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과집중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광고
[집중취재] 소방 피복 구매제도 해명 내놓은 조달청… 논란 더 키워
십수 년 된 자료가 기준? 전문가들 “현실성 부족하다”
자의 해석으로 만든 인력 규제에 행자부마저 ‘갸우뚱’
문제 부른 근원지는 직접생산… “조달청 그간 뭐했나”
 
신희섭 기자 기사입력  2017/07/25 [12:50]
▲  조달청이 섬유 제조사 기술인력 보유기준 설정 시 잣대로 삼은 연구보고서   

 

[FPN 신희섭 기자] = 지난 10일 <소방방재신문/FPN>이 보도한 ‘소방피복류 구매제도 조달청 갑질 논란’과 관련, 12일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조달청 구매사업국 자재장비과가 해명에 나섰다.


조달청이 내놓은 해명자료에는 기술인력 보유기준이 전문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설정됐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피복구매 제도를 변경하려는 이유도 업계에 만연돼 있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입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있고 난 뒤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조달청이 제조사 기술인력 보유기준의 설정 잣대로 삼은 연구보고서가 현실과 동떨어진 해묵은 자료였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조달청이 MAS 수정계약의 조건으로 새롭게 조건을 내건 기술인력 보유 강화 조치는 관련법에 근거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조달청의 물품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근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방계약법에는 고용인력을 기술의 보유상황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고용인원수를 기술의 보유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제멋대로 기준을 잡으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달청 해명 들어보니… 다 업체 잘못?

 

조달청은 우선 “기술인력 기준 강화는 인력도 없으면서 묻지마 낙찰 후 하청납품이 횡행하던 업계의 그릇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으로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전문연구기관의 최소생산 가능 인원의 1/3 수준으로만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1회 최대 납품금액 5,000만원 이하는 기존 자격으로도 입찰참가가 가능하고 그 이상 금액입찰에도 공동도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규모 영세기업이 공공조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실제 입찰에서도 종업원 수 2~3명의 소규모 업체가 공동도급을 통해 낙찰받고 있어 조달 시장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판단은 우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수요기관의 선택권과 품질저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업계 현실을 무시한 채 구매제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다수공급자계약(MAS)을 통해 이뤄지던 소방피복류 조달구매 방식의 변경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제3자단가계약방식 도입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달청은 현재의 MAS 계약 방식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조달구매 방식 변경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MAS 계약구매는 업체별로 무조건 많은 품목을 등재해 놓고 수요기관이 선택하면 납품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 생산하지도 못하는 품목을 수수료만 받고 하청으로 넘기는 등 제조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또 실제 생산 가능한 품목이라 하더라도 납품 수량에 제한이 없어 수요 시기 촉박과 다수 기관 선택 등의 사유로 하청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묵은 자료로 뽑아낸 현실성 없는 인력 기준


조달청은 직접생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는 입찰 시 기술인력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설정한 제조사의 기술인력 보유기준은 전문연구기관의 자료를 토대로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제조사 기술인력 보유기준을 산정하기 위해 조달청이 잣대로 삼은 전문기관의 연구보고서는 섬유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해묵은 자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방방재신문/FPN>이 입수한 연구보고서는 지난 2012년 (재)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용역 받아 수행한 ‘섬유제품 원가관리 표준화 방안연구’다. 조달청은 이 보고서 107쪽에 기재된 노무공수 산정 내용을 제조사 기술인력 보유기준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제도 시행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하겠다며 연구 결과의 1/3 수준으로 기술인력을 제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를 수행했던 책임 연구원마저 고개를 흔든다. 이 연구보고서는 2012년에 작성됐지만 실제 담겨 있는 수치 모두 1980년대 초부터 2012년까지의 자료를 모아 평균치를 기록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당시 책임 연구자였던 A씨는 “지난 2012년 이 연구보고서가 작성될 당시의 섬유 산업과 지금 섬유 산업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보고서에 기록된 수치는 더 이전의 자료까지 종합된 것”라며 “지금 정책에 반영하려면 제조사에 대한 실사 등 보충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연구가 한창 진행될 때에는 그나마 우리나라 섬유 산업이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굉장히 큰 폭으로 축소된 상태”라며 “보고서 내용처럼 1개 작업반 50여 명의 인력을 갖추고 이를 3개 반씩 운영할 수 있는 제조사가 지금은 많아야 2~3개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구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노무공수 산출 방식을 제조사 기술보유 인력의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원단을 재단했던 과거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했지만 많은 공정이 기계와 컴퓨터 등으로 전환된 지금은 사실상 과거만큼 인력이 필요치 않다”며 “기술인력 산출 등을 위해서는 현재 섬유 산업에 맞는 새로운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달청이 인용한 연구보고서는 5년 전 시행됐던 케케묵은 자료였던 셈이다. 게다가 섬유 전문가들마저도 조달청의 이 같은 정책에 의문을 던지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지방계약법에도 없는 ‘과도한 규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는 기술의 보유상황으로 제한경쟁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기초적인 근거는 이 지방계약법이다.


기술의 보유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행정자치부 예규에 담겨 있는데 ‘기술도입이나 외국업체 기술제휴방법으로 해당 공사를 수행하거나 물품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만 명시돼 있다.


고용인원수를 기술의 보유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지방계약법 어디에도 없지만 이 범주에 자의적으로 고용인원수를 넣어 해석하겠다는 게 조달청 입장이다.


하지만 지방계약법을 소관하는 행정자치부는 조달청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고용인원수를 기술의 보유상황으로 간주하는 것이 자칫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업무의 담당자는 “지방계약법상 기술의 보유상황은 제조사의 기술 노하우 등을 평가하는 것이지 직원의 수를 세는 것은 아니다”며 “조달청이 물품구매에 있어 적격심사 등에서 제조사의 고용인원수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기술인력의 보유로 입찰제한을 한다면 이는 과도한 규제가 맞다”고 강조했다.


문제 근원은 직접생산 “조달청은 뭐했나”


소방공무원이 착용하는 대다수의 피복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분류돼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으로부터 직접생산 확인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있다. 제조사가 중기청으로부터 직접생산 확인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명 이상의 생산 가능 기술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직접생산 여부 확인은 제조사가 조달청에서도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제조사가 나라장터에 물품제조 등록을 하려면 조달청 고시에 따라 직접생산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피복 제조사는 중기청과 조달청 두 곳에서 모두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받는 셈이다.


소방피복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조달청은 중기청의 직접생산 확인증명서류로 직접생산 확인 절차를 가늠해 왔다.


조달청 고시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에는 직접생산 확인을 위해 제조사는 조달청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해야 한다. 특히 서류에 대한 품명별 세부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제조공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조사가 진행된 적은 전무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여기에 이 최소한의 생산 가능 기술 인력 기준조차 만족하는 못하는 업체도 지금까지 버젓이 피복을 공급해 왔던 게 현실이다. 직접생산 여부를 감독해야하는 조달청이 그간 직무에 소홀했으면서도 문제가 터지자 관련 업계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청 생산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은 조달청을 두고 시장조사나 실태 파악조차 없이 편의적 발상으로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저작권자 ⓒ 소방방재신문 (http://www.fpn119.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17/07/25 [12:50]  최종편집: ⓒ 소방방재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