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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불량’ 방화문… 불법인데 입주자 마음대로?

수백억대 불량 방화문 소송… 승소 후 교체 작업은 ‘깜깜’
남동구청 “하자 보수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서 결정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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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3/09 [15:49]

방치된 ‘불량’ 방화문… 불법인데 입주자 마음대로?

수백억대 불량 방화문 소송… 승소 후 교체 작업은 ‘깜깜’
남동구청 “하자 보수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서 결정할 일”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3/09 [15:49]
▲ 방화문의 성능 시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자료 사진


[FPN 이재홍 기자] =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 불량 방화문이 시공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건설사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았지만 정작 법규에 미달하는 방화문은 교체도 없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12일 서울고등법원 제28민사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 2곳에 막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의 원고는 인천 모 아파트재건축조합, 피고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다.


소송 이유는 아파트 하자가 배경이다. 이 중에는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연기를 막아야 할 방화문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으로 시공됐다는 이유가 포함됐다. 실제 해당 아파트에서 떼어낸 방화문을 시험한 결과 기준 성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총 8천934세대(현대건설 4천858세대, 롯데건설 4천076세대)에 대해 710억원가량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 중 방화문에 대한 하자 책임으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에 판결된 배상액만 284억원(현대건설 161억원, 롯데건설 123억원)에 이른다. 이들 건설사는 항소를 포기하고 하자 부분을 배상했다.


그러나 안전을 빌미로 제기한 소송에서 돈을 받고도 정작 문제 요소는 개선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방화문 업계에 따르면 법원 판결 금액은 해당 아파트에 방화문이 납품될 당시 단가의 약 3배 정도에 달하는 액수다. 판결 이후 손해배상금 지급이 완료됐지만 정작 문제가 된 불량 방화문은 교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소송 건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번 사안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진행됐는데 안전에 대한 위협조차 손해배상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의 하자 발생 시 입주민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크게 두 가지다. 하자에 대한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하자보수이행 청구소송’과 하자에 대한 부분을 배상해달라고 요구하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그는 “하나의 하자에 있어 직접 보수와 배상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시점에서 건설사는 이미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향후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화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을 때다. 게다가 손해배상을 받은 사람이 집을 매도한 경우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해당 아파트에는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방화문이 설치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은 건설사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면서 동시에 언제 일어날지 모를 화재에 대한 책임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이번 사태가 관련법 사이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소방법에서는 방화문의 임의적인 훼손이나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다. 최초의 성능과 설치 기준 등을 관장하는 건축법은 시공사와 제조사에 대한 책임만 명시할 뿐 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입주자 보호를 위해 공동주택 시설물 안전관리에 필요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조사나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소관인 관할 지자체에서도 현재로썬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입장이다.


인천 남동구청의 건축과 관계자는 “하자에 대한 보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해당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하도록 한다는 국토부 유권해석이 있었다”며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구청에서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성능 미달 부분이 편의시설이라면 입주민들이 결정할 사안이 맞겠지만 이것은 명백히 법규를 위반한 사항”이라며 “위험 요소가 발견됐다면 개선하는 것인 당연함에도 보상금을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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