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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서울소방, 동료 소방대원 죽음 놓고… 조직 내 갈등 고조

누구보다 성실하고 밝았던 A 대원… 극단적 선택 왜?
동료 대원 “감찰 제대로 안 해” vs 감찰관 “문제없어”
“인사 시스템이 문제 근원”… 신임 소방관 부담 우려
A 대원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처리 신청, 심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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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19/12/26 [10:31]

[집중취재] 서울소방, 동료 소방대원 죽음 놓고… 조직 내 갈등 고조

누구보다 성실하고 밝았던 A 대원… 극단적 선택 왜?
동료 대원 “감찰 제대로 안 해” vs 감찰관 “문제없어”
“인사 시스템이 문제 근원”… 신임 소방관 부담 우려
A 대원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처리 신청, 심사 진행

박준호 기자 | 입력 : 2019/12/26 [10:31]

▲ 지난 9월 24일 A 대원의 동료 소방대원이 소방조직 내부 고발시스템에 올린 ‘A 대원 자살사건 진상규명 요청’ 게시글  © 소방방재신문


[FPN 박준호 기자] = 한 소방공무원이 사망한 원인을 두고 소방 조직 내에서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9월 소방조직 내부 고발시스템에 ‘A 대원 자살사건 진상규명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이 익명으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 소방공무원의 극단적인 선택에 의문을 가진 한 동료 대원은 여덟 쪽에 달하는 진상규명 요구서와 고인이 생전에 지인과 나눴던 SNS 메시지 내용을 함께 첨부해 게시했다.

 

A 대원과 같이 근무했던 일부 동료들은 고인의 업무 과중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동료들과 A 대원의 죽음에 관해 감찰했던 감찰관은 업무상 스트레스는 있을 수 있으나 업무 과중은 아니라며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누구보다 성실하고 밝았던 A 대원… 극단적 선택 왜?
서울의 B 소방서에 근무하던 A 대원(당시 소방사)은 지난 6월 22일 오전 11시께 동대문구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 대원이 사망하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A 대원은 평소 인사성이 밝고 성실하다는 평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한 동료 직원은 “A 대원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했고 매사에 적극적인 직원이었다”며 “1년 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어 소식을 알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료 직원들은 B 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대에서 근무하던 A 대원이 B 소방서 내근직으로 인사발령 나면서부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A 대원은 B 소방서에서 계약업무를 담당했다. 한 소방대원은 “이 직책은 예산을 다루고 외부인과 민원인 등을 많이 상대해야 하기에 보통 경력이 있는 사람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동료 직원들에 따르면 당시 B 소방서는 119안전센터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예민한 상황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누구도 하기 싫고 꺼렸던 업무를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주장을 내세울 수 없는 소방공무원에게 떠넘긴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A 대원은 이 업무를 맡으면서 크게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대원은 동료 직원들에게 ‘일을 하기 싫어 미치겠다’, ‘도저히 안 되겠다’, ‘면직 신청하고 가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SNS로 보냈다.

 

▲ A 대원이 생전에 동료 소방대원들과 나눈 대화내용     ©소방방재신문

 

A 대원은 결국 보직 변경을 신청했고 센터로 복귀했다. 그러나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던 A 대원은 결국 29살, 꿈에 그리던 소방공무원이 된 지 2년 만에, 센터로 복귀한 지 열흘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동료 대원 “감찰 제대로 안 해” vs 감찰관 “문제없어”
A 대원의 죽음에 관해 동료 소방대원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서울소방재난본부는 10월께 감찰을 시행했다.

 

감찰 결과 서울소방은 A 대원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는 있었을 수 있으나 업무 과중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직접 감찰에 나선 한 감찰관은 “A 대원 바로 위에 윗선임이 있어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은 그 선임이 다 했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업무만 A 대원이 처리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업무가 많고 힘들었는지, 다른 곳과 비교 분석한 결과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동료들이 A 대원을 도와준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 대원의 동료 소방대원은 A 대원의 업무량이 결코 적지 않았고 감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 대원이 6개월 동안 작성한 공문만 무려 80건에 달한다. 이건 적은 양이 아니다”며 “감찰팀도 현장에 하루밖에 나오지 않았고 관련자와 따로 면담하지도 않은 데다가 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감찰관은 크게 반발했다. 감찰관은 “그런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대원들과 일대일로 다 조사했다”며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에 정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감찰을 하루 나간 건 사실이지만 이미 일주일 넘게 자료를 파악해 그 정도면 충분했다”면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마무리해도 되겠다고 판단해 감찰을 중단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A 대원의 B 소방서 인사 발령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된 것이지 강제로 이뤄진 게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감찰관은 “A 대원이 현장대응단에 있을 때 밝고 일도 잘해서 B 소방서 추천이 들어온 것”이라며 “업무가 어려워 회유도 여러 번 했지만 A 대원이 재차 배우고 싶다고 말해 인사발령이 진행됐다”고 했다.


그러나 신규 소방공무원이 상관 지시에 과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게다가 서울소방 감찰관은 동료 소방대원의 진상규명 요청에 대해 “내부조사에 어려움과 특수한 부분이 있어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답변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동료 대원들은 내부 감찰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며 부실 감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서울소방 감찰팀에서 작성한 A 대원 진상규명 요청 게시글 답변  © 소방방재신문

 

◇ “인사 시스템이 문제 근원”… 신임 소방관 부담 우려
동료 소방대원들은 이 사건을 두고 소방 조직 시스템 자체에 큰 구멍이 났다고 지적한다. 서울특별시 소방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27조 제3항에는 ‘공개경쟁채용, 의무소방원 및 소방관련학과(응급구조학과 제외) 특별채용을 통해 지방소방사로 신규 임용된 사람은 인사운영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채용 후 최초 3년 이상은 외근부서에 보직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소방대원은 “이 규정은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등 다양한 경험을 먼저 해봐야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는 것도 있지만 내근직이 그만큼 힘들고 어려워 많은 대원이 기피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A 대원은 2017년 1월 20일 소방에 임용됐다. B 소방서로 인사 발령 난 당시는 만 2년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과연 규정처럼 인사운영상 불가피한 경우가 있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서울소방 감찰관은 “당시 안전센터 신축 업무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 추천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새내기 소방사의 내근직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서울소방의 행정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소방공무원의 내근 지원 근무 규정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키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견 조회를 마친 ‘서울특별시 소방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전부개정(안) 의견조회’ 문건에 따르면 ‘신규임용자 외근부서 의무 1년 근무 및 외근부서 의무기간 동안 내근 지원근무 금지 원칙’이라고 적시돼 있다. 소방공무원 임용 1년만 지나면 내근 지원을 얼마든지 가능토록 규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해 못 할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결국 선택권이 없고 힘없는 신임 소방공무원에게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또 일부 소방대원들은 신임 소방공무원을 채용할 때 화재진압, 운전, 행정 등 전문 인력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적성에 맞지 않고 원치 않는 업무를 강제로 맡으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업무의 효율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 보직 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 소방대원은 “생각보다 많은 대원들이 업무 적성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경찰이나 군처럼 당초 뽑을 때 자신이 원하는 보직을 지원받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후에도 변화 없는 소방조직에 대한 실망감도 이어지고 있다. 한 동료 대원은 “사건 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오히려 쉬쉬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공식적인 설명도 없이 이상한 소문만 퍼트리지 말라고 하는 소방은 정말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사건 이후 소방에서는 아예 내부 전산의 익명 게시판 등을 없애겠다는 검토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들의 내부 불만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 A 대원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처리 신청, 심사 진행
A 대원 유가족은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처리 신청을 한 상태다. 법률대리인을 맡은 변호사는 “A 대원은 B 소방서로 간 이후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다”며 “석 달 전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처리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에서 순직 처리가 반려되면 행정소송까지 할 생각”이라며 “경찰이나 검찰 등 제3기관이 아닌 같은 소방 조직 내에서 감찰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객관성이 결여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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