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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불법 시공에… 녹 슨 간이스프링클러설비들

- 부속품 끼워 ‘가짜 수압’ 유지하는 시설 ‘수두룩’
- 방수압력 안 나오면 눈속임 처방으로 허가받아
- 3년 된 수조엔 녹물 가득, 부식 대책 마련돼야
- 제품 생산 따로, 시공 따로… 문제 발생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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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6/09/26 [11:30]

[집중취재] 불법 시공에… 녹 슨 간이스프링클러설비들

- 부속품 끼워 ‘가짜 수압’ 유지하는 시설 ‘수두룩’
- 방수압력 안 나오면 눈속임 처방으로 허가받아
- 3년 된 수조엔 녹물 가득, 부식 대책 마련돼야
- 제품 생산 따로, 시공 따로… 문제 발생 원인은?

최영 기자 | 입력 : 2016/09/26 [11:30]
▲ 복지시설에 설치돼 있는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고시원이나 산후조리원, 요양시설, 다중이용업소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간이스프링클러가 제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현장에서는 마치 정상 성능이 나오는 것처럼 편법 시공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소규모 시설이나 다중이용업소 등 특성을 고려해 일반 스프링클러 보다 조금 낮은 성능을 갖추도록 한 스프링클러설비 중 하나다. 지난 몇년간 소방법 강화로 의무 설치 대상물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시설 대부분이 법규에서 정한 방수압력에 미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이명수 의원(새누리당, 아산시갑)실과 함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압이 나오지 않아 불법 시공을 한 채 장기간 방치돼 온 시설들이 확인됐다. 관련법에서 규정한 압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배관에 부품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불법 시공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이달 초 현장 점검을 실시한 서울 인근 노인복지시설 두 곳 모두 유사한 방식으로 불법 시공이 이뤄졌다. 모두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된 곳들이다.


현행법에 따라 활용되는 간이 스프링클러설비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가압송수장치와 별도 수조를 이용해 설비로 구성하는 방식, 상수도와 직접 연결하는 ‘상수도직결형’, 그리고 캐비넷형 방식 등이다.


이 중에서도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가압송수장치와 수조, 유수검지장치 등을 셋트화한 일체형 시스템으로 시공성과 경제성이 뛰어나 가장 많이 활용된다.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성능인증을 받고 출고된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일체형 시스템을 시공했음에도 수압 미달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걸까. 실제 시공현장에서 성행하는 불법 시공 실태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지 긴급진단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헤드 분해했더니…


이명수 국회의원실과 본지(FPN/소방방재신문)는 지난 13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서울 인근의 노인복지시설 두 곳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상태를 점검했다.


첫날 조사 대상이었던 곳은 연면적 597㎡ 규모의 지상 3층 건물로 2층과 3층이 복지시설로 쓰이고 있다. 관련법 강화에 따라 지난 2014년 1월 소방시설을 갖췄다. 2~3층에는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 설비가 각각 한 대씩 설치돼 있는 구조다.


조사결과 이 두 개층에 설치된 간이스프링클러설비 모두 불법 시공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는 가장 먼 배관에서 2개의 간이스프링클러 헤드를 개방했을 때 방수압력이 0.1MPa이상 유지돼야 한다. 적정 성능 확인을 위해 간이스프링클러설비 배관 끝에는 시험밸브함이 부착되고 배관 가장 말단에는 스프링클러 헤드 두 개를 설치해야 한다.


이날 확인한 시설에는 이 헤드 부근 배관에 정체 모를 금속 부속품을 끼워 넣어 정상 압력이 유지되는 것처럼 꾸며 놓고 있었다.

▲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성능시험을 위해 배관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면서 수압을 유지하기 위한 금속재와 플라스틱 조각이 끼워져 있다.     © 최영 기자


2층의 경우 이 부속품을 뺀 상태에서도 정상 수압이 유지됐지만 3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설비는 부속품을 빼자 수압이 뚝 떨어졌다.


정상 수압이 나오는 층에도 부속품을 껴놓은 점을 볼 때 공사 현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불법 시공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 째 조사 대상이었던 복지시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시설은 연면적 2,013㎡ 규모의 지상 지하 1층 건물로 3층에만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구축돼 있었다.


이 시설의 경우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을 억지로 끼워 넣어 스프링클러 헤드의 구멍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력이 커지도록 조작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시설은 불법 시공 상태임에도  정상적인 방수압력조차 나오지 않았다.

▲ 플라스틱 조각을 말단 헤드에 끼워 넣었을 때는 그나마 0.05MPa 가량의 수압이 유지됐지만 조각을 제거하자 압력이 뚝 떨어졌다.     © 최영 기자


플라스틱 조각을 빼내자 방수압력은 정상 수치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임의적으로 선정한 두 곳의 시설 모두 불법 시공이 이뤄진 상태로 3년 동안 방치돼 있던 셈이다.


이렇게 스프링클러 배관 끝에 달린 헤드에 배관 자재나 플라스틱 등을 끼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간이스프링클러 설비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배관 말단 부분의 헤드 구경을 줄이는 방식으로 적정 방수압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이 나가는 쪽의 구멍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배관 내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배관 사이에 구성된 방수압력계의 눈금이 올라가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사업계 “방수압력 안나오면 답 없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방수압력 미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불법 시공이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국민안전처가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대상물은 전국적으로 51,491곳에 이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공사업계 A씨는 “간이스프링클러 시공을 하는 곳은 대부분 영업장 같은 곳인데 모든 시공을 마친 이후 방수압력이 나오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정해진 기일 내 공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재시공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공사 현장에서 압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와셔나 금속재 같은 것들을 끼우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불법으로 시공된 간이스프링클러설비 문제는 완공검사나 감리 등 현장에서 확인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배관 끝 헤드를 분해하거나 법규정처럼 분당 50리터씩 방수되는지 여부를 실제 시험을 해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이상 유무 확인은 말단 시험밸브를 열어 밸브함에 구성된 방수압력계의 눈금을 보고 판단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관리나 감독의 부실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일인 셈이다.


공사업계의 B씨는 “공사를 한 입장에서는 시공이 끝난 후 방수압력이 나오지 않으면 준공 자체를 못 받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가 성능인증을 받은 패키지 시스템(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에 명시된 최대 배관 거리를 맞췄음에도 압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압 미달 스프링클러, 원인과 대책은?

 

▲ 플라스틱 조각에 끼워져 있는 스프링클러 헤드     © 최영 기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물은 201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급속도로 늘고 있다. 고시원이나 산후조리원 등 특정 시설과 지하 또는 무창층 다중이용업소는 물론 요양병원이나 일부 노유자 시설에는 기존 대상물까지 소급 적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급속도로 늘어난 설치 대상물의 시공 상태가 불량하다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통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패키지로 구성되는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에서도 방수압력 미달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압력 미달 문제의 원인으로는 제품 성능과 현장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 성능인증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는 제조사가 구성한 배관 형태에 따라 최대 배관 거리 등을 인증받게 되는데 설치 현장에서는 가지배관이나 꺽임 구조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압력 손실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통상적으로 최소 5~50m, 길게는 80m 길이까지 인증 받은 상태에 따라 배관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배관 구성에 따라 압력 손실이 발생될 수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는 현 인증 체제에서는 적정 성능을 보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에는 사용가능 배관길이가 표기돼 있다.     © 최영 기자


일반 스프링클러설비라면 배관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 성능을 높이는 등 보완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는 일체형 시스템이어서 이조차 불가능하다. 펌프만을 교체하는 것은 관련법상 인증 제품의 형상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간이스프링클러 시공 시에는 말단에 설치해야 헤드를 간이 헤드(주거용 헤드)로 설치해야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일반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헤드의 반사판(디프렉터: 헤드 방수구의 유출 물을 세분하는 장치)을 제거한 상태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공사 과정에서 남은 제고품을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간이 헤드는 일반 스프링클러 헤드 보다 방수량이 적어 말단에 일반 헤드를 설치했을 때보다 방수압력이 높일 수 있게 된다. 관련 기준에 맞춰 시공하면 일반 헤드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압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명수 의원은 “불법 시공하는 공사 실태도 문제지만 현장과 맞지 않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을 포함해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개선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치 3년도 안 된 수조엔 녹물도 ‘가득’


이번 현장 조사 과정에서는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수조 부식 문제도 불거졌다. 설치된 지 3년 밖에 안 된 수조에는 샛노란 녹물이 가득차 있고 수조 자체에도 심각한 부식이 진행돼 있었기 때문이다.

▲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에 담긴 물이 부식으로 인해 샛노랗게 됐다. 곳곳에는 부유물이 떠다닌다.     © 최영 기자

녹물은 수조 내 물의 양을 밖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된 수위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실제 조사 현장 설치된 시스템의 수위계에는 녹물이 흘러 들어가 고장이 났고 물 양을 확인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다.


한번 설치되면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소화설비지만 단 3년 만에 녹슨 물이 가득할 정도로 미흡한 내식성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수조 속 가득한 녹물에는 이물질과 부유물까지 떠 다녀 스프링클러의 작동시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수조 속 부식으로 인해 외부에서 물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부착된 수위계가 고장이 난 상태다.     © 최영 기자


현행법상 캐비넷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성능인증 과정에서 수조가 비내식성 재질일 경우 일정 수준의 내식성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수조 내용적의 1/3에 3% 염화나트륨 수용액을 넣고 7일간 방치할 때 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인증 받은 시스템이 3년도 버티지 못한 채 부식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인 안전성을 고려해 수조에 대한 내식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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