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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소방 피복류 구매제도 조달청 ‘갑질’ 논란

업계도 수요기관도 몰라… “제멋대로 바꾸나”
문제 많던 과거 회귀? 수요기관 피해 “불 보듯”
피복 업계 “현실성 무시한 채 규제만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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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7/07/10 [10:20]

[집중취재] 소방 피복류 구매제도 조달청 ‘갑질’ 논란

업계도 수요기관도 몰라… “제멋대로 바꾸나”
문제 많던 과거 회귀? 수요기관 피해 “불 보듯”
피복 업계 “현실성 무시한 채 규제만 늘리나”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07/10 [10:20]

 

[FPN 신희섭 기자] = 소방공무원이 착용하는 섬유류 제품 구매제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불공정행위 근절을 명분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해 업계를 흔들었던 조달청이 최근에는 구매방식마저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제조사들의 반발도 커지는 양상이다.


현재 소방 피복류 제품 구매에 적용되고 있는 다수공급자(MAS)계약은 지난 2009년 수요기관이었던 소방의 요구로 최초 도입됐다.


이전 제3자단가계약으로 제품 구매가 이뤄질 당시 계약 이행 과정에서 수요기관의 선택권이 한정되고 제품 품질이 저하되는 등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MAS 계약 제도였다.


이렇게 도입된 MAS 제도는 지난 몇 년간 소방공무원의 피복 구매와 개인보호장비인 방화복, 두건 등의 구매방식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직접생산을 하지 않는 제조사가 물품을 납품한다는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불공정 거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조달청은 규정을 어긴 제조사 한 곳을 시장에서 퇴출하기도 했다.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직접생산 규정 위반 여부 조사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특히 조달청은 구매제도를 변경해서라도 업계의 이 같은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피복 시장 특성 알긴 하나, 한계성 무시에 ‘눈총’

 

최근 조달청 행보를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소방피복의 경우 기동복과 활동복, 근무복, 정복 등 가짓수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특히 시장 특성상 항시 많은 제고를 쌓아두고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한 중소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제품을 직접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방피복 제조사들은 지난 6월부터 직접생산에 더해 기술보유 인력에 따라 1회 최대 입찰 금액을 제한받는 새로운 규정도 적용받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보유인력이 10명 미만인 제조사는 1회 최대 납품요구금액이 최대 5천만원 이하로 한정된다. 10~20명 미만은 1억원 이하, 20~30명 미만 2억원 이하, 30~40명 미만은 5억원 이하, 40~50명 미만은 10억원 이하의 계약만 가능하다. 1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50명 이상의 기술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소방피복 제조사 대표 A씨는 “소방피복 시장은 연간 200억 규모로 10여 개 제조사가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불공정조달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당장 조달청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제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조사 대표 B씨는 “소방피복 시장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큰 금액의 입찰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신규 소방공무원이 채용되는 시즌의 경우는 다르다”며 “이 시기에는 10억원이 넘는 입찰이 한 번씩 공고되기도 하는데 1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50명 이상의 기술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지역 소방본부에서 신규 직원의 피복 구매를 위해 8억원 상당의 입찰을 계획했다. 하지만 기술인력 보유 규정으로 이 금액대에 입찰 참여가 가능한 MAS 계약 업체를 찾지 못했고 결국 품목별로 피복을 나눠 총액 입찰로 구매를 진행했다.


B씨는 “규정을 지킬 능력이 없는 제조사는 시장에 참여하지 말라는 게 조달청 주장”이라며 “소방피복은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선정돼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규정만 앞세우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구매방식 바꾸면서 의견 수렴도 안 해


소방피복 제조사 대다수는 현재 조달청과 오는 9월 30일까지 유지되는 MAS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달에는 보유 기술인력에 대한 수정계약까지 새롭게 체결한 상태다.


하지만 이달 5일경 조달청이 소방피복의 구매를 더 이상 MAS 계약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며 제조사에 전화 통보한 사실이 취재 중 확인됐다. 정부 기관에서 물품 구매를 위한 계약 방식을 변경하면서 관련 업계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수요기관인 국민안전처 역시 이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피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소방본부 소방정책과 담당자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중앙소방본부 관계자는 “조달청으로부터 계약제도의 변경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서둘러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막막한 사후관리… 피해는 수요기관 몫?


MAS 계약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업계에서는 제3자단가계약 방식이 다시 도입될 것이라는 소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3자단가계약은 MAS 계약 이전의 소방피복 구매방식이다. 수요기관에서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수요물자를 의뢰하면 조달청에서 제조와 구매, 가공 등 제품의 단가를 정해 제조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각 수요기관은 계약상대자가 되는 제조사에 직접 납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구매가 이뤄졌던 시절 소방공무원들은 소방피복 품질저하에 대한 불신이 컸다. 당시 소방정책을 담당했던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마저도 제3자단가계약을 폐지하고 MAS 계약 제도 도입을 통해 소방피복의 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MAS 계약은 다수의 공급자를 선정해 선의의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수요기관의 선택권을 제고하는 제도다. 조달청도 이미 선진 외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구매 제도라며 홍보하고 있다.


이 계약을 통해 소방피복 구매가 이뤄진 최근 몇 년 사이 소방공무원의 만족도도 상당히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기관의 선택권이 제고되면서 제조사들은 보다 좋은 원단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품질경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소방피복 제조사 C씨는 “MAS 계약은 수요기관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구매 방식으로 수요자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결국 제품판매가 어려워진다”며 “소방피복에 대한 불신이 높았던 만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 모두가 지난 몇 년간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는 구매방식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우려 점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소방피복은 특성상 A/S 등 사후관리가 매우 많이 발생되는 제품”이라며 “과거 제3자단가계약으로 소방피복 구매가 이뤄졌을 때도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가 많이 발생해 소방공무원들이 애를 먹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은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 등 활동량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피복에 대한 A/S 등의 비율도 높다. MAS 계약 제도의 경우 수요기관인 소방관서에서 직접 제조사를 선택해 피복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제3자단가계약은 입찰 조건에 맞춰 낙찰이 확정된 제조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한번 낙찰자로 선정된 제조사는 또다시 언제 낙찰자로 선정될지 모른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사후관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수요기관과 낙찰 제조사가 먼 거리에 위치할 경우도 문제는 생긴다. 조직 특성상 소방공무원은 매일같이 소방피복을 착용해야 한다. 만약 A/S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구매한 제조사에 이를 의뢰해야 하는데 거리상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요기관에서 이 모든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피복 업계 “현실성 무시한 채 규제만 늘리나”


사실상 조달청의 계약 방식 변경이 확정되자 소방피복 제조사 대표자들의 한 숨도 커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매년 매출의 30% 이상, 많게는 50% 정도를 신규로 임용되는 소방공무원 피복 판매로 올리고 있다.


이달부터는 신규 소방공무원 임용자에 대한 피복 구매가 각 지역 본부별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소방피복 제조사들의 입찰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문제는 MAS 계약 기간이 9월 30일까지로 세 달 가까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조달청과 MAS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는 반드시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계약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이행해야만 한다. 우대가격은 MAS 계약 당시 책정한 가격의 90% 아래로 내려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제3자단가계약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에는 MAS 등록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피복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위반하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조달청 담당자는 지난달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입찰 참여시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식 공문 등이 하달되거나 공지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문제는 구매방식이 어떻게 변경되는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3자단가계약으로 변경되리라는 것도 조달청 담당자가 구두로 몇몇 제조사에 전하면서 소문만 무성하게 돌고 있다.


조달청의 담당자는 “구매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결정된 사안은 아직 하나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방피복 제조사 대표자들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어째 규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단일 품목도 아닌 수십 가지 품목의 소방피복을 모두 직접생산해야 한다면 중소기업이 소방피복 시장에서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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