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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밀어붙인 3교대가 부른 소방의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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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재향소방동우 회장 곽세근 | 기사입력 2018/01/10 [10:00]

[독자기고] 밀어붙인 3교대가 부른 소방의 수모

서울특별시 재향소방동우 회장 곽세근 | 입력 : 2018/01/10 [10:00]

▲ 대한민국재향 소방동우회 서울특별시 회장 곽세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예상했던 대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말 많고 탈도 많은 화재다. 불은 꺼졌지만 외양간 고칠 일은 아직 남았다. 이번 화재는 건물 규모에 비해 사상자가 많았다.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부족한 소방인력이었다. 선착대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던 인원은 현장에서 지켜본 모든 이들을 통해 증명됐다.


2교대 근무도 부족한 인원으로 억지 3교대를 만들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증원 없이 근무 방법만 바꾼 시행착오가 어떤 폐해를 발생시켰고, 그것이 상부의 일방적인 지시였든 여론에 떠밀려 추진한 고육책이었든 오늘날 이런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누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소방 장비를 이용해 불을 끄는 소방력 운용에는 무엇보다 기본 지식과 소방 전술이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한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실시해야 하고 어떤 모양새나 여론보단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건 두말이 필요 없다.


전국 소방의 일률적인 3교대 시행은 시기상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부서의 인력을 30명으로 가정할 때 2교대 근무 시에는 15명 출동 인원이 편성된다. 여기서 근무인원 증원 없이 갑자기 방법만 바꿔 3교대를 실시하면 하루 10명밖에 출동을 못한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닌가.


또 대도시와 소도시는 인원이나 장비, 수당까지도 큰 차이가 난다. 전국을 하나의 관할 구역으로 평준화하기 위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도시의 3교대를 모방하며 증원 없이 오직 근무 방법만을 변경한 소방의 일률적 행정은 눈 감고 아웅하는 것과 같다 소도시의 농촌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주력 부대인 본서 직할까지도 하는 일이 두 배로 늘어 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을 감수하는 실정이다.


전국의 3교대 근무를 하는 대ㆍ소도시의 일선 현장 대원, 그리고 근무경력이 풍부한 직원일수록 이 근무체계가 최선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오늘날 3교대가 처음 소방에서 시행될 때 다양한 직원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근무 방법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다 보니 개인 의견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었기에 일부 큰 목소리만 경청하다 발생한 시행착오일 것이다.


소방이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선착대에는 반드시 최소 필수 요원이 탑승해야 한다. 그런데 무늬만 3교대를 시행하면서 소방력은 극도로 약화됐다. 제천 화재의 수모를 자초한 배경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건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순간만의 모면을 위해 눈치작전을 펼쳤다면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언제 어느 부서건 누구나 잘못은 있을 수 있다. 제도 역시 시행하다 보면 고쳐야 할 사항이 많이 나온다. 이를 알고도 방치한다든지 외면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나 없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자는 고질적인 과대망상 환자다. 나 없으면 오히려 이 조직은 더 잘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나 때문에 조직의 발전이 느리고 나아가지 못함도 살펴봐야 한다.


제천 화재 참사를 거울삼아 바쁘다는 핑계로 손 볼 곳을 방치하면 안 된다. 여론에만 매달려 허둥대지 말고 미래 소방을 위해 각자 위치에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고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는 소방조직을 만들자.


서울특별시 재향소방동우 회장 곽세근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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