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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소방 국가직 반대론자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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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소방본부장 이흥교 | 기사입력 2017/08/07 [08:39]

[특별기고] 소방 국가직 반대론자에게 묻는다

강원도소방본부장 이흥교 | 입력 : 2017/08/07 [08:39]
▲ 강원도소방본부장 이흥교  

소방은 건축물 화재예방 등 정책기능과 연간 348만 건의 출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하루 1만여 건에 이르는 현장에 출동하는 셈이다. 국민에게는 소방이 가장 신뢰받는 공공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방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 역할이나 국민 선호도에 비해 늘 부족하기만 하다. 소방을 지방사무로 규정한 탓에 국가 예산 투자는 어려워졌고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예산 먹는 하마’라며 수십 년간을 홀대해왔다. 이런 무관심은 현장 소방인력을 법정 기준의 63%에도 못 미치게 했다.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더디게 하고 있다.


인력과 장비의 부족, 그리고 제도의 미흡을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채우며 버티는 것이 바로 지금 소방의 모습이다. 때로는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간혹 국민의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을 안고 가는 마음의 병이 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AI와 ICT,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강국이 됐고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더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강요하며 소방을 전쟁터와 같은 재난현장으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방의 국가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이런 소방공무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데 있다. 균형 있는 소방서비스를 제공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자는 목적이 가장 크다. 결국 시ㆍ도지사는 지역발전과 주민복지에 전념하고, 소방안전은 국가가 직접 나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분명 두 손 들고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돈만 먹는 애물단지라며 늘 예산투자의 뒷전 신세를 지는 ‘소방’을 국가가 직접 데려가고 지역 안전도 강화시켜 주겠다는 데 ‘반대’가 웬 말인가. 특히 지방정부는 전폭적인 지지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들이 왜 반대 목소리를 내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과 일본 소방이 지방사무이고, 지방분권에 반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속내는 따로 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지시와 통제’의 대상이었던 소방이 ‘요청’의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각 시ㆍ도 조직의 평균 48%를 차지하는 소방이 국가직으로 빠져나갈 경우 공무원 수로 책정되는 관리기능과 지방교부세 축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즉 그동안 소방사무를 통해 얻어 온 행ㆍ재정적인 이익을 뺏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연방국이다. 하나의 주 정부가 국가의 기능과 임무를 수행한다. 일본은 이미 100여 년 전 우리의 읍이나 면에 해당하는 정, 촌에 자치권을 부여했다. 오랫동안 지진 등 풍수해를 겪으며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고, 소방안전에 대한 국가 지원과 국민적 관심 등에 따라 일찍부터 자치사무로 정착했다. 이를 볼 때 미국과 일본은 우리 대한민국과 올바른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들은 같은 맥락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하며 자치경찰을 사례로 든다. 그러나 국민 안전은 분권, 즉 권한의 배분 대상이 될 수 없다. 분권 개념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자치경찰은 말 그대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교통지도와 위생 단속, 환경감시, 방범 등의 업무에 국한된다. 전쟁터 같은 재난현장에서 주민의 생명을 직접 구조하는 소방사무는 오히려 국가가 맡아서 투자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나 끄는 소방은 전통적인 지방사무이기 때문에 인력증원도 화재에 국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이는 50년 전 행정이론을 추종해 소방을 재난대응의 주축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간섭과 지시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단순하고도 위험한 논리다.


국가직 반대론자들에게 묻는다. 소방이 과연 불만 끄는 조직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강조하는 오늘, 언제까지 소방을 불만 끄는 존재로 옭아매 국민 안전망 구축을 지방사무로 한정할 것인가.


늘 전시에 대비하는 이스라엘 소방은 국가사무다. 남북 대치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야말로 소방을 국가직화 하는 것이 안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일본 사례와 지방분권 명분을 들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 안보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안보를 국가에서 책임지듯 이젠 안전 또한 국가가 전담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생명의 가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위험에 처한 생명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통해 건강을 되찾게 하는 것. 그리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모든 소방인의 소망이다.


균형 있는 소방서비스의 제공은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가 주민자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소방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인력 증원을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 안전하고 행복한 국민,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적 여망이 이뤄지길 염원한다.


강원도소방본부장 이흥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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