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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 화재진압 오토바이, 현장서 ‘골칫덩이’ 전락

- 1255cc에 수동클러치… 내비게이션도 없어 선제출동 불가
- 시범운영 기간 실적도 미비… “보여주기식 행정” 불만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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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5/08/25 [10:05]

서울소방 화재진압 오토바이, 현장서 ‘골칫덩이’ 전락

- 1255cc에 수동클러치… 내비게이션도 없어 선제출동 불가
- 시범운영 기간 실적도 미비… “보여주기식 행정” 불만 거세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5/08/25 [10:05]

[FPN 이재홍 기자] = 최근 서울시가 추진한 오토바이 진화기동대를 두고 과거 실패한 소방 오토바이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소방재난본부(본부장 권순경, 이하 서울본부)는 종로와 은평소방서에 비상소화장치를 갖춘 오토바이 두 대를 투입하고 6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2개월간 ‘진화기동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일선 소방서에 배치된 진화기동대 오토바이     © 소방방재신문

 

당시 서울본부는 소방차보다 먼저 화재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판단하고 초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일선 소방공무원들은 시범운영 초반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수차례 실패했던 정책에 오토바이 크기만 키운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에서 오토바이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다. 주로 순찰이나 지리 조사용으로 도입됐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차 운영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2009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이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가 소방 오토바이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고 화재진압에도 비효율적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장비와 인력, 협소한 차고 등으로 배치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ㆍ도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당시에도 서울은 “안전성과 적재공간을 확보하고 소화기능을 추가한 후 활용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대다수 시ㆍ도의 의견을 수렴해 오토바이 대신 소화설비를 탑재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골목형 소방차 개발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2009년 소방방재청 '소형소방차 및 오토바이 운영실태 조사보고'. 소방 오토바이에 대한 각 시ㆍ도본부 의견이 담겨 있다.     © 소방방재신문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서울본부의 ‘진화기동대’ 시범운영 방침을 접한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의 한 소방공무원은 “초기 대응이라는 말은 좋지만 혼자 출동하는 직원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방화복도 안 입고 나가는데 불 끄다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막상 현장에 가서도 이 정도 장비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황 판단을 하라지만 지켜보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소방관이 와서 불 안 끄고 뭐하냐고 비난할 수도 있고 이래저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본부는 ‘진화기동대’ 오토바이 시범운영을 강행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본부 관계자는 “본래 여름철은 화재가 적다”면서도 “실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시범운영을 끝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화기동대’ 오토바이를 운영해 온 소방서 관계자들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문제가 정말 많다”며 “솔직한 심정으로 얼른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범운영에 사용된 오토바이는 수동 클러치 방식의 1,255cc급 대형 오토바이로 운전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다. 심지어 소방용 내비게이션도 없어 소방차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할래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는 “면허만 있다고 다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존에 있던 구급대 오토바이는 자동 기어에 배기량도 훨씬 작은 스쿠터형이다. 자동 경차만 운전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수동 스포츠카를 운전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전담 인원을 배치하라는 본부 지침에 따라 오토바이 구급대원을 진화기동대로 배치했다”며 “그래서 정작 오토바이 구급대는 운영이 안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소방서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진압장비를 탑재하려니 오토바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크고 무거운 오토바이가 좁은 언덕길에서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 속도 이상을 내야 언덕에서 넘어지지 않는데 골목길에서는 그게 힘드니까 종종 넘어지기도 한다”며 “실적도 그렇지만 소방대원의 안전을 생각해서도 효율적인 정책은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2012년 최초 도입할 때 모습. 좌측엔 당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었던 조성완 전 소방방재청 차장     © 스즈키코리아 제공

 

여기에 더해 최근 시범운영에 투입했다는 화재진압용 오토바이 두 대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은평과 영등포소방서에 배치돼 있었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은평소방서에는 이 때부터 배치돼 있었고 종로소방서는 시범운영을 위해 기존 영등포소방서에 있던 오토바이를 옮겨온 것이다.

 

이 때문에 3년 전 도입한 오토바이 ‘진화기동대’를 이제서야 시범운영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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