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위험천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이대로 좋은가

-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 위험성 수면위로
- 잇따르는 인명사고… 사고 방지 위한 대비책은?
- 인명안전 외면한 우리나라 법규, 제도 정비 ‘시급’

최영 기자 | 입력 : 2014/04/25 [14:32]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변전실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오작동 사고로 다시금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위험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기도소방본부는 사고 직후 가스계소화설비의 유사사고 방지와 정상작동을 위해 일제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조사는 가스소화설비가 설치된 경기도내 1,220개소의 시설물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경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통해 소방안전관리자의 선임과 업무수행에 관한 적합성을 확인하고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 등 자체점검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4월 30일까지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486개소를 점검하고 5월에는 할로겐화합물 소화설비 204개소, 6월부터 7월까지는 530개소에 이르는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를 조사하는 등 3단계로 나눠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실태 점검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대한 총체적인 규정 검토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인명안전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를 계기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위험성을 재조명하고 인명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과 우리나라 관련 제도의 미흡한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위험천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지난 1920년대에 NFPA(미국방화협회.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lation)코드로 사용기준이 마련되면서 최초의 상용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심부화재에서 뛰어난 소화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상업용 시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1970년 이후부터는 세계적으로 인체 안전성을 갖춘 할론 소화약제의 등장 이후 청정소화약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사용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수한 소화성능과 높은 경제성 덕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심부화재 대상물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가스계소화설비에 사용되는 소화약제의 위험성은 비화재 시 방출 상황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화재 시 가연물에서 생성되는 연소가스의 독성이 소화가스의 영향성 보다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대표적인 위험성은 수많은 사고사례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산소농도 저하와 이산화탄소의 흡입에 따라 나타나는 치명적인 인체 영향성이다.

이산화탄소 자체는 무독성 기체로 분류되지만 일반적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경우 방사 후 방호구역내의 산소 농도를 16~14%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에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사고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욱 큰 위험성은 이산화탄소의 직접적인 흡입이다. 이산화탄소 자체가 공기 중에 10%만 포함되더라도 사람의 인체에는 시력장애를 시작으로 몸이 떨리게 되며 2~3분 이내에 의식을 잃고 그대로 방치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20% 이상일 때에는 중추 신경 마비로 단시간 내 사망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심부화재를 고려해 50% 이상으로 설계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특성상 방출 공간 속에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절대로 생존할 수 없다.

표면적인 상식으로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혼입시켜 산소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산소농도 저하로 인한 질식 위험성을 높게 보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명피해의 주원인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의 또하나의 위험성은 동상의 위험이다. 액화 상태로 저장되는 이산화탄소는 기화할 때 약 영하 83도씨까지 하강하게 되는데 이 때 인체나 시설물이 노출될 경우에는 동상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치명적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아직까지도 선진 외국에서조차 널리 사용되고 있다. 뛰어난 소화성능과 높은 경제성 때문이다. 하지만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더욱 강한 기준이 적용된다.

현행법상 국내에 적용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소방방재청 고시인 국가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설치되지만 이 규정들이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안전 확보 방안 “선진국과 달라”
위험성 인식 부족한 이유, 알고보니… = 잇따르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비가 구축된 시설물의 관계자가 그 위험성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설치되는 우리나라의 부가장치나 시설, 교육 등 관련규정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미흡하기 짝이 없다.

소화설비 인근에 부착되는 경고표지만 해도 국내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지만 미국 NFPA나 ISO, VDS 등 선진 기준에서는 명확한 경고표지를 통해 시설물 관계자가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 선진국에서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설치되는 모든 방호공간과 입구, 인근 지역, 저장실, 수동 발신기 등에 그림과 같은 안전표지판이 설치된다     © 소방방재신문
방호구역 내부와 입구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대한 경고표지를 부착하도록 하고 소화약제 저장실에도 방출 후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를 붙인다. 또 관계자의 즉각적인 피난을 위해 대피경로가 되는 통로를 확보해야 하며 방호구역 출입문은 내부에서 밖으로 열 수 있도록 하되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빠른 대피를 위해 비상등과 대피경로 표지 등도 설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재안전기준에는 이 같은 규정들이 전무하다. 이 때문에 경고표지나 방화문의 방향, 대피경로 등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적용한 시설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선진국의 경우 시설물 관계자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대한 정보 숙지를 위해설비 사용설명서를 비치하고 관계자에 대한 이산화탄소의 위험성 교육도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규정 역시 없는 상황이다.

방출 경보 방식도 “선진국과 차이”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방출될 경우 필수적으로 울리는 경보장치도 선진국과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화재감지기와 연동해 자동으로 경보를 발해야 하고 소화약제 방사 개시 후에는 1분 이상 경보를 발하도록 벨이나 부자 등을 설치해야 한다. 또 방호구역 입구에는 소화약제 방출을 명시하는 표시등이 켜지도록 구성되는데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 방호구역에만 한정된 경보를 발하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선진국은 국내와 달리 청각 뿐 아니라 시각 경보장치도 설치해야 하고 소화약제 방출 표시등 외에도 대피 경고등을 방호구역 출입문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호구역이 정상상태로 복구될 때까지는 지속적인 경보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국내와는 달리 강화된 경보방식이 적용된다.

철저한 선진국의 오방출 대비책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방출 직전 상황에 놓이면 방호구역 인근에 있는 관계자의 생명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비거주지역에만 사용할 수 있지만 비거주지역이라 할지라도 통상적으로 시설물의 운용이나 관리를 위해 출입하는 부분도 비거주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시설물의 운용을 위한 출입 시 안전을 확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 미국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이산화탄소소화설비의 구성 모습     © 소방방재신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대비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배관에 수동으로 잠금밸브(Lock-out valve)를 설치한다. 잠금밸브는 시설물 운용 등 관리를 위해 방호구역에 접근할 경우 사전에 원천적으로 소화약제의 방출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다.

국내 설비에는 이 같은 잠금밸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적용되지 않지만 극히 소수의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잠금밸브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제 방출 후에도 안전성 확보돼야 = 지난 2008년 충남 금강대학교 본관 지하 변압기실에서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화재를 진압했지만 이곳에 접근하던 방재실 직원 2명이 질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소화약제 방출 이후 방호구역 인근에 접근하다가 변을 당했던 대표적인 사례다.
▲ 지난 2008년 9월 13일 이산화탄소 방출사고가 발생한 금강대학교 강의동 지하 전기실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이처럼 소화약제 방출 이후 관계자의 접근 시 발생되는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공기호흡기와 배출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유동성이 낮아 일정 공간에 방출됐을 때에는 인근에 접근하는 관계자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계자의 접근을 통해 환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지난달 27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오방출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에 설치되어 있던 공기호흡기의 모습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부터 방호구역 인근에 공기호흡기를 비치하도록 관련법을 개선했다. 배출설비는 현행 화재안전기준에서도 지하층과 밀폐된 거실 등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할 경우 소화약제의 농도를 희석시키기 위해 설치토록 강제화하고 있으나 문제는 구체적인 설치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배출설비를 △전용배출기 △겸용배출기 △자연배기 방식 등 3가지 중 한 가지로 택일하게 된다. 이 중 전용 배출기는 소화약제 방출 시 방호구역에 체류한 가스만을 빼내기 위해 독단적으로 설치하는 설비이지만 실제 설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겸용배출기의 경우 환기장치(공조시설)와 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보편적으로 방호구역 상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배출하기는 한계가 있다.

구체적인 기준조차 없는 자연배기 방식의 배출설비는 더욱 심각하다. 가스소화설비가 설치되는 방호구역은 원천적으로 밀폐조건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자연배기가 가능한 창문이나 개구부의 허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자연배기를 위해서는 출입문이나 개구부를 개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효율적인 배출이 불가능하고 자연배기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도 부재하다.

반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예방심사기준에서 ‘배기장치에 의한 배출방식’과 ‘자연배기에 의한 배출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있고 미국 등 선진국은 자연배기가 아닌 기계식 배기 장치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용 부취제(odorizer)     © 소방방재신문
더불어 선진국의 경우 인명안전을 위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는 부취제(odorizer)도 적용된다. 부취제는 무색, 무취의 이산화탄소 위험성을 후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이산화탄소 방출 시 가스와 특정 냄새가 나는 물질을 함께 혼입시켜 방출하는 장치로 국내에서도 개발돼 일부 시설물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인명안전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관련 제도의 손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체안전성 측면을 중심으로 소화설비를 적용할 경우에는 청정소화약제 계열의 소화약제 설비를 사용해 화재의 소화와 더불어 평상시 관계자의 안전까지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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