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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사고/집중취재②] 위험천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왜 썼을까

잇따르는 사고 우려로 대체 설비 사용 느는 추세인데…
원인은 대체 약제 못 쓰게 한 ‘위험물법’, 이대로 좋나
전문가들 “일본법 따온 현행 법규, 검증 거쳐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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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0/26 [00:11]

[이산화탄소 사고/집중취재②] 위험천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왜 썼을까

잇따르는 사고 우려로 대체 설비 사용 느는 추세인데…
원인은 대체 약제 못 쓰게 한 ‘위험물법’, 이대로 좋나
전문가들 “일본법 따온 현행 법규, 검증 거쳐 개선해야”

최영 기자 | 입력 : 2021/10/26 [00:11]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소화약제 저장실


[FPN 최영 기자] = 이산화탄소 방출사고로 3명이 숨진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는 지난 6월 16일 소방시설 완공검사 증명을 받고 6월 25일 건축물의 사용승인을 완료했다. 완공 4개월밖에 안 된 최신식 건물에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적용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01년 종로 금호미술관에서 발생한 오방출 사고로 1명이 숨졌고 2003년 9월 영광원전에서도 4명이 방출된 가스를 들이마셔 호흡곤란과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같은 해 10월에도 서울 강남의 한 주차타워에서 방출사고가 나 1명이 숨졌다. 

 

이후에도 2008년 논산 금강대학교(사망 1명, 부상 1명), 2011년 부평 한국GM(사망 1명, 중상 2명), 2014년 삼성전자 영통 연구소(사망 1명), 2015년 경주 코오롱호텔(사망 1명, 부상 6명), 광주 광천동 병원(부상 7명), 용인 삼성사업장(사망 2명, 부상 1명), 광주 주차타워(경상 3명), 대전 서구 빌딩(사망 1명, 중상 1명) 등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피해가 잇따르면서 최근에는 유사 사고 피해 방지를 위해 건축물에 적용되는 가스계 소화설비를 ‘할로겐 화합물’이나 ‘불활성 가스’로 적용하는 시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소화 가스들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처럼 기체(가스)를 사용하지만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농도 등이 고려돼 상주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가산 데이터센터에는 인명피해 예방이 가능한 소화약제를 두고 고위험 소화설비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적용했던 걸까.

 

소방분야 관계자들은 그 배경으로 소방관련법을 지목한다. 건축물 내 위험물시설로 분류되는 공간(발전기실, 옥내탱크저장소)이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할로겐 화합물 또는 불활성 가스의 사용을 원천 제한하고 있어서다.

 

현행 ‘위험물 안전관리에 관한 세부기준(소방청 고시)’에선 경유 등의 위험물(제4류2석유류) 취급 시설은 방호구획 체적이 1천㎥ 미만일 때에만 할로겐 또는 불활성 가스를 적용할 수 있다. 발전기실은 이 같은 위험물 일반취급소에 해당한다. 이는 과거 일본법을 따와 우리나라에 반영된 기준이다.

 

사고가 발생한 가산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는 할로겐 화합물을 적용하면서도 발전기실과 위험물 옥내탱크저장소에 대량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배경이다.

 

본지가 입수한 지하 3층 도면에 따르면 발전기실의 바닥면적은 약 1200㎡, 높이는 약 8m, 전체 체적은 약 9500㎡ 규모의 발전기실이 각각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129병(병당 58㎏)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를 사용해 각각의 장소에서 불이 났을 때 진압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오방출 시 질식 등의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스계 소화약제 사용을 원하는 건축물마저도 반드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소방시설 설계업계의 A 소방기술사는 “인명피해를 걱정하는 여러 건물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적용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위험물 관련 법규로 인해 불가피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한 걸 알면서도 법에서 막고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반영하는 게 현실이다”고 귀띔했다.

 

소방분야 전문가들은 화재진압을 위해 설치하는 소화설비가 불러오는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체 소화약제의 사용 가능성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B 소방기술사는 “위험물법에서 할로겐이나 불활성 가스를 제한하는 1천㎡ 규모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규모”라며 “대체 소화 가스와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일본법을 따왔다는 이유로 법규 개선을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소화 적응성 판단을 위한 국가 차원의 성능검증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큰 발전기실이나 옥내탱크저장시설에 대해서는 가스계소화설비가 아닌 포소화 방식의 설비를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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