희 전 교관  © 최영 기자


훈련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실화재 훈련을 위해서는 목재나 LPG 등의 연료가 필요하다. 연간 필요한 이 연료비만 해도 6천만원이 넘는다. 이 교관은 “처음에는 장비를 잘 사용했지만 LPG 배관이 바깥으로 노출돼 있는 등 배관 자체가 깔끔하게 구성되지 못하다 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문제가 발생했다”며 “외국 시설이다 보니 즉각적인 수리가 안 돼 2016년과 2017년은 A/S 때문에 다른 교육으로 전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고가의 수리비 때문에 예산 편성이 어려워지자 국내 기술로 고쳐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해 결국 훈련을 폐지했다. 이 교관은 “롤오버 현상을 한번 구동하면 쉬는 타임이 주어져야 작동을 하는데 우리는 기계가 버틸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돌리다 보니 결국 멈춰버린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플래시오버 훈련장의 경우 원래 양쪽에 4명씩이 들어가 의자에 앉아 8명을 교육하는 건데 의자를 떼어내 교관 2명을 포함해 16명까지도 들어간다”며 “많은 인원 때문에 교관이 맨 앞에서 화재 현상을 보여주다가 발등에 조그맣게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계절 내내 구동하는 실화재 훈련장은 끊임없이 이어진 훈련으로 산화되고 구멍이 나기 일쑤였고 땜질이나 테이프를 칠해도 망가지는 것을 반복했다. 이 교관은 “나중에는 국내 업체를 통해 절반 가격으로 똑같은 훈련시설을 만들어도 봤지만 이상하게도 동일한 훈련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훈련을 위해 필요한 수원 공급에도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 교관 설명에 따르면 경기도는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해줄 수 없을 만큼 많은 교육생이 훈련을 받는다. 게다가 용인 끝자락에 위치해 물 공급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교관은 “소화전을 많이 틀면 식당에서 밥을 못 해 점심을 못 먹기 때문에 결국 소화전을 닫게 된다. 전날 미리 물을 받아 놓는 일도 교관의 몫이다”며 “구멍 난 방화복과 망가진 장비를 교관이 펜치로 정비해 교육을 진행하는 게 현실이지만 사실 교관은 이런 것 말고도 할 게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장 인력 확충에 따라 교육생 수가 늘다 보니 장비 세척이나 적재 공간도 부족해 교육생들이 때가 묻어 오염된 방화복을 내무실로 갖고 들어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준희 교관은 “실화재 훈련의 중요성은 너무나 크지만 실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들이 그 뒤에 너무도 많다”며 “많은 분들이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화재 훈련을 맡고 있는 김준경 교관도 우리나라 훈련시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김준경 교관은 “서울의 화재 교관 인력은 3명으로 한 기수에 170명이 훈련을 받으면 28:1, 30:1 비율로 진행된다”며 “우리나라의 소방훈련 교관의 보충과 교관을 케어할 수 있는 보건안전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소방학교 김준경 교관이 서울소방학교의 실화재 훈련장 아젠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영 기자


또 김 교관은 “소방학교는 소방장비 보유기준의 음영지역이어서 얼마만큼을 보유해야 하고 장비의 노후율을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관창이 없어 일선 소방서에서 빌려 쓰거나 현장에서 사용하던 불용장비를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떤 장비가 학교에서 필요한지 등 기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이준희 전 경기소방학교 교관의 국내 실화재 훈련장의 운영 사례 발표에 이어 ▲네덜란드 실화재 훈련장의 운영 사례(Johan Luiiks, Offmain사) ▲스웨덴 실화재 훈련장의 운영 사례(Lars Lundmark, skyskol사) ▲ 서울소방학교의 실화재 훈련장 Agenda(김준경 서울소방학교 전임교수팀) ▲실화재 훈련에 수반되는 보건안전상의 이슈(이지우 강동소방서 천호119안전센터) ▲VT 기반의 실화재 훈련 보완책(유기운 소방과학연구센터 연구원) ▲실화재 훈련장에 요구되는 PPE의 글로벌 표준(이진규 PBI 프로덕트사 아시아담당 대표)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 서울소방학교 국제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이일 서울소방학교장은 격려사에서 “과거에는 실제 화재 현장과 가까운 시설을 만들어 체험할 만한 방법이 없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화재 훈련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에게 좋은 정보와 지식을 줄 수 있는 자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 이일 소방학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최영 기자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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