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처구니없는’ 조달행정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7/10/25 [10:27]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어떤 일을 겪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거나 황당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흔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을 한다. 본래 어처구니는 맷돌 손잡이를 일컫는다. 맷돌에 일거리를 넣고 돌리다가 갑자기 손잡이가 빠져 일을 못하게 되는 황당한 일을 비유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최근 조달청의 행정을 보자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규정만 내세우며 정작 시장의 생태는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된 소방 피복류 구매제도의 문제만 봐도 그렇다. 사람이 일일이 자를 대고 선을 긋던 십수 년 전 연구 결과를 업계에게 떡하니 들이밀며 이를 기술인력 보유기준의 잣대로 삼았다.


또 지난 몇 년간 잘 운영돼 오던 다수공급자(MAS) 계약도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이유로 계약을 중단시켰다. 업계와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듯 통보했다.


소방피복은 기동복과 활동복, 근무복, 정복 등 가짓수가 수십 개에 달한다. 특히 시장 특성상 항시 많은 제고를 쌓아두고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생산수량과 판매 등에 대한 사전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한 MAS제도를 선호한다.


MAS 계약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소방피복 제조사가 입은 피해는 상당하다. 대다수 업체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입찰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절반에 가까운 직원에게 권고를 사직한 업체도 생겨났다.


조달 구매 문제는 소방장비를 구매하는 수요기관, 즉 소방관서에서도 골칫거리다. 소방에 소자도 모르는 업체들이 소방장비를 납품하겠다며 떡하니 입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업체들은 무리를 지어 입찰에 참여한 뒤 나눠먹기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시장에선 이런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데 개선의 노력은커녕 규정을 명분삼아 목에 힘주고 업체에게 갑질이나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조달청의 갑질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조달청의 행정처분이 과도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업체들이 조달청과의 소송에서 이기고도 갑질을 우려해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 역시 소방피복류 구매제도의 갑질 사례를 지적했고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입찰담합 문제를,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조달 정책의 시장 왜곡을 문제 삼았다.


오죽했으면 국회의원까지 나서 조달청의 행정을 지적할까. 조달청은 공공조달 서비스 공급자로 기관이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시설물을 구매ㆍ공급하고 정부물품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래서 정부의 어느 부처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같은 조달 외 업무에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다. 시장을 한 번 더 살피고 수요기관과 공급 업체 모두가 효율적인 정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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