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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는 법규정 '초기진화 어려워'

음식점 환기구 통해 확산되는 화재, 관련 법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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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 기자 | 기사입력 2008/05/08 [17:47]

현실성 없는 법규정 '초기진화 어려워'

음식점 환기구 통해 확산되는 화재, 관련 법규 무용지물

최 영 기자 | 입력 : 2008/05/08 [17:47]

지난 4월 25일자(482호) 본지 1면에 보도된 음식점 주방화재 관련 기사로  음식점 화재 위험성에 대한 현 주소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방 상부에 설치된 환기구의 확대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위치한 15층 주상복합건물 2층에 위치한 중국집에서 발생된 화재는 환기구를 통해 확대되면서 큰 손실을 불러왔다.     © 최 영 기자

이에 따라 본지는 음식점 주방 화재와 관련, 현행 국가 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는 화재 예방대책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현실 무시한 법, 소화기구는 신뢰성 잃어


현행 국가 화재안전기준에는 음식점이나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등 공동취사를 위한 주방에 스프링클러나 간이스프링클러, 물분무 등 소화설비 및 자동식 소화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자동확산소화용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현재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된 자동확산소화용구는 조리대위에 위치한 환기구로 인해 화재시 초기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최 영 기자

그러나 소방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정에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식용유 화재가 빈번한 음식점 주방 화재에 스프링클러나 간이스프링클러, 물 분무소화설비 등은 초기 진화설비로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 설치해야 하는 자동확산소화용구도 대부분의 음식점이 가스렌지 위에 설치된 환기구(후드, 덕트)로 인해 소화가 용이한 위치 확보가 어렵다. 적합하지 않은 위치에 설치되고 있어 화재 발생시 신속한 감지와 작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 지난해 12월 3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위치한 15층 주상복합 건물 중국집에서 발생된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진화에 실패해 화재가 크게 확대됐다.     © 최 영 기자

자동확산소화용구는 75도 이상에서 작동되는 소화용구다. 하지만 상부에 환기구가 위치해 있는 음식점 조리대의 경우 화재시 발생되는 열이 환기구(후드, 덕트)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조리대와 동떨어진 위치에 설치될 경우 자동확산소화용구가 열을 조기에 감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 본지 취재결과 주방 가스렌지 상위에 환기구가 설치된 음식점의 경우 자동확산소화용구나 스프링클러 설비 대부분이 감지와 소화가 용이한 위치에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용유를 주로 사용하는 음식점의 경우 화재는 환기구(후드, 덕트)를 통해 불이 확산되기 때문에 환기구가 설치된 음식점 조리대의 초기진화와 닥트로 확대되는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한 것이지. 저 소화기(자동확산소화용구)가 불을 꺼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성 없는 화재안전기준이 소화기구의 신뢰성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해 12월 평촌에서 발생된 화재.  화재가 발생한 2층의 주방음식점 환기구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옥상의 대형 송풍기(배풍기)     ©최 영 기자

환기구 배제된 ‘자동확산소화용구’ 검정기준



한국소방검정공사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동확산소화용구의 형식승인 및 검정기술기준(kofeis 0106)을 살펴보면 조리대에서 발생되는 화재 유형의 소화시험을 분명히 거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소화시험에서는 조리대를 중심으로 대각선 상부에 자동확산소화용구를 설치하고 가스렌지위에 대두유를 넣은 철제냄비를 가열해 발화됐을 때 3분 이내에 소화약제를 방사시켜 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환기구(닥트) 시설이 구축된 음식점 주방에 설치되고 있는 실정과 동일한 유형으로 소화시험을 거치고 있지만 조리대 상부에 위치한 환기구를 고려한 소화시험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기구는 음식점 조리대에서 발생되는 각종 냄새나 열 등을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점 조리대에 설치되어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배제한 소화시험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조리로 인한 환기구나 닥트에 기름때, 먼지 등이 달라붙어 있어 화재발생시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초기진압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구의 검정기준은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지난달 12일 발생한 수원 영통의 중국집 화재. 환기구를 타고 확산된 화재는 동일층의 천장을 타고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 최 영 기자

예방용 소화시스템은 있지만 국산이 없다?



음식점 조리대 화재의 위험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일부 대형호텔이나 음식점, 패스트 푸드점 등은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소화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소화시스템들은 상용화되지 못한 채 대부분이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제품을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과 외제품의 기능은 차이가 없고 오히려 국산이 우수하다는 평도 있지만 국가가 인정 또는 검정한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의 모든 소방관련 제품을 검정하는 한국소방검정공사에서 선진국과 같은 유형의 소화시스템 기술기준이나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여건조차 없어 국내 소방산업의 활성화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확산소화용구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 모 전력처 지하구에 설치되어 있는 제어반 상부에 설치되어있는 '자동확산소화용구'     © 최 영 기자

지난해 9월 25일자(468호)에서 본지는 ‘지하구 제어반, 분전반 소화설비 현실성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무의미한 자동확산소화용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하구의 배전반 및 분전반의 경우에도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상부에 ‘자동확산소화용구’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화재의 초기진압이 불가능해 추가 소화기구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철재로 제작된 제어반이나 분전반의 경우 견고한 2중 문과 시건장치가 있어 밀폐된 내부에서 화재 발생 시 상부에 위치한 자동확산소화용구가 열을 감지한 뒤 약제를 조기에 방출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본지 보도 이후 소방방재청은 현실성 없는 규정을 인정하며 현재 제어반, 분전반 내부에 설치되는 소공간소화장치의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현실성 없는 법규로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소화기구도 자동확산소화용구다. 이 같은 자동확산소화용구가 현실을 무시한 채 화재안전기준에 명시된 것은 소방방재청의 관계자가 언급 했듯 화재안전기준 개정 당시 적합한 소화용구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 전문가들은 “신축성 있는 법개정과 소방 관련 산업의 기술개발 유도를 통해 환경과 특수성에 맞춰진 소화기구의 적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지하구 제어, 분전반의 경우 철제로 된 2중 문으로 되어 있음은 물론 시건장치까지 되어 있어 자동확산소화용구의 초기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최 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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