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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

“기술자가 거짓말 안해도 되는 상식적인 세상 꿈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 기본 원칙 지켜져야”
“공공기관조차 안 지키는 대가 기준, 개선 필요하다”
“행정 처분의 합리성, 소방 조직 전문성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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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7/10 [14:35]

[연속기획 - 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

“기술자가 거짓말 안해도 되는 상식적인 세상 꿈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 기본 원칙 지켜져야”
“공공기관조차 안 지키는 대가 기준, 개선 필요하다”
“행정 처분의 합리성, 소방 조직 전문성 확보 시급”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7/10 [14:35]
▲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소방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술 자격인 소방기술사. <소방방재신문/FPN>은 그런 소방기술사들의 모임인 ‘한국소방기술사회’ 21대 임원들로부터 현 소방 분야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들어보기 위한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 두 번째 대상은 조용선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소방기술사 외에 소방시설관리사와 화재조사전문평가사 자격까지 보유하고 있는 자타공인 소방 분야의 전문가다. 


오랜 기간 소방 현장에 몸담아 온 그다. ‘학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엔지니어’가 아닌 ‘기능인’일 뿐이라는 신념에 따라 학문도 게을리하지 않은 조용선 부회장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방재공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안전을 위해 일하는 소방 엔지니어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조용선 부회장. 소방 엔지니어 후배들, 또 그 후대에는 원칙이 지켜지고 엔지니어들이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조 부회장을 지난 3일 그가 대표로 재직 중인 (주)한빛안전기술단에서 만났다.


■ 우리나라 소방기술,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소방기술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설계, 감리, 점검, 공사를 막론하고 모든 부분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덜 돼 있다고 본다. 


소방기술 발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기술자가 돼서, 소방을 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슬프다는. 문제가 있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어쩌면 기자보다 많이 알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 그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어디서 바꿀까? 그게 핵심이다.  


결국은 원칙이 지켜지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부분은 제도개선사항이 기본으로 따라가야 된다고 본다.


■ 소방기술 발전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것도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시스템이다.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봐야 한다.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감리로 소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억울했던 게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었다. 아닌 걸 아니라고 하고 원칙을 지키고 싶었지만, 사회 시스템은 적당히 하기를 강요했다. 그만 마무리 지어라. 이 만큼 했으니 완성해라. 이 정도가 우리 사회 수준이니 여기에 맞춰서 일을 해라.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를 개인에게 찾는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거짓말을 한 소방 기술자들은 처벌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고 방향을 제시한 다음에 잘하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관의 소방, 언론인의 소방, 기술자의 소방, 업자의 소방이 다른가?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목표는 같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 갈등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와야 할 관계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 실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나.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우선 용역대가가 가장 심각하지 않나 싶다. 대가 없이 일만 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점검 같은 경우 엔지니어링 단가 기준을 산정한다. 이 단가 기준에 따라 하루 4명이 점검인력으로 투입됐을 때는 330만원 정도가 나온다. 그걸 지금 공공기관마저 80만원에 입찰을 띄우고 있다. 적어도 공공기관에서는 지켜줘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부분조차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지금 업체들이 형편없이 점검한다고 한다. 만약 점검업체들이 모든 걸 오픈하고 간다면 서로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철학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하고 싶어도 업이라는 것이 직원들도 유지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고 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 소방공무원들은 지금 업계가 제시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문제를 가지고 하나씩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세워서 지도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 처벌 위주의 행정은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


소방시설관리업에는 그런 문제가 있고 설계업을 보자. 법으로 설계계약서 첨부하도록 했다. 그런데 대부분 허위계약서 쓰고 있다. 세금계산서 첨부하도록 하면 되는데 그건 규제 강화라고 하지 않는다.


설계ㆍ감리가 지금 발주처와 계약을 못 한다. 법대로 못 하고 이면계약하고 있다. 계산서 왜 안 받나? 업체가 발주처에 무조건 써달라고 하면 업체는 계약을 못 한다. 법은 잘 만들어졌지만 정부 입찰 외에 민간 계약에서 실제 적용되는 퍼센티지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세금계약서 실태조사 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업체가 발주처와 계약하기 싫어서 허위계약서를 쓰는 게 아니라 안 해주기 때문에 그런 거다.


■ 문제점 해소와 소방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소방공무원들은 어쩌면 기술자와 업체를 처벌하겠다고 칼을 빼 들고 있다. 우리 소방 기술자들은 소방공무원보다 법적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한 지도적 차원의 행정이 필요하다.


업을 하다가 소방서에 문제가 있어 방문해 명함을 건네면 ‘기술사이시네요. 알만한 분이 잘하셔야죠’라는 등의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럴 때는 큰 상실감을 느낀다. 알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현재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전체적인 틀에서 방향을 검토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는 현실은 개선해야 한다. 큰 틀을 보고 처벌 이전에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소방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면 화재조사 현장에 소방 기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꼽고 싶다.


현재 화재가 발생하면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이 조사를 담당한다. 여기에 사안이 크다고 하면 교수 등 일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도다. 소방 기술자들은 들어가지 못한다.


기술자들이 화재 현장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화재조사업이 도입돼야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설비를 고치거나 위치도 바꿔볼 수 있는 것이다. 왜 사고가 났는지, 피해가 왜 더 커졌는지 기술자들이 현장을 알아야 개선이 가능하다.


일례로 화재 현장에서 스프링클러가 불을 못 끈 이유 중에는 습식의 경우 헤드 함몰, 준비작동식의 경우 오동작에 의한 수손 피해를 우려해 작동정지 상태로 관리하는 것들이 있다. 함몰된 헤드로부터 분사각이 나오지 않거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헤드에서 방수가 되지 않아 피해가 커지는 경우다.

 

처음부터 함몰이었던 경우도 있지만 멀쩡하게 나와 있던 헤드가 고정이 잘못돼 터지면서 올라가는 경우, 준비작동식 밸브 2차 측의 기밀상태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수손 피해를 우려한 탓에 밸브를 정상으로 관리하지 않아 작동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장을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교수와 소방, 경찰공무원들만 현장을 보고 우리 소방 기술자들에게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 기술자들은 정확한 문제점을 모른 채 책임을 묻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문제를 알아야만 연구도 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개선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


또 하나는 소방용품이나 시설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현재 형식승인제품 중 소화기 하나에 대해서만 10년의 내구연한이 도입됐다. 과연 다른 제품들은 10년, 20년 성능저하 없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형식승인제품에 대한 이력관리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력관리시스템이 도입되고 내구연한 품목이 확대되면 소방시설의 안전성 제고는 물론 소방 산업이 20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 소방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과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향후 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 기술사회에서 교육 쪽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세미나 형태라든가, 교육 형태로 하나하나 공론화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분명 제도권으로 의견화될 수 있다고 본다.


업자라고 해서 꼭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기술계 업체들은 도덕성과 철학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방을 하면서 꿈꾸는 건 우리 때는 몰라도 우리 후배들, 또 그 후대와 후대에는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술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안전한 세상이니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자 한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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