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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소방헬기 구매 ‘국산 VS 외산’ 논란, 쟁점은?

소방헬기 도입 두고 논란 지속 … 문제는 무엇인가
강원소방 “대원 안전이 최우선, 인증 완료된 헬기 구매하겠다”
KAI “특별감항증명은 국산 헬기 수리온의 입찰참여 막는 독소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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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5/09/10 [09:52]

[집중취재] 소방헬기 구매 ‘국산 VS 외산’ 논란, 쟁점은?

소방헬기 도입 두고 논란 지속 … 문제는 무엇인가
강원소방 “대원 안전이 최우선, 인증 완료된 헬기 구매하겠다”
KAI “특별감항증명은 국산 헬기 수리온의 입찰참여 막는 독소 조항”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5/09/10 [09:52]
▲  강원소방이 현재 매달 1억여원을 들려 임대 운영하고 있는 소방헬기

 

강원도 소방안전본부(이하 강원소방)가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소방헬기가 구매과정에서부터 국내산 헬기를 배제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원소방은 지난해 7월 세울호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활동을 지원한 뒤 복귀 중에 추락한 소방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신규 소방헬기 도입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신규 소방헬기 구매를 위한 물품구매 입찰공고를 나라장터에 올렸으며 9월 21일까지 입찰서를 받기로 했다.


이번 입찰에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기종은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의 AW-139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EC-175,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이하 KAI)의 수리온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소방헬기의 규격서가 공개되자 KAI 측에서는 모든 규격이 외산 헬기에 맞춰져 있다며 이번 사업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나섰다.

 

특히 기본헬기 형식증명서(TC) 및 형식증명서 데이터(TCDS) 제출과 관련된 조항이 규격에 명시돼 있는 점은 국산 헬기 수리온의 입찰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에서는 현재 소방헬기 입찰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강원소방과 KAI 측 주장을 종합해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 항공기 ‘감항증명’

 

이번 소방헬기 구매사업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바로 입찰서를 제출하는 시점에서 입찰에 참여한 헬기가 감항증명을 받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민수로 항공기를 운영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성능을 증명할 수 있는 감항증명을 받아야 한다.

 

항공법에 따르면 감항증명은 크게 표준감항증명과 특별감항증명으로 나뉘며 표준감항증명의 경우 항공기가 법 조항에 따른 기술기준을 충족하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급되게 된다.

 

특별감항증명은 항공기가 연구, 개발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항공기 제작자 또는 소유자 등이 제시한 운용범위를 검토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급된다.


국산 수리온 헬기의 경우 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항공법상 감항증명 대상기종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소방헬기로서 용도변경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방헬기는 민수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리온의 경우 항공법상 감항증명의 대상기종이 되기 때문이다.

 

KAI "수리온 문전 박대" 주장 vs 강원소방 “대원 안전이 최우선”

 

현재 KAI 측은 강원소방이 제시한 소방헬기 규격서에 감항증명을 입찰일까지 제출하라는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리온은 군 병력 수송용 기동헬기로 개발 됐고 이 같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소방헬기는 소방장비 탑재 후 이에 대한 안전성과 인증을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제작해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감항증명을 받으려면 최소 18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입찰기한 40일 내에 시험 및 관련 인증서 등을 요구하는 강원소방은 사실상 수리온을 입찰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특별감항증명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낙찰이 확정되면 계약일로부터 600일이라는 헬기 납품기일이 생긴다. 바로 이 기간동안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국토교통부의 특별감항증명을 발급받아 최종 납품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KAI 측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강원소방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려면 해당기종의 감항증명은 반드시 입찰일까지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헬기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강원소방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사고로 인해 대원들의 목숨과 헬기를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헬기를 운용함에 있어 무엇보다 대원들의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헬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우리가 외산 헬기 구매를 위해 국산 헬기의 입찰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산 헬기의 입찰이 가능토록 특별감항증명을 추가로 규격서에 명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공방, 규격서 내 사양 문제로도 이어져

 


 

강원소방이 구매를 원하는 소방헬기의 주요 규격을 살펴보면 우선 헬기는 도내권역 응급의료 센터 및 수도권 주요 병원의 옥상패드에 착륙이 가능해야 한다, 또 출동 후 연료의 재보급 없이 기지로 복귀가 가능해야 한다.


헬기에 장착되는 탐조등의 경우 호이스트, 레펠키트, 발판이 장착된 상태에서 동시에 사용이 가능해야 하며 비행 중 상ㆍ하(직하방 포함), 좌ㆍ우 등 전 방향으로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해야 한다.


화재진화장비는 1시간 30분 비행가능 연료량의 적재상태에서 1,500ℓ 이상의 진화용 물을 담수한 버켓을 장착 후 조종사 2명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하며 외부인양 카고훅에는 산불진화용 Water Bucket을 사용 가능하도록 전기 배선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소방헬기를 운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되는 장비 중 하나가 인명구조인양기 즉, 호이스트다. 강원소방은 인양능력 270kg 이상, 케이블 최대길이 80m 이상의 호이스트를 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헬기 내부마감재는 단단한 성질의 마감재를 사용해야 하며 빙경 방지장치, 또는 빙결조건하에 비행가능한 장비가 설치돼야 한다.

 

강원소방, “수리온 규격서 8개 품목 안전기준 미충족”


강원소방에 따르면 수리온 납품을 계획하고 있는 KAI의 경우 헬기 규격서 내 8개 품목에 대한 안전성을 증명하는 관련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소방이 지적한 8개 품목은 ▲내부 마감재 ▲항속거리 750km, 체공시간 4시간 이상, 보죠연료탱크 ▲구조용 호이스트 ▲응급의료장비 ▲레이더고도계 2기 이상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 ▲공중추돌방지장치 ▲전방시계확보장비 등이다.

 

강원소방 관계자는 “보조연료탱크의 경우 기존 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리온에는 장착돼 있지 않던 것”이라며 “KAI는 보조연료탱크를 수리온의 화물실에 장착해 납품할 계획으로 이리되면 기체의 중심이 이동돼 안전성 문제도 걱정되고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화물실의 2.0㎥의 용적이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소방헬기는 탑승대원의 안전은 물론 요구조자의 안전까지도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소방헬기에 장착되거나 탑재되는 모든 장비는 안전성 인증을 득해야 한다”며 “헬기 안전을 위해 우리가 제시한 기준을 수리온이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수리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강조했다.


KAI, "시간이 필요할 뿐, 강원소방 걱정은 기우"


KAI측 주장에 따르면 수리온은 지난 6년간 7,600여 시험항목을 가지고 2,700여 시간의 비행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은 헬기다. 현재 육군에 30여대, 경찰청에 3대가 실전 배치돼 있으며 수리온의 기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와 환자수송용 의무후송전용헬기 등도 추가 개발 중에 있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에 탐색구조 및 화재진압 등 소방장비를 장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며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성능과 안전성에도 전혀 문제 없는 소방헬기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강원소방이 수리온에 지적한 8개 품목에 대한 적용 방안도 이미 나와 있다”며 “단지 인증을 받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며 이 역시 제작기간 내에는 모두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소방이 지적한 8개 품목에 대한 KAI측 적용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항공기 내부 마감재는 경찰청에 납품한 수리온의 전후상부에 이미 단단한 재질의 내부 마감재를 적용하고 있고 소방헬기에는 방음재 및 방음판을 추가 적용시킬 예정이다.


보조연료탱크는 내년도 해병대에 납품을 목표로 제작중인 상륙기동헬기에 현재 적용시키고 있는 사양이라는 주장이다. 상륙기동헬기의 경우 3시간 30여분이 소요되는 독도 왕복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고 강원소방이 요구하고 있는 화물실 총 용적도 2.0㎥이상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구조용 호이스트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상용품을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의무후송전용헬기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외장형 호이스트와 동일한 방안으로 소방헬기에 장착할 예정이고 응급의료장비 역시 육군 의무후송항공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수리온과 동일하게 적용시켜 인증받겠다는 구상이다.

강원소방에서 이번 헬기 사업에 신규로 적용시킨 4가지 품목(레이더고도계 2기 이상,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 공중추돌방지장치, 전방시계확보장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기존 수리온에는 레이더고도계 1기가 탑재돼 있다. 여기에 1기를 추가로 장착하고 주회전익과 외부대상물체 간의 거리 인지를 위해 헬기 상부 좌ㆍ우에 조명을 설치한다는 주장이다.


또 공중추돌방지장치 및 전방시계확보장비 역시 시중에 이미 판매되는 상용품으로 강원소방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선택해 장착하겠다고 말한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갖출 수 있는 헬기”라며 “지금까지 소방헬기로서 제작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관련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납품일인 2017년 6월 전까지 장착과 인증을 모두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소방헬기 도입의 가장 큰 쟁점은 강원소방이 요구하는 사양을 입찰 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로 결부되고 있다.


부연하면 강원소방은 이미 성능입증이 완료된 헬기를 구매하는 것이 안전성 측면에서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AI 측은 구매를 해주면 원하는 사양은 얼마든지 맞춰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원소방 입장에선 KAI에서 입찰을 수주한다고 해도 정해진 600일의 기일안에 원하는 수요에 맞춰진 헬기가 보급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지금까지 소방헬기로 사용되지 않았던 군용 헬기 ‘수리온’을 최초로 도입해 운영하자니 부담감도 크다고 털어 놨다. 강원소방의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7월 발생한 헬기사고 탓도 크다.

 

하지만 국산 헬기를 최초로 제작한 KAI 측에서는 거액의 국고를 투입해 개발된 헬기를 우리나라 정부기관에 보급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나아가 세계 진출은 물론 국내 기술의 발전까지 가로막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이 이미 입증된 안전성과 기능을 강조하는 강원소방과 국내 입찰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KAI의 입장차가 큰 가운데 소방헬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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