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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함 성능인증 의무화 약인가, 독인가

건축 현장 간과한 법규에 혼란 지속…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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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7/03/09 [15:45]

소화전함 성능인증 의무화 약인가, 독인가

건축 현장 간과한 법규에 혼란 지속… 희비 엇갈려

최영 기자 | 입력 : 2017/03/09 [15:45]
▲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고 있는 옥내 소화전의 모습이다. 앞으로는 이처럼 여러 형태의 형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별도의 성능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건축물에 설치되는 소화전함의 성능인증 제품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건축 현장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켠에서는 의무화 조치로 품질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건축 특성을 간과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등 희비가 엇갈린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2015년 1월 23일부로 소화전 설비에 사용되는 소화전함을 성능인증 기준에 적합한 제품으로 설치토록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개정 시점 이후 설치되는 소방대상물의 소화전함은 국민안전처 고시로 정한 ‘소화전함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성능인증 기준의 불합리한 내부 폭 규정과 현장 여건마다 다른 형태로 적용될 수 있는 소화전의 건축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소화전함의 성능인증 기준에는 소화전함의 최소 내부 폭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 때문에 소화전함 매립 시 뒤편의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되거나 건축물 벽체구조를 훼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


현장 감리자 A씨는 “대부분 건축물의 벽체 콘크리트는 150mm~200mm로 구성된다. 그런데 소화전 매립 후 공간이 안 나와 그 뒤를 석고보드로 덧대어 커버하거나 벽을 돌출시켜 마감하고 있다”며 “반드시 180mm 이상으로 제작토록 규정한 기준 때문에 제조사는 그 이하 규격을 생산해 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콘크리트가 타설되기 이전 소화전 내함 전면부의 모습과 콘트리트 타설 이후 호화전 함 후면의 모습이다. 소화전의 폭이 벽체 두께와 비슷해 훼손된 상태다.     © 소방방재신문


이 때문에 소방기술인들은 벽체 구조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소화전함의 최소 내부 폭 규정을 현장 여건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능인증 소화전함을 놓고 불거지는 논란은 또 있다. 인테리어 등을 고려한 소화전을 적용할 경우 그 형상마다 일일이 성능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특이 형상의 소화전을 적용하려면 제조사 측에 소화전함을 별도 주문하고 이 제품에 대한 추가 성능인증을 또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장 감리자 B씨는 “현재 감리를 맡고 있는 현장에는 원형(곡선) 소화전이 적용되는데 성능인증을 받기 위한 샘플과 인증비로만 800만원가량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약 20개의 소화전을 설치하는 데 있어 제경비까지 총 5천만원 정도가 증액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소방서조차 이해가 안 간다고 하면서도 법 규정 때문에 문제가 될까 염려해 선뜻 허용을 해주지 않는다”며 “건축 현장에서는 소방감리가 법규를 들먹이며 깡패 짓을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능인증 소화전함의 의무화 조치는 함의 재질 등 품질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는다. B씨는 “인증품 사용으로 함의 재질이 좋아진 건 인정하지만 현장과의 괴리가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조업계 입장에선 제품 공급의 간접적인 표준화가 이뤄져 생산만큼은 편해졌다는 반응이다.


소화전함을 제조하는 A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장마다 주문하는 소화전함의 규격이나 재질을 다른 경우가 많았지만 성능인증품의 의무 사용으로 생산되는 소화전함의 가지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산 차원에서는 편해졌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인증품 사용으로 제품 도장이나 재질 등 품질은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현장이 고려되지 않는 획일화된 기준이다 보니 몇몇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제조사 입장에선 소화전함의 품질 향상과 제조 과정이 한층 수월해진 이점이 있지만 현장의 애로는 좀처럼 쉽게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장 상황을 고려한 최소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소화전함의 품질 개선으로 일부 비용 상승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떤 형상을 갖추기 위해 과다한 인증 비용이 들어가는 건 분명 낭비일 수 있다”며 “획일적 성능인증 품을 강제로 사용하라는 것보다는 재질이나 두께, 내식성 등 최소 규정을 명시해 품질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굳이 성능인증 제품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면 유사 제품에 대해서는 매번 성능인증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기술사 C씨는 “소방 기술은 관할 소방서와 협의를 거쳐 기술자나 감리자 등과 충분한 기술적 검토가 완료되면 허용을 해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관할 소방서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권한이 있음에도 재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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