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집중취재] 의정부 화재 피해 키운 주범은 “건축법”… 어떤 대책 필요하나

-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4명 사망 126명 부상
- 주차장서 시작된 불… 이웃 건물로 삽시간에 번져
- ‘안전’ 없는 건축물, 구조적 문제부터 뜯어 고쳐야

<집중취재①>130명 사상… 피해 키운 근본 원인은?
<집중취재②>사고 재발 막으려면 어떤 대책 필요한가

광고
최영,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5/01/23 [17:23]

[집중취재] 의정부 화재 피해 키운 주범은 “건축법”… 어떤 대책 필요하나

-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4명 사망 126명 부상
- 주차장서 시작된 불… 이웃 건물로 삽시간에 번져
- ‘안전’ 없는 건축물, 구조적 문제부터 뜯어 고쳐야

<집중취재①>130명 사상… 피해 키운 근본 원인은?
<집중취재②>사고 재발 막으려면 어떤 대책 필요한가

최영,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5/01/23 [17:23]

지난 10일 오전 의정부의 한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9시 16분경 의정부시 의정부동 평화로 부근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에서 최초 발생한 화재는 바로 옆 10층짜리 드림타운과 해뜨는마을 아파트로 옮아붙었다.

최초 발화 후 11분이 지연된 9시 27분경 신고를 받은 소방은 헬기 5대 등 총 164대의 장비와 771명의 소방인력을 투입해 화마와의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건물 인근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진입조차 힘들었고 건물 뒷편에 위치한 철로는 진화와 구조작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화재 이후 2시간 가량이 지난 11시 44분경에서야 불길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 화재로 한경진(27, 여)씨와 안현순(68, 여)씨, 이광혁(45, 남)씨, 윤효정(29, 여)씨 등 4명이 숨지고 11명이 중상을, 115명이 경상을 입었다. 소방서 추산 재산피해액은 약 90억원에 달한다.

이날 사고로 숨진 605호 거주자 한경진씨는 6~7층 계단사이에서 발견됐고 906층에 살던 안현순씨는 10층 옥상 앞 계단에서, 이광혁씨는 503호 입구 복도에서 발견됐다. 사망자 중 702호에 거주하던 윤효정씨는 지하 1층에서 발견되면서 화재 당시 건물 내부가 얼마나 긴박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망자의 발견 장소로 미뤄볼 때 모두 대피를 하던 중 화염과 유독가스에 노출돼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6명의 부상자는 사고 당시 연기를 흡입하거나 골절상 등을 입었으며 일부는 치료를 받고 돌아갔고 일부는 병원에서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최초 1층 주차장 내 세대 출입구 옆 우편함 앞에 서있던 4륜 오토바이에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는 소유주 김모(53)씨가 오토바이를 잠시 만지다가 위층으로 올라간 후 불이 붙는 장면이 포착됐다.

20일 경찰은 당시 오토바이 소유주인 김씨가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 열쇠가 빠지지 않자 라이터로 키박스에 불을 붙였던 정황을 확인했다.

화재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 등 3개 건물은?
▲ 화재가 발생 현장의 모습. 가장 우측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좌측의 드림타운과 해뜨는마을 아파트로 번졌다. ⓒ 최영 기자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10층, 연면적 2537.24㎡ 규모의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이다. 아파트와 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선 복합건축물로 소방준공허가는 지난 2012년 9월 17일, 건축 사용승인은 동년 10월 11일 받았다. 이 건물의 소방시설로는 옥내소화전 11개와 자동화재탐지설비, 총 126개의 화재감지기가 달려 있다.

대봉그린과 똑같이 생긴 바로 옆 건물 드림타운 역시 지하 1층 지상 10층, 연면적 2518.26㎡ 규모의 철근콘크리트조 복합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소방인허가를 2012년 9월 17일, 동년 9월 28일 건축 사용승인을 받았다. 소방시설 현황은 대봉그린과 동일하며 건축법상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구분된다.


불길이 가장 나중에 번진 해뜨는 마을은 지상 15층 지하 1층 4,261.735㎡ 규모의 철근콘크리트조 건물로 아파트와 업무시설이 들어선 복합건축물이다. 2013년 4월 3일 소방준공을 받았으며 동년 5월 14일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이 곳에는 517개의 스프링클러헤드와 322개의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었고 이 해뜨는 마을 아파트에 붙어 있는 주차타워는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68개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집중취재①]130명 사상자 발생… 피해 키운 근본적인 원인은?
- 필로티 구조와 단열재ㆍ이격거리ㆍ내화구조 "주범은 건축법이다"
- 실효성 낮은 주차장 소방시설과 취약한 주변 환경은 소방활동 방해

의정부 화재는 우리나라 건축물의 취약한 화재안전성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현행 허술한 건축법에 따라 지어진 건물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안전이 고려되지 않은 필로티 구조와 화재초기부터 막혀버린 단일 피난로, 가연성 외장재 등의 문제는 건축물의 태생부터 이번 사고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FPN)는 이번 사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근본적인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봤다.

‘안전’ 고려 없는 필로티 구조 = 이번 화재에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이 들어선 필로티 구조를 꼽을 수 있다. 필로티(Pilotis)란 건축물 1층에 기둥만 있는 트인 공간으로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 또는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구조를 말한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지반보다 높은 위치에 건물을 위치시켜 땅에서 올라오는 수분 영향을 줄이고 개방감을 높여 자동차나 사람의 동선을 확보해 주는 장점이 있다. 또 1층 세대의 사생활 보호와 방범 효과,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 화재로 인해 전소되어 버린 대봉그린아파트의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과 출입문.     ⓒ 이재홍 기자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 해뜨는 마을 아파트는 모두 1층의 필로티 공간을 주차장으로 구성했다.

특히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이 주차장을 경유하지 않으면 건물 내로 들어갈 수조차 없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출입구 쪽에서 일어난 불은 유일한 피난로인 주차장과 건물 입구를 막아 버렸다. 화재 발생 초기부터 유일한 피난로가 봉쇄돼 버린 것이다.

화재 시 발생된 연기 또한 건물 출입구 쪽 계단과 피트를 타고 빠르게 상층부로 확산되면서 주민들은 단시간에 꼼짝달싹 못하게 고립됐다. 필로티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의 구조가 피해를 키운 꼴이다.

또한 이러한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은 옆 건물인 드림타운과 해뜨는마을 아파트로도 불길이 쉽게 번져나가는 원인이 됐다. 드림타운 역시 동일한 형태의 필로티 주차장에 다수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해뜨는마을 아파트의 기계식 주차타워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피난로엔 방화문도 없었다 = 주차장과 연결되는 1층 입구에는 화재확산 방지와 연기 차단에 필수적인 방화문도 없었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은 주차장과 건물 출입구가 면하는 입구를 유리재질의 자동문으로 갖추고 있었다.
▲ 대봉그린 및 드림타운 주차장과 연결된 유리재질의 출입문과 상부층 계단실과 복도로 이어지는 출입문의 문     ⓒ 소방방재신문
여기에 2층부터는 계단실에서 복도로 연결되는 위치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건축법 규격에 미달되는 재질의 문을 사용한 것으로 경찰과 소방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도어클로저조차 없이 상시 열린 상태로 방치됐다는 사실도 일부 확인됐다. 이 때문에 차량 화재로 발생된 많은 양의 유독가스와 불길은 상층부로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통신피트 타고 상층부로 ‘활활’ = 경찰과 소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봉그린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은 1층 필로티에서 건물 입구를 타고 통신피트를 통해 윗층으로 확산됐다. 1층과 2층 사이의 방화구획을 관통하고 있던 통신선로가 화재를 전이시킨 역할을 했던 것이다.

현행법상 건물 내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설비가 있을 경우 구조체 틈새를 내화성 재료로 충전해 화재확산을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곳은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쏘시개’ 인화성 외벽 단열재 = 화재 당시 1층에서 최초 발생한 불은 주차장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건축물 외장재로 옮겨 붙었다.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하면서 단열재로 화재에 취약한 EPS(Expanded Poly-Styrene, 스티로폼 재질의 발포 스타이렌)를 사용한 탓이다.
▲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사이의 불타버린 외벽의 모습     ⓒ 이재홍 기자
드라이비트는 건축물 외벽 단열 공법 중 하나로 단열성이 뛰어나고 시공이 편리하다. 디자인면에서도 장점이 커 널리 사용됐지만 시공 후 환경 영향 등에 따른 사후관리가 쉽지 않아 쓰임새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적용 현장이 또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내단열 공법 보다 건물 바깥에 단열재를 붙이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이비트 공법 적용 시 단열재를 스티로폼 등으로 적용할 경우에는 화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화재가 난 대봉그린타운과 드림타운의 경우 정면은 불연재인 대리석을 외장재로 붙였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측면은 이러한 인화성 단열재를 적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했다. 화재안전은 뒷전인 채 단열에만 치중한 건축물이 결국엔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좁디좁은 건물 이격거리 =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이격거리가 워낙 짧았다. 이 때문에 최초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불 길이 외벽으로 확산되자 옆 건물로 쉽게 번져 나갈 수 있었다. 건물 간의 좁은 이격거리가 화마를 연결시킨 고리가 된 것이다.
▲ 화재가 확산되면서 모두 타버린 외벽과 불과 1.5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축물 간의 이격거리     ⓒ 이재홍 기자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는 이름과 달리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허가받은 곳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일반적인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과 달리 상업지역에 건축되다 보니 일조권 적용에서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만 넘으면 된다. 이 때문에 이 두 도시형생활주택의 간격은 약 1.5m 정도에 불과했다.

실패한 초기소화… 자동소화설비도 없어= 화재 발생 오피스텔이 소화설비 사각지대에 놓인 10층 이하 건물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 이 두 건물은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가 없었다. 현행법상 11층 이상일 경우에만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동소화설비가 없는 주차장도 문제였다.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과 불길이 옮겨 붙은 드림타운에는 소방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갖춘 호스릴 방식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2대 씩 총 4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이를 사용조차 못했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초 화재를 인지해 신고한 건물관리인은 상부층에 비치된 소화기를 가져와 초기진화를 시도하는데 그쳤다.

취약한 주변 환경, 소방활동에 악영향 = 이날 화재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소방은 오전 9시 27분경 최초 화재신고를 받아 9시 33분 경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약 6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주변에 즐비한 차량들 때문에 화재진압과 구조작업은 순탄치 못했다. 또 화재 발생 건물 바로 뒤 쪽에 위치한 철도는 소방차량의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 역시 도시형생활주택의 폐혜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세대당 1대를 구비해야 하는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주차장 설치 기준이 전용면적 30㎡ 미만은 가구당 0.5대, 30㎡ 초과∼50㎡ 이하는 가구당 0.6대로 완화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주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집중취재②]사고 재발 막으려면 어떤 대책 필요한가
- 기형적 건축물 양산하는 건축법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 뒷짐진 국토부가 방치해 온 건축법, 소방 수습 한계 봉착
- 현실과 동떨어진 비정상적 소방시설도 시급히 손질해야


의정부 사고와 같은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건축법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나온다.
 
단 하나뿐인 피난로가 제역할을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주거시설도 양방향 피난로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고 안전과는 동떨어진 무분별한 건축자재 사용을 강하게 제재해 나가야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건축법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가 안전을 바라보며 끼고 있는 팔짱부터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건축물의 태생부터 나타나는 기형적인 문제들을 더 이상 소방에서 수습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크다.

소방 분야도 자동소화설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화재 시 초기 소화가 가능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현재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시설 규정들도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관련 법규를 고친다해도 기존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은 여전히 풀기 힘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마련하는 종합대책에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 확보방안도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FPN)는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어떠한 제도를, 과연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될지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건축 초기부터 “양방향 피난” 고려해야 = 화재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은 단 하나였던 피난로다. 유일했던 탈출구이자 피난로였던 건물 입구는 화재 초기부터 제구실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상층부로의 화재를 전파시켰고 연기 확산의 경로가 됐다.
▲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의 건물 내부는긴 복도 좌우 총 11개의 실이 위치해 있다. 복도 끝은 피난 계단이 없어 막다른 복도의 형상을 보인다. 마치 고시원이 연상케 한다.   ⓒ 최영 기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안전을 등진 건축법을 지목한다. 특히 현행 건축법상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건축물에는 양방향 피난로를 확보해야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옥외피난계단 등 양방향 피난이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건축물의 피난로 문제는 주거시설 뿐 아니라 상업용 시설에서도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 2012년 5월 5일 9명이 죽고 33명이 다친 시크노래주점 화재 역시 피난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6층짜리 건물은 불명확한 건축법규 때문에 2개소의 직통계단과 옥외피난계단 모두가 동일한 방향에 놓여져 있었다.
▲ 지난 2012년 5월 5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시크노래주점의 3층 평면도. 당시 한쪽으로 쏠린 피난계단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국토교통부는 아직도 이 규정을 고치지 않고 있다.    
피난계단 간의 거리나 방향 등 명확한 규정 없이 건축법에서는 직통계단의 출입구는 피난에 지장이 없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도록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시크노래주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이 규정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건축법상 피난로의 문제는 소방의 기형적인 정책을 양산하기도 한다. 건축물에 양방향 피난로가 없다 보니 소방에서는 피난기구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있다. 최초 건축 당시부터 시작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방법이 뒷수습을 하고 있는 꼴이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피난기구인 완강기다. 화재가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역시 피난계단 반대편 끝에는 완강기가 각 층마다 한 대씩 설치돼 있었다. 건물 내 반대 편에 비상계단이 없다보니 완강기를 설치해 양방향 피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완강기는 사용자 수에 따라 1명씩 순차적으로 대피해야만 하기 때문에 원활한 피난에는 한계가 있고 더욱이 대봉그린이나 드림타운과 같이 한 층에 하나만 설치할 경우엔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크다. 소방시설로 피난로를 보완하는 것보다는 건축물의 구조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 시카고 다운타운내 위치한 고건축물의 모습으로 일부 건물 외부에는 철제 옥외 피난계단이 설치돼 있다. 시카고의 한 현지인은 "건축물 내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태에서 피난로가 두 개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무조건 외벽에 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미관 따위는 상관없다.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최영 기자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거시설도 최초 건축물의 설계 때부터 서로 다른 반대 방향의 양방향 피난로를 확보하도록 하거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옥외 피난계단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벽 단열재, 화재안전성 높여야 = 사고에서 드러난 건축법의 문제 중 하나는 외벽 단열재다. 에너지의 효율성 면에서 건축물의 내단열 공법 보다 효과가 뛰어난 외벽 단열방식은 마감 시 건물 외벽과 마감재 사이에 어떤 소재의 단열재를 넣느냐가 안전성을 좌우한다.

이번 화재는 외벽 마감재료에 가연성 단열재를 적용했을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때문에 외벽 마감재료의 의무 사용 범주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에서는 30층 이상 건축물과 상업지역 내 다중이용업(바닥면적 2천제곱미터 이상) 용도의 건축물, 공장으로부터 6m이내 위치한 건축물에 대해서만 외벽 마감재를 불연재료로 사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강화된 법규정이지만 30층 이상과 특정 건축물로 국한하고 있어 우리나라 건축물 대부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반면 독일은 22m가 넘는 건물에 외단열 공법을 적용할 경우 반드시 불연성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외벽 마감재료의 제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축물 외장재를 규제하는 모호한 법규정의 손질도 시급하다. 건축물 마감재를 제한하는 근거 규정(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건축물의 마감재료’라는 표현이 담겨져 있는데 이로 인해 화재에 가장 취약한 단열재는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미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드라이비트 등 외단열 공법을 적용할 때 육안으로 보이는 겉 외장재만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법규 도입 취지가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장재의 겉표면 뿐 아니라 외벽과 외장재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를 포함해 규제하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법규를 운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화재 취약’ 필로티 구조, 개선 시급 =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유일한 출입구인 1층 피난로를 차단했던 이유는 주차장을 경유해 주거시설로 출입하는 형태의 필로티 구조 때문이다.

필로티 공간에 주차된 차량은 화재 시 언제든지 가연물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었만 주차장을 거치지 않고선 건물 내 출입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 중 주차장과 출입구가 연결된 건축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주차장 내부에 위치한 출입문으로 인해 화재시 주차장은 대피로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불길이 출입문을 가로 막으면서 대피로는 한순간에 차단돼 버렸다.     ⓒ 이재홍 기자

주차장에서 발생되는 화재에 대비했다면 결코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건축물의 필로티는 수분이나 재해 등 환경 피해를 줄이고 사생활 침해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더욱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공동주택에 적용했을 때에는 바닥면적 산정과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1층 필로티 공간을 주차장으로 겸용하는 건축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즐비해 있다. 비단 도시형생활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의 필로티 구조와는 다르게 출입구가 외부와 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건물의 모습. 대봉그린이 이러한 구조를 갖췄더라면 인명피해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최영 기자    

따라서 이번 사고의 대책으로 1층 필로티 공간을 주차장으로 구성하는 건축물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차장과 건물 출입구가 내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추거나 의무적으로 방화구획을 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 정립과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

방화구획 관통부 규제, 정상화 필요 = 이번 화재는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1층 입구를 타고 건물 내부로 들어와 2층으로 번져 나갔다. 1층에서 상층부로 이어지는 통신피트가 문제였다.

건축법에 따라 이러한 방화구획에 통신이나 배관, 전선 등이 관통할 경우 반드시 내화충전구조를 갖춰야만 한다. 하지만 이 법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화구획 관통부 규정이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 허술한 관리ㆍ감독 문제를 꼽는다.
▲ 1층 주차장에서 발생된 화재는 출입구로 이어져 1층 통신피트(좌)에 불이 붙었고 상층(우)으로 확산됐다. 건축 당시 통신선 등을 상부층으로 관통시키면서 내화충전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관련법에서 관통부에 대한 내화충전구조를 갖추도록 규정해 놓고선 이를 위한 관리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건축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소방시설공사감리자가 떠맡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국회 이명수 의원이 세종정부청사 국무총리실 입주건물을 점검한 결과 구획 관통 부분을 엉터리로 시공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관련법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가 건축물 방화구획 관통부에 대한 내화충전구조 성능 확보를 위해 철저한 감독과 관리를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차장 소화설비 실효성 높여야 =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은 건축물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컸다. 하지만 소방시설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고처럼 소규모 주차장에서 발생되는 화재는 주변 곳곳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고 초기소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10월 18일에는 강서구 화곡동 소재 필로티 구조 모텔의 1층 주차장에서 발생된 화재로 1명이 죽고 34명이 다쳤다. 지난 13일에도 서울 강북구의 7층짜리 주택 1층 주차장(필로티형)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다쳤다.

소방법상 주차장은 일정 규모가 넘어가야만 자동소화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경우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라는 소방시설이 설치된다. 취재결과 대봉그린과 드림타운도 자동소화설비의 설치 대상은 아니었지만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를 갖춘 건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소화설비는 쓸모가 없었다.

호스릴방식의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화재 시 사람이 직접 연결된 호스를 끌어다 써야하는 캐비넷 형태의 소방시설이다. 화재 당시 주차된 차량은 이 소화설비의 문을 가로막고 있어 개방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 초기 소화를 위해 갖춘 소방시설이 주차 차량 때문에 애초부터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문을 열기조차 어려운 상태로 설치돼 있는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     ⓒ 최영 기자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조작방법이 일반 소화기처럼 간단하지 않아 일반인이 사용하기가 어렵고 한번 사용 시에는 재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요령 습득을 위한 교육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화재 상황에서 관리자나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시중에 보급되는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타 소방용품과 달리 성능 검증조차 거치지 않고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국민안전처에서 정한 검정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조사별로 공급하는 제품의 형태가 제각기 다르고 표준화된 사용법도 없다. 법에서 강제 설치토록 규정하면서 도 최소한의 신뢰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는 것이다.

소방분야의 한 관계자는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관리자나 일반인이 사용하도록 한 소방시설인데 제품의 표준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설이 과연 성능을 보장할 수 있겠냐”며 “더욱 중요한 내구성과 편의성도 전혀 검증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규모 주차장에 설치되는 호스릴 이산화탄소소화설비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차장의 면적에 따라 자동소화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한 현행 법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사고처럼 건축 구조물의 특성상 주차장 화재 시 피난이 불가능하거나 외벽 마감재 등으로 인해 위험도가 높을 경우 사전에 위험요소를 고려해 의무적으로 더욱 강화된 소방시설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현실적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수계소방기술부문 위원회 위원장인 여용주 소방기술사는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은 건축 구조물의 형태 등에 따라 80% 이상이 좌우된다”며 “단순한 면적 기준이 아니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건축물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소화설비 등 강화된 소방시설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줄 완강기’ 설치 환경 관리ㆍ감독 시급 = 건축법에서 거르지 못한 양방향 피난로 확보를 위해 설치된 것은 완강기였다. 하지만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은 이조차 사용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에도 완강기를 이용해 대피한 주민은 없었다.

주민들이 완강기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설치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있지만 설치 환경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건물은 3층부터 10층 복도 끝에 완강기가 1대씩 설치돼 있다.

복도 끝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발코니 공간이 있는데 이 벽면에 설치된 완강기는 맞은편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설사 완강기 사용법을 숙지하고 설치 사실 또한 주민이 알았더라도 활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구조가 아니다.
▲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내 완강기가 설치된 복도 끝 발코니 공간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함께 설치돼 있다. 비상문을 열 경우 문이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았고 문을 닫은 이후에는 장소가 비좁아 완강기를 수월하게 사용하기는 힘든 상태다.     ⓒ 최영 기자
완강기는 화재 시 최후의 생명줄이 될 수 있지만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완강기가 설치된 건축물 중에는 유리창을 파괴해야만 피난이 가능한 구조임에도 유리가 너무 두꺼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방범창이 설치돼 완강기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 유리창을 파괴해야만 하지만 파괴를 위한 도구가 없거나 완강기 설치 사실을 알려주는 문구가 없는 경우도 있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같이 에어컨 실외기나 화분, 적재물로 인해 사용이 어려운 구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소방법에 맞춰 형식적으로 갖추는 경향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화재 시 실제 인명이 피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려면 최초 설치 과정과 유지관리 시점에서한 면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활동 방해 주범 '주차난' 해소방안 찾아야 = 이번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소방활동을 막는 주차난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다. 의정부 대봉그린 인근 도로의 경우 소방차 진입이 곤란할 정도로 비좁았다.

주변 골목 양쪽에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으로 설치돼 있어 골목의 실제 도로폭은 2.7m에 불과했다. 화재 시 긴급한 소방활동 전개는 커녕 차를 빼지 않고서는 특수차량의 진입조차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 강화와 소방차량 출동로를 고려하지 않은 주차구역도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소방활동을 고려해 별도의 주차공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영, 이재홍 기자 young@fpn119.co.kr
의정부 화재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