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Show me the ‘소방관 국가직’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08/10 [13:21]
▲ 이재홍 기자    

[FPN 이재홍 기자] = 소방청 설립 이후 국가직 전환과 관련한 논쟁이 한창이다. 전환에 찬성하는 이들은 일원화된 지휘 체계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지역별 대국민 안전 서비스의 평등을 주창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지방분권화, 국가와 지방의 사무 배분 원칙을 내세우며 국가직 전환보다는 지방재정 확충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논쟁은 치열하다. 그리고 불편하다.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된다. 혹은 지방재정을 확충하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흑백논리도 그렇지만 상대의 논리를 약화시키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는 더 가관이다. 세월호 때 국가직인 해경의 대처가 어땠다느니, 마우나리조트 붕괴 당시 지자체의 대응이 어땠다느니 하는 소모적 양상이 대부분이다.

 

문제가 있으니 바꾸자는 전개는 논쟁의 기본이지만, 그들의 말대로라면 소방은 국가직으로 전환하나 지방직으로 두나 문제투성이다. 국가직이 되면 중앙정부에 보고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칠테고, 지방직으로 있어도 현장에서의 혼란은 여전할테니까 말이다.

 

논점은 본질을 벗어나선 안 된다. 여기서 본질은 소방 본연의 임무를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두의 안전을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직 전환이나 지방재정 확충은 그걸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본질을 위한 방법이란 개념에서 봤을 때 현시점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은 현재의 지방직 체계에서 불거졌다. 지금은 판을 뒤엎을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 증원을 위한 추경예산안을 상정하자 야당은 격렬히 반대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자체에 심각한 재정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한 광역지자체의 시장은 국장급이 참여한 회의에서 “소방관 단 한 명도 증원 못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처우 개선에 가장 시급한 인력 충원마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지방재정을 확대한들, 지자체들이 이를 오롯이 소방에 투입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미 지난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지방으로 내려진 소방안전교부세가 어떤 곳에 쓰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비비를 요구하는 소방관들에게 “그럼 소방관들은 1년에 4개월만 일하겠다는 거냐?”고 질책한 모 도지사의 일화는 지자체장들이 소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지방분권화, 풀뿌리 민주주의의 고귀한 가치는 존중하나 소방의 특수성과 공공성도 분명히 존중 받아야 할 가치다. 국가와 지방의 사무 배분 원칙을 지방분권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 또한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다. 소방이 분권의 대상이라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지방분권화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에 국가직 전환은 안 된다는 논리에 더더욱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광고
집중취재
[인터뷰] 제3대 한국소방시설협회장 김태균 당선인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