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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고한목 부회장

“무선복합기능 감지기 상용화에 대한 대비책 필요”
“현실과 괴리된 법령ㆍ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고층 집합건축물 설계ㆍ안전관리에 관한 재검토”
“청 산하에 기술 및 정책 개발 연구센터 설립해야”
“소방은 규정된 법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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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17/07/25 [12:46]

[연속기획-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을 듣는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고한목 부회장

“무선복합기능 감지기 상용화에 대한 대비책 필요”
“현실과 괴리된 법령ㆍ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고층 집합건축물 설계ㆍ안전관리에 관한 재검토”
“청 산하에 기술 및 정책 개발 연구센터 설립해야”
“소방은 규정된 법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 버려야”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7/25 [12:46]
▲ 한국소방기술사회 고한목 부회장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소방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술 자격으로 꼽히는 소방기술사. 현재 우리나라에는 900명 남짓한 소방기술사들이 소방시설의 설계와 공사, 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소방기술사들로부터 현 소방 분야의 실태와 문제점들을 들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보고자 마련된 연속 인터뷰의 세 번째 대상은 한국소방기술사회 고한목 부회장이다.

 

올해로 37년째 소방 분야에 종사해오고 있는 고한목 부회장은 그만큼 다양한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서울대학교에서 기계를 전공한 뒤 서울과학기술대학원에서 소방안전 석사를 취득했다. 소방기술사와 소방시설관리사, 공조냉동기계기술사 자격까지 갖춘 그는 소방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베테랑이다.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에서 제도개선위원장을 맡게 된 고한목 부회장. 소방은 법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를 지난 20일 과학기술회관에 위치한 한국소방기술사회 사무국에서 만났다.  

 


 

■ 우리나라 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현대는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선진국 간에 소방 기술력 차이는 별로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정책적으로 소방안전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데, 지난해 소방시설에 대한 내진설계가 도입돼 이제 우리나라 소방시설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제는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또 기술 향상을 위해 소방 관련 업종의 등록기준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4차 산업을 소방시설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IoT 기반 실내 환경 감지ㆍ제어와 소방 설비의 화재감지가 접목된 무선 복합감지시스템에 대한 검정과 사용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

 

주파수 사용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현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한다. 여기에는 소방 분야 강소기업에 대한 R&D 투자 확대와 일정 부분 통신사, 대기업의 참여도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필요할 수 있다.

 

소방시설 분야 기술 수준에 비해 국민 의식이나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도 있다. 소방시설은 화재 시 경보를 통해 빠른 피난을 돕고 화재 확산을 차단,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며 소방관들의 활동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결국 설계와 시공, 감리, 소화설비에 투입되는 인력과 기자재가 우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건축물 준공 후 소방시설 유지관리 단계에서 건축주와 사용자, 소방안전관리자, 소방시설관리업자를 비롯해 일선 소방서의 역할과 책무가 조화롭게 분배, 실천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방시설에 대한 법적 설치 규정, 설계사의 기술력, 감리제도, 소방안전관리, 소방시설관리제도 도입 등 매우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허점이 많고 상호 간 불신과 갈등이 소방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또 건축 시설물의 경우 관리에 대한 책임 한계도 모호하고 집합건축물의 경우는 소유자 변경이나 업종 전환에 따른 리모델링도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 소방기술 발전에 있어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소방 분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감리와 시공, 유지관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 중 아파트 비상용승강기 승강장 겸 특별피난계단 부속실에 설치된 제연설비라고 본다.

 

오늘과 같은 감리제도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로 도입됐는데, 그 당시 아파트의 상주감리 대상은 16층 이상, 500세대 이상인 경우였다. 그리고 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당시 아파트는 16층 이상일 때만 비상용승강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스프링클러 역시 16층 이상일 경우 그 이상인 층에만 의무 설비였다가 2005년 11층 이상인 경우 모든 층으로 확대됐다.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인 경우 모든 층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비상용승강기도 2007년부터 10층 이상 아파트로 확대됐다. 그런데 감리 관련 규정에는 변화가 없다. 16층, 480세대는 1주일에 1번 이상 현장 방문하는 일반감리 대상이지만 이보다 20세대가 많은 500세대는 책임감리원 1명과 보조감리원 1명이 상주감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많은 600세대 아파트도 15층이라면 층수를 만족하지 못해 일반감리 대상이다. 위 사례 모두 제연설비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는 데도 그렇다. 그동안 법은 강화됐으나 관련 제도가 바뀌지 못해 발생한 모순된 법 제도다. 현실화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이 있지만 성능이 부족할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감리업자와 감리자다. 업무량과 책임의 과중, 무엇보다 아파트의 제연설비 성능 보장을 위해 합리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 설계건축물부터 TAB를 의무화하고 그 비용을 내역서에 포함해 상호 간 업무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

 

소방시설 관련업의 내부 갈등과 업역 간 갈등도 문제다. 일례로 여러 요인의 갈등에 의한 현장 소방안전관리자의 잦은 이직이다. 이로 인해 설비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비상시 성능에 대한 믿음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축물의 피난시설이나 방화구획, 재료 등은 준공된 후 수정이 불가능한 게 대부분이다. 정부공사나 대형공사의 경우는 건축 심의에 방재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지만 민간공사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사업 주체의 사업성에 맞춰지는 실정이다. 법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건축허가에만 몰두하고 안전은 관심 밖이다.

 

분양인 경우 사업 주체와 소유자가 달라 더욱 문제가 많다. 이럴 때는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감리를 비롯해 준공 후 건축물의 사용 기간 내내 갈등과 민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아파트의 비상용승강기 승강장 겸 특별피난계단 부속실 제연설비의 시공, 감리, 유지관리의 문제점을 들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1개 층에 4세대, 15층인 경우 600세대면 무려 10동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는 제연설비의 시공 상태나 덕트 누기 시험, 차압, 방화문 개방력 확인 등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 

 

설계와 시공이 잘 됐다면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설계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공 오류로 20개 입상 덕트 중 한 곳에서라도 누기가 있으면 준공 단계에서는 수정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마감 전 입상 덕트의 누기 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TAB를 의무화하고 아파트 상주 감리 대상 규모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이제는 소방시설의 확대 적용이 아니라 현재 설치된 시스템의 유지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계나 감리 단계에서부터 성능, 유지관리에 적당한 위치를 선정하는 등 세부 기술기준 점검이 필요하다. 물분무 설비나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의 수동조작함 위치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실제 화재 시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파트의 경우 소방 상주감리 기준을 제연설비 설치 기준이 되는 10층, 300세대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300세대면 15층, 1개 층 4세대인 경우 5개 동이다. 지하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포함하면 감리업무가 결코 작지 않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으로 어느 건축물보다 안전을 위한 성능이 확보돼야 한다. 또 기존에 사업 주체가 발주하던 것을 건축이나 전기 감리와 동일하게 지자체장이 선정토록 해야 품질과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새로 설립될 소방청 산하에 가칭 ‘기술 및 정책 개발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안해 본다. 화재안전기준에 대한 민원과 화재 시 대처, 유지관리, 기술적 기능 유지에 관한 문제점 해소, 방재 관련 시험의 적정성 검토와 시험방법 개발 등을 위한 기관이다.

 

현재 소방 분야에는 법령과 현실의 괴리가 다소 존재한다. 민원이 생겨도 법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소방서별, 담당자별로 다른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문적인 정책 연구센터가 될 것이다. 

 

사업 주체와 실소유주가 다른 집합건축물의 설계에는 어떤 식이든 방재기술자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건축물 안전과 관련해서는 건축법과 소방법, 두 가지 법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일정기간마다 정기적으로 건축과 소방 전문가가 합동 점검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재래시장에 대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 소방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하다. 
기술사회에서 제도개선위원장을 맡고 있어 여러 기술사분으로부터 많은 민원과 제안을 받고 있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차원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일단 소방시설 설계업에 대한 등록 기준과 업무 영역의 조정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금의 설계 제도는 기술사가 50명 내외일 때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업무를 소화할 수 없어 일정 자격을 갖춘 건축사와 전기, 기계설비설계 기술사 사무소에서도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소방기술사가 900명을 넘었다. 수준 높고 현실적인 소방 설계가 될 수 있도록 전문소방시설 설계업과 일반소방시설 설계업의 업무를 조정하고 성능위주설계도 설계업의 범주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감리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소방시설 감리업의 경우 기술사 1명이 등록 기준이다. 그런데 등록된 기술사가 현장에 상주하면 일반소방시설 감리업과 다를 게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술사 조건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타 법령에서도 품질과 안전에 관한 사업관리(감리 포함) 등록 기준에는 해당 기술사를 필수적으로 넣고 있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고 감리 선진화를 위한 기술지원 감리원 제도 도입에 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또 소방시설업자나 기술자들에게 너무 지나친 처벌이나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현 소방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허위와 거짓에 대해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민법에서의 정의와 달리 단순한 오류나 오기에 의한 것도 허위, 거짓으로 판단해 벌칙을 부과하는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개선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초급감리원이 되는 기간이다. 기사 자격을 취득해도 초급감리원이 되기 위해서는 1년의 경력이 더 필요하다. 그사이에 우리는 좋은 인력을 다른 분야에 빼앗기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분야처럼 기본교육 후 현장에 투입이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소방에는 승급 시에는 별도의 교육이 없는 것은 아쉽다.

 

오늘 가장 기쁜 소식은 소방조직이 외청으로 독립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소방 관계인으로 진심으로 환영하고 기대도 높다. 소방에 산재해 있는 갈등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특히 독립적인 외청인 만큼 소방기술의 발전, 정책개발과 민원 해결을 위한 가칭 ‘기술 및 정책 개발 연구센터’의 설립도 기대해 본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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