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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검출 논란

2년도 안 된 용기서 이물질이? 전국 실태조사 착수
최초 서울서 발견된 이물질, 알루미늄 산화물 추정
서울, 세종, 대전 등 특정 지역서 이물질 추가 확인
산화물 생성 불가피한 건 알지만… 불안감은 커져
용기 결함? 유지ㆍ관리 문제? 원인 규명은 아직…
국민안전처, 명확한 원인 밝혀 관련 대책 마련키로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6/08/24 [16:42]

[집중취재] 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검출 논란

2년도 안 된 용기서 이물질이? 전국 실태조사 착수
최초 서울서 발견된 이물질, 알루미늄 산화물 추정
서울, 세종, 대전 등 특정 지역서 이물질 추가 확인
산화물 생성 불가피한 건 알지만… 불안감은 커져
용기 결함? 유지ㆍ관리 문제? 원인 규명은 아직…
국민안전처, 명확한 원인 밝혀 관련 대책 마련키로

최영 기자 | 입력 : 2016/08/24 [16:42]

[FPN 최영 기자] = 소방관의 안전장비 중 가장 중요한 공기호흡기의 용기에서 알루미늄 산화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던 용기 이물질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자 국민안전처가 전국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 최근 발견된 공기호흡기 용기 내 이물질은 백색가루 형태를 띄며 성분은 알루미늄 산화물로 추정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1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8월 초 서울소방이 공기호흡기 용기에 대한 위생검사 중 특정모델 용기 25개에서 백색가루 형태의 이물질을 발견했다. 발견 직후 서울소방이 용기 140개에 대한 추가 점검을 벌인 결과 24개 용기에서 동일 현상이 확인됐다.


이 공기호흡기 용기들이 2년도 채 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공기호흡기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투입될 때 생명줄과도 같은 개인안전장비다. 이러한 공기호흡기 용기 내 이물질 생성 문제는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당시 국민안전처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공기호흡기 용기 내에서 수산화알루미늄이 검출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을 마련해 용기세척과 공기 충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호흡보호장비안전관리에 관한 기준’을 고시로 제정ㆍ운영해 오고 있다.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검출되는 알루미늄 산화물은 폐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 물질로 당시에도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었다.


최근 서울소방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이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이 구축된 서울 강동소방서에서 공기호흡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최초 확인됐다. 서울소방은 지난해 3월 제조된 용기에서 동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국민안전처에 보고했다.


사태 확인에 나선 국민안전처는 이달 초 제조 시기 등이 동일한 모델의 용기 4천여 개를 전량 사용 중지토록 전국 소방관서에 지시하고 지역별로 용기를 수거해 제조사와 함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 국민안전처는 서울소방에서 발견된 공기호흡기 용기 내 이물질과 관련해 전국 소방관서에 보급된 동일 모델 용기를 사용 중지토록 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 중이다.  내부 이상유무 확인을 위해 수거ㆍ나열된 공기호흡기 용기.     © 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국민안전처는 19일 현재까지 총 2,889개의 용기를 검사한 결과 177개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국민안전처는 용기에서 나온 이물질 성분을 알루미늄 산화물로 보고 있다. 공기호흡기 생산업체가 고분자시험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표면 성분에서 산소 58.1%와 알루미늄 23.8%, 탄소 18.1% 등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충전된 공기 중 산소 또는 수분이 알루미늄과 반응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이 이물질이 소방관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1차적으로 “분말가루 형태의 산화 알루미늄은 공기보다 무겁고 용기 입구로부터 3.5cm 높이에 위치한 공기호흡기 내부의 싸이폰 튜브를 통과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2차적으로는 “공기호흡기 내 필터의 경우 미세입자 크기가 20마이크로미터 정도를 걸러주게 되는데 발견된 이물질의 크기는 약 40마이크로미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특정 모델 용기에서 나타난 이물질이 용기 자체의 결함인지, 관리상 문제인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최초 이물질을 발견한 서울소방은 동일 모델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용기 자체의 결함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모델이 공급된 전국 소방관서 중에서도 서울과 세종 등 특정 지역 용기에서 이물질이 추가 발견되고 있어 이를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모델 용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이달 중 완료하고 성분분석을 거치는 등 발생 원인을 분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상이 있는 용기는 수리 또는 교체할 예정이다. 다만 용기의 유지관리 부실에 따른 하자의 경우 교체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또 이물질 인체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사를 거쳐 유해성을 검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현재 서울소방에서 문제가 발생돼 전국 단위의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며 “9월 중 성분 분석 등 원인을 찾아 관련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물질 생성 원인 놓고 왈가불가


이물질 발생 원인을 놓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소방조직 내에서도 심하게 엇갈린다. 서울소방은 용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소방관서에 보급되는 공기호흡기 용기는 미국의 L사와 S사, 국내 I사 등 3개사 제품으로 서울소방본부는 이 중 미국 L사에서 제조한 특정 모델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용기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유독 서울과 세종 등 일부 지역 소방관서 용기에서 이물질이 추가 발견되고 있어 제품의 하자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더 크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일 현재 동일 모델 용기가 공급된 부산(298개)이나 인천(316개), 충북(36개), 전북(42개), 창원(73개), 강원(82개)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용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반면 1,030개가 보급된 서울에서는 현재까지 295개 용기를 점검한 결과 무려 90개가 발견됐고 세종 57개 중 46개, 대전 94개 중 19개 등 일부 지역 용기에서 많은 이물질이 나왔다.


동일 시기(2015년 3월)에 제조된 똑같은 모델의 용기지만 유독 특정 지역에서만 다수의 이물질 용기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공기호흡기 제조사에 따르면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L사의 용기는 세계 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한 제품이다. 미국(DOT)은 물론 국내(KC) 인증까지 모두 득한 용기로 자체 결함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알루미늄 산화물 검출, 어제 오늘 일은 아냐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모든 금속에서 부식이 나타나듯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방에서는 호흡보호정비실을 갖춰 주기적으로 용기를 세척하고 공기질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이 검출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소방조직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호흡보호 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국민안전처고시 제2015-1호)’을 고시로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알루미늄 산화물과 같은 불순물 생성을 고려해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을 갖추고 주기적으로 용기를 세척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08년 모 소방서의 공기호흡기 용기 내부에서 발견된 알루미늄 산화물의 모습. 당시에도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발생되는 알루미늄 산화물의 문제가 불거졌고 주기적인 정비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 소방방재신문



특히 이 고시에 따라 소방에서는 공기호흡기 용기에 대한 위생 검사를 충전 10회마다 1회 또는 3년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될 경우 반드시 세척을 실시한 뒤 사용해야 한다.


공기호흡기 내 이물질이 생성된다는 전제하에 주기적 관리를 실시하고 소방관들이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 소방방재청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이물질이 생성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수분’으로 지목하고 있다. 알루미늄 복합재질로 만들어지는 공기호흡기 용기 특성상 수분이 존재할 경우 고압 상태에서는 수산화알루미늄을 생성하게 된다는 결과물이다.

▲ 지난 2009년 진행된 과거 소방방재청 연구용역에서는 공기호흡기 용기 내부 부식의 근본 원인을 수분으로 지목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이슈가 된 배경은 보급된 지 얼마 안 된 용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용기 결함? 관리 미흡? 원인은 둘 중 하나


국민안전처는 이번 사태의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의 정황상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된 배경은 용기의 자체 결함 보다는 관리 부실로 인한 수분 생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 관계자는 ”알루미늄 산화물을 생성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분이라는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공기 충전기의 필터나 충전방식, 관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리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물질 용기가 각 시ㆍ도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공기호흡기의 유지ㆍ관리 상태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을 만드는 ‘수분’은 사용 환경과 관리 상태에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상 관리 여부에 대한 명확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소방방재청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수분 발생의 배경으로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공기 충전기의 필터 교체주기를 넘겼거나 우천 시 충전하는 경우, 용기를 충분히 건조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하는 경우, 용기 밸브를 급격히 개방해 온도 저하로 인한 결로 현상이 나타난 경우 등이다.


또 공기충전기 필터 후단에 압력유지밸브가 없는 상태에서 잔압이 남아있는 용기를 연결해 충전할 경우에도 수분을 생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용기 보관 시에도 불순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밸브를 잠그거나 사용 완료한 용기를 보관할 땐 소량의 잔압을 남기는 등 세밀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유지ㆍ관리 조건들을 모두 지켰는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전국 실태 조사에서 최초 이물질이 나온 동일 용기에 대한 전수조사만 벌이고 있을 뿐 관리 실태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물질이 발견되는 특정 시ㆍ도에 대한 공기호흡기 관리 상태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반 이상 노후된 공기충전기도 문제?


일각에서는 노후된 공기충전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지(FPN)가 입수한 전국 소방관서 공기충전기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과연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에 맑은 공기를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조차 의구심을 낳게 한다.


전국 소방관서에서 사용되는 공기충전기의 노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4.9%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 이물질이 발견된 서울의 경우 총 139개 보유량 중 무려 104개가 국민안전처가 규정한 내용연수 6년을 넘겼다. 부산, 경남의 경우 77개 보유 수량 중 68개(88.3%)가 노후됐고 인천은 57개 중 44개, 경기가 224개 중 160개, 대구가 44개 중 39개, 창원이 22개 중 16개가 내용연수를 넘기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중부와 용산, 서초, 강동, 구로, 관악, 송파, 양천, 중랑, 동작소방서의 경우 2001년도에 구입한 충전기를 내용연수 기준 2.5배가 넘도록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초 이물질 용기가 발견된 종로소방서의 경우도 2002년에 구입한 공기충전기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공기호흡기 용기 알루미늄 산화물 검출 논란을 겪은 소방방재청은 2007년 10월 공기충전기에 대한 ‘형식승인 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소방방재청은 필터의 수분량 기준을 설정하고 용기 내 잔압의 필터 유입 방지를 위한 압력유지밸브를 설치토록 하는 등 성능을 보강토록 조치했다. 하지만 전국 소방관서에서 사용하는 공기충전기 상당수가 8년 전 강화시킨 형식승인조차 안 받은 노후 제품인 셈이다.


노후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한 소방서의 관계자는 “공기충전기 교체를 몇 번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혀 교체하지 못했다”며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비이기 때문에 교체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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