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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설계 현실의 공론화

한국 소방기술인협회 여용주 기술사

여용주 기술사 | 입력 : 2006/08/23 [14:14]
▲여용주 소방기술사

우리나라의 소방시설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안정적인 소방시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설계에서부터 허가, 시공, 감리 그리고 유지관리에 이르는 매 단계마다 설계도서의 문제점을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이쯤 되면 소방시설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현장에서 시공자와 감리자가 하는 일을 보자. 처음에는 설계도서에 누락된 것이 없는지 기를 쓰고 찾아야 한다.
 
설계가 비교적 잘된 도면을 받으면 그 현장은 운이 좋은 거다. 반대로 형편없는 도면을 받으면 준공이 끝날 때 까지 잘못된 것 고치느라 정신이 없다.

어떤 시설은 아예 도면조차도 없는 경우도 있다. 문제를 알아도 시기가 늦어 고칠 수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거의 대부분의 설계자는 현장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그런다. 그러다 준공시점에 임박하여 중대한 시설이 설계에 빠진 것을 알고 설치해라고 그러면, 이제야 지적한다고 건축주로부터 온갖 욕설을 다 듣고, 시공사는 돈 안주면 못한다고 버틴다.

그렇게 죽어라 고생하고 수정해가면서 만든 준공 도서에 설계자의 날인을 받으려니 검토비용이 필요하단다. 이쯤 되면 돌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나 그렇게 준공 끝냈다고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점검업체가 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한다. 지적한 것을 찾아보면 설계도서에도 없는 사항이다.

설계자에게 따지면 화재안전기준에 그런 조항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시쳇말로 뭐 빠지게 고생하면서 검토하였으나 실수로 확인하지 못한 죄로 관할서에서 감리부실의 책임을 물어 회사는 행정처분받고 개인은 회사로부터 무능력한 놈으로 낙인이 찍힌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문제점이 다시 반영되어 고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은 점검 때 마다 계속해서 지적내용이 나오고 성능도 말썽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면 당연히 부실설계가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피상적으로 부각된 문제점일 뿐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설계자는 용역비가 형편없어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항변하지만 반대로 설계를 부실하게 하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말과 똑같다. 그렇다면 설계업의 면허가 따로 없고 개인자격으로 설계도서에 날인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해야 하지 않는가?
 
설계도서는 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승인한다는 것은 승인권자가 설계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함께 한다는 것이며 부실 설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최종 책임자로서 직접적인 당사자가 됨을 의미한다.

결국은 설계도서의 부실문제는 승인권자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설계자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로인하여 모든 문제는 감리가 떠맡는 편이 훨씬 좋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이 감리와 시공상의 문제로 몰아간다. 누구하나라도 설계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설계도서는 현장에 반입되기 전에 철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설계도서대로 품질과 성능을 확보하는 일이 감리자와 시공자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의 법 제도는 감리자와 시공자에게 승인권자가 하는 일을 똑같이 의무화 하고 있는데 얼핏 생각할때는 검토단계가 많아 좋은제도라 생각할 수 있으나 결국은 설계자와 승인권자의 책임을 면피하게 할 수 있어 설계도서의 부실을 더 부추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많은 설계자들이 화재안전기준이라는 경직된 법체계로 인하여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원인이 화재안전기준만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의 능력부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도면에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하게 시공할 것이라는 문구를 달고 있다. 이로서 설계자는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외국의 설계도서에도 nfpa 규정에 적합하도록 할 것이라는 문구가 남발되어 있을까?
 
결론은 설계자의 인식 부족 내지는 능력의 부족에 기인하는 문제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설계는 주어진 목적을 위하여 시설의 성능이 그에 부합되도록 창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화재안전기준에 열거된 설치기준은 최소한의 기능 발휘에 필요한 요건일 뿐 그 자체를 설명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공간에 차동식 스포트형 2종 열감지기의 설치개수가 2개라고 가정한다면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간내 적절한 위치에 설치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만일 화재감지기를 공간 내 구석부분에 2개를 나란히 설치하였다면 비록 화재안전기준에는 적합하게 설치되었으나 그 성능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우스운 일이지만 이러한 비상식적인  생각이 설계도서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수없이 보아온 것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최근에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모든 것을 시공과 유지관리상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배출구를 설치할 수 없는 아파트에 제연설비를 설치하고 방연풍속을 기대한다든가, 계단실을 항상 개방하고 사용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닫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을 세뇌?하면서 설계해놓고 그 성능이 제대로 나오도록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 아닌가...

자동으로 폐쇄되지 않는 출입구와 창문이 있는 구조의 공간에 가스계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화재 시 제발 문이나 창문이 개방되어 있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또 어떤가? 만일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불을 끄지 못했다면 이것도 유지관리와 시공상의 문제로 몰아갈 것인가?
 
설계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이자 다른 모든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공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제도를 포함하여 당사자의 인식까지 문제의 본질을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물론 일부는 정말 훌륭한 설계를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소방분야의 설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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