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인증 취소된 가스소화설비… 소방산업기술원 부실 인증 논란

8월 소방청 감사서 소방산업기술원 업무 소홀 지적
“프로그램 결과값 달라졌다” 사유로 인증 취소 처분
“인증 취소 처분은 억울하다” 해당 업체 부당성 호소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9/12/26 [10:45]

강제 인증 취소된 가스소화설비… 소방산업기술원 부실 인증 논란

8월 소방청 감사서 소방산업기술원 업무 소홀 지적
“프로그램 결과값 달라졌다” 사유로 인증 취소 처분
“인증 취소 처분은 억울하다” 해당 업체 부당성 호소

최영 기자 | 입력 : 2019/12/26 [10:45]

▲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된 소화약제 저장실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FPN 최영 기자]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가스계소화설비 인증을 내주는 과정에서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기술원 인증 담당자 등은 징계를 받고 해당 시스템의 인증이 취소되자 해당 업체가 부당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인증 절차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없었을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은 지난 17일 올해 초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을 받은 S사 FK-5-1-12 소화설비의 성능인증을 강제 취소했다.


해당 업체가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을 획득한 뒤 프로그램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사유에서다. 하지만 기술원이 인증을 내준 것과 관련해 지난 8월 소방청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소방청의 ‘2019년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관 운영 종합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술원은 최근 성능인증 취소 처분을 내린 가스계소화설비의 성능인증과 관련해 업무 소홀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인증을 내주는 과정에서 관련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등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소방청의 ‘2019년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관 운영 종합감사 자료’   © 소방방재신문


현행법에 따라 기술원은 가스계소화설비 설계에 필요한 프로그램의 유효성을 확인해 성능인증을 내준다. 이 같은 인증 절차는 소방청 고시인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소방청 감사 결과 기술원은 최근 성능인증 취소를 받은 S사의 가스계소화약제 헤드별 약제량에 대한 성능인증 시험을 진행한 후 검사자가 RAW DATA 방출량을 잘못 기재하면서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방출량 산정 수치를 초과하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정하지 않고 성능인증을 진행했다.


또 감사에선 가스계소화약제 설비 모델별 시험에선 관련 규정에서 정한 소화약제 중(용)량 허용범위 보다 총 약제량이 초과 또는 미달 방출되는 결과가 나온 점도 문제로 삼았다. 그러나 기술원은 헤드별 방출량과 표준편차 범위 내에 들어간다는 입장으로 문제성을 부정했다.


감사에서는 기술원이 dead volume 값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인증을 내준 사실도 문제로 봤다. dead volume이란 소화약제를 방출했을 때 집합관 등 배관에 남는 소화약제의 잔량을 말한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다른 업체 인증 프로그램의 경우 이 dead volume 값을 프로그램에 다르게 입력했을 때 방출 소화약제 값이 다르게 산출됐지만 S사 프로그램은 이 dead volume 값을 다르게 입력하더라도 잔량과 관계없이 소화약제 양과 헤드별 압력이 동일하게 나오는 사실이 지적됐다.


이 같은 dead volume 값의 적용 여부는 가스소화설비 프로그램 제조사별로 반영 여부가 각각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인증 기준에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사항이다.


또한 감사 과정에서는 가스계소화설비 배관을 연결하는 90's 엘보와 사이드 티, 결합구 등에 대한 등가길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보다 1/2 이상 적게 설정돼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업체마다 다른 등가길이 값을 적용해 설계프로그램을 구성할 경우 프로그램 성능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고 실제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는 50개 모델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어떤 방식으로 등가길이 값이 반영돼 결과물을 산출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기술원은 프로그램값과 현장 방출시험 값을 비교 테스트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기술원은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을 완료한 이후 제출된 설계 값 출력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기도 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월 13일 S사에 성능인증을 내준 기술원은 인증 완료 전에 작성 자료를 모두 받았어야 함에도 약 한 달 뒤인 3월 11일 작성한 자료를 설계프로그램 산출값에 포함해 놓고 있었다.


S사 프로그램의 인증이 2월 11일 완료된 후 3월 11일 다시 제출된 프로그램 결과값이 서로 미미한 차이로 다르게 나타나 있었지만 기술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기술원 담당자는 감사 과정에서 2월에 프로그램을 제출받은 뒤 문구 수정을 위해 업체로부터 도서와 프로그램을 3월에 다시 받았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기술원이 인증하는 과정에서 산출값 등의 일치성을 확인하고 점검해야 했지만 비교ㆍ검토 자체를 누락했던 셈이다.


소방청은 가스계소화설비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인증을 내주거나 적정 조치 없이 설계프로그램과 설계 값 출력물 등을 변경한 기술원 관계자 세 명의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또 RAW DATA 작성을 소홀히 한 두 명 담당자에게는 주의요구 처분을 했다.


기술원에 따르면 이번 S사의 성능인증 강제 취소 처분의 경우 여러 감사 결과 중에서도 프로그램 결과값이 다르다는 점만 사유가 됐다.


한편 이번 감사는 국내 가스계소화설비 프로그램이 해외 선진국 시스템과 달리 너무 길게 방출된다는 논란이 촉발했다. 현재까지도 이 같은 가스소화설비 장거리 방출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취소 처분은 부당” 호소하는 인증 취소 업체


성능인증 취소 처분을 받은 해당 업체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임의 변경했다는 사유로 내려진 인증 취소 조치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능인증 취소 내역  © 소방방재신문


S사는 먼저 변경된 프로그램 결과값을 포함해 수정된 성능인증 관련 서류 모두는 기술원의 수정 지침과 안내 절차에 따라 이행된 후 한 달 뒤 서류로 최종 수령했다고 주장한다.


S사 설명에 따르면 기술원으로부터 전자 파일로 성능인증서를 발급받은 시기는 2월 13일이다. 하지만 성능인증 관련 서류 등을 최종 수령한 건 3월 14일이다. 성능인증서를 발급받은 이후에도 세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친 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최종 인증 서류들을 받았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S사 측은 “기술원에서 성능인증서를 전자로 발급한 뒤에도 기술원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의 일부는 계속 수정이 이뤄졌다”며 “만약 이 과정의 오류 수정이 성능인증 변경 사유였다면 이를 기술원이 지적하거나 절차에 따르도록 알려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술원이 제시하는 것처럼 당사 가스계소화설비 프로그램이 임의 또는 불법적인 변경이라고 한다면 성능인증 관련 서류의 결과값은 2월 13일 프로그램의 결과값이어야 하지만 3월에 최종 인증을 받을 때 기록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로 삼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특히 해당 업체는 기술원의 미흡한 행정 처리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모든 소방용품의 형식승인이나 성능인증 등의 검ㆍ인증 과정에선 관련 기준에 따른 적합성 여부를 기술원이 판단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인증 시험 과정에서 보완이 요구되거나 불합격 결과가 나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기술원은 인증시험 과정에서 S사 프로그램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않았던 사실이 소방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인증 절차만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S사는 성능인증의 보완 요구를 받아 시정이 이뤄졌을 일이다.


S사는 “성능인증이나 변경인증은 기술원에 비용을 지불해 진행하게 되고 설계 매뉴얼이나 프로그램의 적정성, 일치성 등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건 기술원의 의무다”며 “그런데 프로그램 오류 수정과 관련해 그 오류 수정이 변경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면 이를 지적해 2월 13일 성능인증 발급 후 수정 부분에 대해서는 변경인증 절차를 밟도록 요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원의 행정 처리 미흡으로 인해 당사가 변경인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성능인증 취소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현장의 공기 지연 등 막대한 손해비용을 당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돼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S사는 성능인증 프로그램의 결과값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임의 조작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프로그램 결과값이 변경된 사실은 2019년 10월 25일 기술원 담당자로부터 통보받기 전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S사 설명에 따르면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은 미국 GSI사를 통해 개발됐다. 2019년 2월 13일 성능인증서를 전자 파일로 받은 뒤에도 기술원으로부터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S사는 세 차례 수정을 했다. 마지막 수정이 완료된 날짜는 최초 인증서를 전자로 발부받은 지 약 한 달이 지난 3월 11일이었다.


S사는 “기술원이 프로그램을 일부 요청한 이후 결과값이 변경된 이유를 프로그램 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일부 압력에 대한 제한사항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제한 사항의 메시지가 표시될 때를 고려한 프로그래밍 코드 섹션을 변경하면서 결과값이 일부 변경된 것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취소 사유가 된 임의변경 결과값 또한 -0.03~0.01의 평균 압력 차이와 0.01의 평균 방출 시간 등 극히 미미하다 보니 기술원과 당사 모두가 알 수 없었고 실제 시험한 소화 또는 방출 테스트의 허용오차 범위 내에 있어 프로그램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없다”고 주장했다.


S사는 이번 사태를 법리적 판단 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S사 관계자는 “12월 4일 열린 청문회 당시에도 기술원이 행정업무 처리가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했었다”며 “갑작스러운 성능인증 취소로 납품 문제와 영업 손실 등을 떠안게 된 만큼 가처분 신청 등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설치 현장 혼란 초래… 소방청 “확인 후 대처”


가스계소화설비 성능인증 취소 처분은 이례적인 일이다. S사가 공급해온 가스계소화설비는 최근 보급량이 증가하고 있는 FK-5-1-12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성능인증을 위해서는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증 취소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인증 10개월 이후 갑작스럽게 성능인증이 취소되면서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시스템은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약 10여 곳의 건축물에 적용되거나 설계가 이뤄진 상태다. 당장 준공을 눈앞에 둔 현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해당 시스템이 설치된 현장의 적법성 판단부터 현재 설치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 등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설치한 한 대상물의 관계자는 “최근 해당 시스템에 대한 인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며 “앞으로 이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취소 사유가 된 임의변경 사항이 기술기준에 저촉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기술원이 검토한 바로는 기술기준상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포혼합장치 리콜 건에 비춰볼 때 인증을 취소하더라도 기술원과 함께 현장을 확인해 기술기준상 문제가 없는 부분은 사용하도록 돕고 아닌 부분은 리콜했다”며 “이와 유사하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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