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처우 개선 위한 소방안전교부세가… ‘속 빈 소방청’ 설립 위기

- 정부조직법 개정안서 소방안전교부세 권한 행안부에 부여
- 소방관 목숨값인 ‘소방안전교부세’ 또 관료한테 넘겨지나
- 도로 갈고 하천 정비하는 소방안전교부세 “최초 취지 살려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7/06/13 [13:24]
▲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타 법률 개정 내용에 적시된 지방교부세법 개정 사항은 소방안전교부세의 교부를 국민안전처장관에서 행정안전부장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방교부세법 제9조의4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지방자치단체에 전액교부하도록 하는 근거와 교부기준에 대한 규정을 다룬 조항이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소방재원 확충을 위해 도입한 소방안전교부세가 또 관료조직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소방관들의 처우와 노후장비 개선 등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방청 설립과 함께 소방안전교부세를 본래 도입 취지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문재인 정부의 조직 개편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120명의 여당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소방정책과 구조구급 등을 수행하는 소방청을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문 대통령의 공약처럼 소방청 설립으로 소방조직은 독립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담긴 타 법률 개정 내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교부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소방안전교부세의 교부 권한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존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있던 소방안전교부세 부여 권한을 소방청장이 아닌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관하는 내용이다.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실 속에서 지자체에 ‘당근과 채찍’조차 주지 못하는 소방조직이 과연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소방인력 부족과 장비의 노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난 2015년 최초 만들어졌다.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총액의 20% 규모로 담배 1갑당 118.8원가량이 이에 해당한다. 2015년 도입 당시 3,141억원, 2016년 4,147억원, 올해는 4,588억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는 현재 국민안전처 내 중앙소방본부 예산 1,045억원과 비교할 때 4배를 웃도는 규모이자 전체 소방예산(4조588억원)으로 치면 10%에 해당하는 큰 액수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신설된 이 소방안전교부세는 같은 해 10월 여야가 국민안전처 내 중앙소방본부를 두도록 한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에서 합의를 거쳐 만든 재원이다. 당시 여야는 합의문에 “중앙소방본부는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휘 아래 인사와 예산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소방ㆍ구조ㆍ구급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안전세를 도입한다”고 적시했다. 최초 도입 목적이 소방재원의 확충이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담배가 화재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교부세 도입 배경이 됐다.


하지만 소방안전교부세 도입 이후 교부 권한이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주어지면서 예산의 투입 범주는 일반적인 재해 예방이나 안전관리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최초 신설 취지에 맞춰 소방예산 확충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소방관은 “정치권과 정부가 부족한 소방재원으로 인한 소방관 순직사고 등을 방지하자는 국민 여론의 힘을 얻어 도입된 것이 바로 소방안전교부세”라며 “하지만 행정부서가 예산 부여 권한을 가지면서 안전이라는 포괄적 명목으로 확대돼 최초의 취지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비정상적인 3교대 근무나 소방장비의 노후, 지역별 재원 차이로 인한 소방서비스 격차 등 소방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적이다”며 “소방관의 위험을 담보로 도입된 소방안전교부세가 행정직의 권한 확대와 지자체 생색내기용으로 이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소방안전교부세는 안전이란 명목으로 도로 정비나 하천, 산림 정비, 시설물 점검 등에까지 사용되면서 논란이 불거져 왔다.

 

지난해 안전행정위원회 표창원 의원실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남의 경우 2015년 처음 소방안전교부세가 지자체에 배부된 직후 49억원, 2016년 상반기(6월 23일 기준)에는 66억원을 도로 정비사업이나 생활권 이면도로 정비, 하천유지관리, 저수지ㆍ댐 안전점검에 편성 또는 집행했다.

 

대구 역시 2015년도에는 50억, 2016년 상반기에만 53억원을 도로 정비나 교통안전시설사업, 노인보호구역 개선 등에 투입했다. 이 외에도 전국의 지자체는 안전시설이라는 명목 아래 소방재정 확충을 위해 도입한 소방안전교부세의 25% 정도를 도로정비 등 일반 안전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소방안전교부세 도입 직후 국회 입법조사처의 ‘소방안전교부세 배부기준 적정성 조사분석’ 결과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안전행정위원회 임수경 의원이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입법조사처는 “소방재정 확충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재해 예방이나 안전관리까지 나눠먹기 식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설 취지에서와같이 기존 소방예산에서 플러스알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지방의 한 고위직 소방공무원은 “소방에서는 지방의 부족한 소방재원을 보전해 주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관들의 목숨값과도 같다고 여긴다”며 “후생복지나 장비보강 등 재원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예산인만큼 교부 권한을 소방청에 부여해야만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통해 소방의 산적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광고
집중취재
[인터뷰] 제3대 한국소방시설협회장 김태균 당선인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