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강릉서 정년 1년 앞둔 ‘베테랑’, 8개월 ‘신참’ 소방관 순직

석란정 정자 화재 잔불 정리하다… 소방관 2명 참변

광고
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17/09/18 [16:38]

강릉서 정년 1년 앞둔 ‘베테랑’, 8개월 ‘신참’ 소방관 순직

석란정 정자 화재 잔불 정리하다… 소방관 2명 참변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7/09/18 [16:38]
▲ 지난 17일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다 무너진 건물에 매몰돼 순직한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고 이영욱 소방위와 고 이호현 소방사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FPN 김혜경 기자] = “누구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구한다는 자부심이 강했던 분이었다”, “작년 6월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집 안을 뛰어다니던 아들 모습이 눈에 선해…”


17일 오전 강릉시 강문동 K호텔 신축공사장 근처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2명이 건물 붕괴로 매몰돼 숨졌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고 이영욱(59) 소방위와 고 이호현(27) 소방사는 오전 3시 51분경 석란정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날 불은 16일 오후 9시 45분경 1차 화재 이후 재발화한 상황이었다.


석란정은 1956년 건축된 목조 기와 건축물로 높이 10m, 면적 40㎡ 규모의 지어진 지 60년이 넘은 철거예정 무허가 건물이다. 현장에 도착한 두 소방관은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자 도구로 마룻바닥을 헤치며 잔불을 제거했다.


그러던 중 오전 4시 29분경, 전날 화재 진압으로 물을 잔뜩 머금고 있던 지붕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이들을 덮쳤다. 동료 소방대원이 지붕이 무너진 지 18분 만에 매몰된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를 구조했다.

 

▲ 17일 오전 4시 47분, 동료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를 구조하고 있다.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두 대원은 심정지 상태로 강릉 아산병원과 동인병원으로 각각 이송됐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이 소방사가 오전 5시 33분 사망 판정을 받았고 1시간 20분 뒤인 오전 6시 53분 이 소방위도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는 경포119안전센터의 맏형과 새내기 소방사로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소방위는 1988년 2월 1일 처음 소방관으로 임용돼 투철한 사명감으로 29년간 각종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관이다. 그는 임용 기간 장비검열, 소방행정발전, 제48주년 소방의 날, 겨울철 폭설제설대책 등으로 표창장을 여섯 차례나 받았다.


정년퇴직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도 책임감과 뛰어난 리더쉽으로 항상 솔선수범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선ㆍ후배 직원으로부터는 신망도 두터웠다. 또 아내(56)와 아들(36)에게는 충실한 가장이자 91세 노모에게는 소중한 효자였다.


이 소방위의 아들 이인 씨는 “아버지는 6남 2녀 중 일곱째로 효심이 깊었다”며 “내년에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자고 계획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소방사는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학과 장학생 경력 채용으로 올해 1월 9일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부모와 여동생을 둔 그는 힘든 현장 활동을 위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활발한 성격과 매사에 적극적인 성품으로 선배 소방관들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이 소방사의 아버지 이광수(55) 씨는 “아들은 남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 특성상 체력이 필수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대원의 영결식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강원도청장으로 진행된다. 고인들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소방청은 순직한 두 대원을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소방 관계자는 “순직 대원들은 우리의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다”며 “두 사람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히 소방인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호텔공사로 인해 정자가 금이 가는 등 기울여 보였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과 실화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정밀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 1956년 건축된 석란정은 목조 기와  구조로 높이 10m, 면적 40㎡ 규모의 건축물이다. 불이 나기 전 석란정 모습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김혜경 기자 hye726@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