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논란 속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개발사업, 감사원 “문제 없다”

국회 요구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 살펴보니…
잠수용만 시험했다던 연구, 소방용기도 진행 사실 확인
발급된 시험성적서 “허위ㆍ부실 발급으로 보기 어려워”
감사원 “미흡한 점 있지만 사업 실패로 보기에는 곤란”
소방 불법 시설 대책 마련 탄력 받나… 풀 과제도 남아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06/09 [11:57]

 

[FPN 신희섭 기자] =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개발사업의 부실 논란이 일단락됐다. 진위 파악을 위해 감사에 나섰던 감사원이 지난달 25일 ‘연구개발사업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최종 감사결과보고서를 내놨기 때문이다.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개발사업’은 공기호흡기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폭발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된 연구과제다. 이 연구는 고압으로 충전되는 공기호흡기의 특성상 관련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규정하는 적정 시설 설치 의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실 논란에 휩싸이며 난항을 겪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K-2 소총 탄환 크기(5.56mm)와 비슷한 탄소섬유 파편이 수류탄 폭발력과 유사한 공기호흡기 용기의 폭발력으로 비산할 경우 작업하는 소방관에게 총기 수준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연구를 통해 나온 폭발 테스트 결과는 허위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연구의 정량적 목표 중 하나는 36㎫ 이상의 압력용기 폭발 시 파편이 외부로 비산되지 않는 제품 개발이었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 과정에서 소방관이 사용하는 탄소섬유의 공기호흡기 용기가 아닌 알루미늄 용기로 폭발 테스트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후 국회는 “공기호흡용기 안전충전함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올해 1월 23일 통보했고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감사에 착수했다.


특별한 문제 찾지 못한 감사원

 

감사원은 국회가 통보한 감사요구안에 제안이유로 명시한 ▲소방용기가 아닌 잠수용기로 성능시험 ▲허위ㆍ부실 시험성적서 발급 ▲안전충전함 개발 목적 미달성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점 감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화재방지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를 포함해 캐나다와 독일, 프랑스의 표준관리ㆍ안전시험인증기관 5곳과 미국, 독일에서 안전충전함을 생산ㆍ판매하는 업체 5곳을 대상으로 시제품 성능시험 과정 중 논란이 됐던 사항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시제품 성능시험 과정 문제없어 = 감사원은 이번 연구를 주관한 A 기업이 안전충전함 시제품 개발을 위해 성능시험을 실시하면서 5차 시험 때 소방용기를 파열시켜 안전충전함 시제품의 방호성능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1차 시험부터 잠수용기로만 시험이 시행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잠수용기는 알루미늄 단일재질로 구성돼 파열 시 금속 파편이 덩어리 형태로 발생하는데 흠집 깊이를 조정해 정해진 압력에서 파열시키는 것이 용이하다. 반면 소방용기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의 복합재질로 이뤄져 파열 시 금속 파편과 미세한 탄소섬유 가루도 같이 발생하게 된다. 흠집의 깊이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정해진 압력에서 파열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실제 진행된 연구에서는 3차 시험 첫째 날까지 소방용기로 파열시험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해진 압력에서 소방용기를 파열시키기 어려워 안전충전함 시제품의 원활한 성능시험 진행을 위해 참관인들과 협의해 잠수용기로 바꿔 파열시험을 진행했던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또 감사원은 지난 2016년 6월 국회가 소방용기를 이용한 파열시험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같은 해 8월에는 추가로 소방용기를 이용한 파열시험이 진행됐고 이 결과를 연구보고서에 포함해 최종평가에 반영되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시제품의 성능시험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시험성적서 발급 허위ㆍ부실 아니었다 = 당시 국회에서 제기했던 시험성적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잠수용기로 시험을 실시하고도 소방용기로 시험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고 비산물로 인한 작업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등 부실한 시험성적서를 발급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소방용기를 참관인들과 협의해 3차 시험 둘째 날부터 잠수용기로 바꾸는 등의 과정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1차 시험부터 3차 시험 첫째 날까지 소방용기를 이용해 파열시험을 시도하다 3차 시험 둘째 날부터 5차 시험까지는 잠수용기를 이용해 파열시험이 진행됐다는 점이 위탁연구보고서에 명시돼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감사원은 최종평가 발표 자료 등에는 시제품의 성능시험 진행 과정에서 용기를 바꾸게 된 배경이 평가위원들에게 설명됐고 이 같은 점이 인지된 상태에서 평가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발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작업자 안전에 대한 부실 시험성적서 발급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문제성을 찾지 못했다. 다만 지난 2016년 8월 소방용기를 이용한 파열시험에서 탄소섬유 파편이 돼지껍데기를 부착한 마네킹에 박히는 현상이 발생했고 탄소섬유 파편이 사람의 피부나 점막 등에 박힐 경우 급ㆍ만성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이 있기 때문에 작업자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흡한 점 있지만 사업 실패 판단 ‘곤란’

 

감사원에 따르면 국회는 소방용기가 안전충전함 안에서 파열될 때 탄소섬유 파편이 외부로 비산돼 ‘파편의 외부 비산이 없을 것’이라는 개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수요처인 국민안전처마저 안전충전함 구매 의사가 없으므로 이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문제도 제기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사업 자체가 실패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탄소섬유 비산 문제만으론 실패 단정 어려워 =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사업 평가 과정에서 파편의 비산 여부는 ‘안전충전함 시제품 개발 목표 13개 항목 중 하나다. 게다가 비산되는 탄소섬유를 파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연구 당시 평가위원들이 제품 개발 목표의 달성 여부와 성능시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성공 판정을 내렸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목표달성이 일부 미흡하지만 그렇다고 연구개발사업 자체가 실패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수요기관 구매 없어 실패 사업? = 산업통상자원부는 성능이 확인된 안전충전함을 설치하면 방호벽과 비슷한 방호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선 소방관서 등의 충전시설 방호벽 설치 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관련 특례고시 제정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당초 이 같은 충전시설의 방호벽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충전함 시제품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성능확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관련 고시가 시행되지도 않았고 안전충전함 성능확인 기준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안전처가 안전충전함을 구매ㆍ설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 생산이 시작되면 이를 안전처가 구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국민안전처가 안전충전함을 구입할 의사가 없다는 사유로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는 보기 곤란하다고 결론지었다.


멈췄던 특례고시ㆍ기술기준 제정 탄력 받을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전충전함의 안전성 확인을 전제로 충전시설의 방호벽 설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특례고시안을 마련하고 국무조정실 규제심사까지 마친 상태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역시 안전충전함 시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성능 시험 결과를 토대로 안전충전함의 성능확인 기준 제정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전충전함 연구개발사업이 부실 논란에 휘말리면서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자 관련 고시와 성능 기준 제정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가 확정되면서 그간 중단됐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특례고시와 안전충전함 성능확인 기준 제정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후속 절차를 거쳐 특례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관계기관 의견 수렴과 가스기술기준위원회의 심의ㆍ의결 등을 거쳐 안전충전함 성능확인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불법 충전시설 오명 벗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감사원 감사결과가 공개되자 국민안전처는 우선 반기는 분위기다. 안전충전함 설치가 가능해지면 불법으로 공기호흡기 충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사실 전국 소방관서에서 고압의 공기호흡기를 충전하려면 고압가스 관련법에 따라 적정 안전거리를 두거나 방호벽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방관서 대부분이 부지 확보 문제나 열악한 예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불법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 충전 환경을 가진 소방관서는 전국 1천13곳 중 987곳에 이른다. 적법한 26곳의 소방관서마저 인력 배치 기준을 이행하지 못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철도나 광산, 항공, 전기사업, 원자력 등 공익 목적에 사용되는 고압가스는 관련 법규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소방은 제외 대상이 아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통해 장기간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고심해온 만큼 특례 고시가 하루 빨리 제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고시와 안전충전함 성능확인 기준이 제정되면 안전충전함을 119안전센터까지 보급할 계획”이라며 “감사원으로부터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작업자 안전 확보에 대한 문제는 보호장구 착용 등의 안전수칙을 마련해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례고시가 제정되더라도 소방에서 풀어야할 숙제는 또 있다. 교육환경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시설에 고압가스 충전시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시설은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설치가 불가능하다. 소방관서의 경우 대부분 도시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교육환경보호구역과 겹치는 곳이 발생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교육감이나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지역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교육환경보호구역내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며 “주변에 학교가 없는 소방관서에 우선적으로 안전충전함을 보급하고 지자체 교육청과 협의해 이 문제도 조속히 해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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