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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커피 값 화재감지기에 거는 허황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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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7/03/10 [10:31]

[기자수첩] 커피 값 화재감지기에 거는 허황된 기대

최영 기자 | 입력 : 2017/03/10 [10:31]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지난달 10일 KBS 소비자리포트 작가들과의 미팅이 있었다. 소방시설 불량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약 두 시간 동안 그들에게 소방시설의 실태와 소비자원 조사결과 등 과거 근거 자료를 설명해 주고 미팅 후 분야 전문가들의 섭외를 도왔다.


비화재보에 따른 시설 차단 행위 문제는 수많은 건물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고 이런 비화재보로 인한 차단 행위는 시스템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들에게 설명해 줬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화재감지기는 흔히 마시는 커피 한잔보다 싼 값의 일명 ‘재래식 감지기’를 주로 쓴다. 연기나 열 등의 감지부를 통해 조건 충족 시 수신기에 화재 발생 신호만 전달해 주는 단순 방식의 감지기다.


이런 감지기들은 일정 공간 내 많게는 수십 개를 모두 묶어 한 회로로 구성하기 때문에 화재 감지 시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된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2층 화재 신호 시 이게 201호인지 202호인지를 모른다. 더 많은 호실의 감지기가 한데 물린 오피스텔 같은 곳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비화재보가 발생하면 당연히 어디 위치에 설치된 감지기의 문제인지도 분명히 알 수가 없다. 즉각적인 대처가 곤란하니 시설 자체를 꺼놓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 법규가 강화되면서 고층 건물에는 아날로그식 감지기가 설치되고 있다. 이런 아날로그 감지기는 개별 주소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감지기 상태의 이상 여부도 알 수 있다. 부연하면 비화재보가 발생하더라도 문제의 감지기를 쉽게 찾아낼 수 있고 발 빠른 조치가 가능하단 얘기다.


설치 공간 내 환경에 따라 감지기의 감도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먼지나 분진이 많거나 평상시 온도가 높아 비화재보 발생 우려가 크면 감도를 조정해 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주거시설의 세대 내 점검 시에도 수신기에서 감지기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관리 측면의 이점도 매우 크다.


요즘에는 이런 아날로그 감지기 외에도 설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주소형 감지기도 보급되고 있다.

 

아날로그처럼 감지기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감도를 조정하는 등의 지능형 기능까진 없지만, 최소한 화재 발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감지기다.


이젠 시대변화에 따라 이런 고급형 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런 시스템이 보편화돼 있고 중국만 해도 오래전부터 이런 고급형 감지기를 건물에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물은 법규만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지어진다. 준공 이후 그 건물에 입주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방시설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건물을 짓는 건설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대한 싸게, 정해진 준공 시기에 맞춰 건물을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법규가 강화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고급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안전 분야에 있어 강화가 요구되는 법규를 규제라는 이유로 망설일 필요는 없다. 기술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분명 기술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소비자리포트라는 프로그램이 그 성격상 문제 제기 위주로 다뤄질 것을 알긴 했다. 그래도 지난 3일 방송된 프로그램은 대안 제시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남는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방송이나 언론 등 소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현실을 알려주는 그들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다.


어떤 이는 왜 그렇게 방송이나 입법부 같은 곳을 도와 이 분야의 문제를 키우냐고 묻는다. 조심스레 답해 본다. 잘못된 사실이 사회에 전파되는 것보단 올바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맞지 않냐고. 또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진통을 겪더라도 빨리 바뀌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우리는 소방이라는 안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냐고 말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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