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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의 '火談'] 신촌 세브란스병원 푸드코트 화재

- 피자화덕 덕트 화재에 가슴 ‘철렁’, 60m나 날아간 불
- 천정 속 덕트 타고 옮겨간 불길… 실패한 초기 진화
- 끊이지 않는 음식점 주방 화재, 피해 줄일 대책 없나
- 덕트 화재 전용 소화장치 도입 3년… 활용도 높여야
- 주기적 기름때 청소하는 미국, 규정 없는 우리나라
- 덕트 속에 설치된 ‘무용지물’ 방화댐퍼,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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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2/26 [10:05]

[최영 기자의 '火談'] 신촌 세브란스병원 푸드코트 화재

- 피자화덕 덕트 화재에 가슴 ‘철렁’, 60m나 날아간 불
- 천정 속 덕트 타고 옮겨간 불길… 실패한 초기 진화
- 끊이지 않는 음식점 주방 화재, 피해 줄일 대책 없나
- 덕트 화재 전용 소화장치 도입 3년… 활용도 높여야
- 주기적 기름때 청소하는 미국, 규정 없는 우리나라
- 덕트 속에 설치된 ‘무용지물’ 방화댐퍼, 개선 시급

최영 기자 | 입력 : 2018/02/26 [10:05]

이어지는 화재 사고의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숨겨진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FPN/소방방재신문>이 특별 기획 ‘화담’(火談)이라는 기사를 마련했다.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충분한 위험성을 드러낸 화재 사고의 숨겨진 속 이야기를 다룬다.


정확한 화재 감식 결과는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핵심 정보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화재 정보의 대부분은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사시설 등에서 올바른 재발 방지책을 수립할 수 없다는 큰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화재 속 이야기를 뜻하는 ‘화담’은 대형 인명 피해 화재에만 주목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마련했다. 소방과 경찰 등을 통해 밝혀진 화재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사고 당시의 내막을 추적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이나 예방책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그 첫 번째 소재는 지난 2월 3일 발생한 신촌 세브란스 병원 화재다.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동구갑)실을 통해 입수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 감식 결과 보고서와 취재결과를 토대로 이번 화재 사고 속 이야기와 문제를 분석했다.


* <FPN/소방방재신문>은 궁금한 화재 사고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어떤 화재 속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여러분의 연락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 young@fpn119.co.kr 02-579-0913

 


 

피자집 화덕에 불 붙이다… 아찔했던 덕트 화재

 

▲ 지난 2월 3일 발생한 세브란스병원에는 화재 현장에 동원된 소방인력은 300명이 넘는다. 소방의 신속한 출동과 대처로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였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기자] = 지난 2월 3일 오전 7시 56분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화재. 이날 본관 3층에서 발생된 화재는 소방과 병원 측의 발 빠른 대응으로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당시 병원에는 1,10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세브란스병원은 지상 21층 지하 3층 연면적 171,852㎡ 규모로 3층의 바닥면적은 12,857. 56㎡에 이른다. 지하에는 변전실과 주차장, 기계실 등이 있으며 지상에는 각종 의료시설과 편의시설, 병동 등이 들어서 있다.

 

▲ 화재가 발생한 세브란스 병원 건물의 각 층별 용도     © 소방방재신문


이날 화재로 입원환자와 보호자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큰 소동을 빚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수많은 병원 관계자들이 정해진 매뉴얼을 지키며 환자와 보호자를 대피시킨 덕이 크다. 특히 소방도 신고 접수 직후 구조대 12개 대 등 초기부터 소방력을 집중 투입해 피해 확산을 막았다. 이날 동원된 소방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소방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본관 3층 푸드코트 내 ‘세븐포인트 피자’ 영업 준비를 위해 화덕에 불을 붙이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 지난 2월 3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푸드코트의 모습이다. 병원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편의시설로 조성된 곳이었다.     © 소방방재신문


소방 조사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에 따르면 1월 19일부터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송 모씨(남, 40)는 “화덕에 불을 붙이기 위해 키친타올에 불을 붙여 화덕 안 가스분출구 앞에 넣었으나 가스밸브를 조금만 개방한 탓에 실패했고 가스밸브를 완전히 개방한 후 키친 타올에 불을 붙여 화덕 안 가스분출구 앞에 넣는 순간 불길이 화덕 입구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화덕에 불을 붙이다 그 불꽃이 덕트 내 기름찌꺼기 등으로 착화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 최초 화재가 발생한 세븐포인트 피자 가게(왼쪽)와 덕트로 불씨가 옮겨 붙기 직전 키친타올로 불을 붙였던 피자 화덕(오른쪽)의 모습이다.     © 소방방재신문


세브란스병원의 대응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늑장신고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는 병원에서 700m 정도 떨어진 오피스텔 거주자였다. 이 오피스텔 11층에 거주하던 여성 우 모씨(여, 47)는 아침 잠에서 깬 뒤 창문 밖에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연기를 목격해 119에 신고했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로부터 신고를 받았던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병원이 자체 해결하려다 신고가 늦어졌다면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화재 신고가 외부에서 들어오면서 최초 화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애를 먹었었다”며 “그나마 많은 소방인력이 투입돼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땐 천장 쪽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었던 것을 볼 때 병원이 신고를 하지 않고 자체 해결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덕트 타고 번진 불, 60m 날아" 복도 천장 ‘활활’


최초 3층 피자집에서 발생한 불은 배기 덕트를 타고 약 60m 이격된 복도통로 천장 배기덕트와 공조덕트로 번져 나갔다. 주방에서 천장 내부로 연결되는 덕트 화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화재다.

▲ 불이 난 세브란스병원의 3층 평면도와 사진들이다. 피자 화덕 덕트에서 시작된 불은 60미터를 날아가 복도통로 천장을 모두 태우고 소방관들이 출동해서야 진압됐다.   <크게보기>  © 소방방재신문


당시 최초 화재가 발생한 세븐포인트 피자 화덕은 LNG연료를 사용하는 형태였다. 메인 가스벨브와 주방 입구 상단과 중단에는 중간밸브가 설치된 구조로 460mm×300mm 크기의 개구부를 가진 화덕 상단에 375mm×70mm의 배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화덕 측면 내부 가스분출구에는 별도의 점화장치가 없었다. 관계자가 키친 타올로 불을 붙인 배경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덕 입구 배기구는 지름 200mm의 연통이 천장 반자 내 배기 덕트와 연결돼 있었다. 화재 이후 진행한 소방의 감식 결과 화덕 배기덕트 이전 내부에는 다량의 기름찌꺼기 등이 끼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옥상층 배기모터 방향은 화재로 인해 기름찌꺼기 등이 완전 연소된 형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평소 옥상 덕트공조기 배기모터를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화재 당시에도 배기모터가 작동중이어서 이 배기라인으로 화염과 열기가 빠르게 흡입된 것으로 소방은 추정하고 있다. 환기를 해야 하는 덕트가 오히려 불을 빨아들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피자 화덕과 연결된 덕트(왼쪽)에는 기름찌꺼기가 모두 불에 타 기름때의 흔적이 없었지만, 화덕 배기덕트 이전과 연결된 덕트(오른쪽) 내부에는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된다.     © 소방방재신문


배기 덕트를 타고 복도통로 천장으로 빠르게 번진 불은 화염과 연기 확산의 통로가 된 덕트와 천장형 에어컨까지 태웠다. 당시 통로 천장에는 불연성 유리섬유 단열재인 글라스울이 70mm 두께로 설치돼 있었고 이 단열재 일부도 불에 탔다. 가연성 자재였다면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천장에 시공된 우레탄 폼은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방은 “통로 배기덕트가 직선 형태의 건물 내부 덕트에 비해 꺾여 있는 등 굴곡으로 인해 열 축적이 용이했고 천장 우레탄 폼까지 연소되면서 주변으로 화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 60m 거리를 날아온 불길이 복도통로의 천장을 모두 태웠다.     © 소방방재신문


밖으로 분출되는 옥상 바닥과 방음벽에서 다량의 연소 잔해물이 발견되는 등 불은 일부 복도 뿐 아니라 옥상의 덕트공조기에도 피해를 줬다.


화재 확산 통로되는 천장 속 덕트…


화재가 발생된 장소와 60m나 떨어진 곳으로 불길이 옮겨갈 수 있었던 까닭은 천장 속 배기 덕트를 타고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음식점 등 대형 주방에 설치되는 덕트의 대부분은 건물 내부의 신경관처럼 천장 곳곳으로 연결돼 있다.

 

▲ 피자 화덕 상부와 연결된 배기 덕트의 모습이다. 겉표면에 화염이 지난간 흔적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 소방방재신문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건물 내부 천장 속으로 이어지는 덕트가 불길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형의 화재는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세브란스 화재 당시 불길이 가장 컸던 복도 통로 CCTV를 보면 천장 내부에서 확산된 불은 일정 시점이 지나 불덩어리로 변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이때가 8시 01분쯤이다. 소방이 조사한 당시 화재수신기 이력에 따르면 화재 경보가 울린 7시 56분, 4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불은 60m나 되는 천장 속 덕트를 타고 삽시간에 옮겨온 셈이다.

 

▲ 화재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복도통로 쪽 CCTV 영상에는 천장에서 불기둥을 형성하며 불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렇게 옮겨 온 불은 삽시간에 통로 쪽 천장 모두를 태웠다.     © 소방방재신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덕트 화재의 초기 진압은 현재 보편적인 소방시설로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천장 반자 밑을 향해 설치되는 스프링클러설비의 특성상 덕트 내부의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세브란스병원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했음에도 화재를 초기에 잡지 못했던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저기 속출하는 음식점 주방 덕트 화재


음식점 주방 덕트를 통해 번지는 화재는 세브란스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유형의 화재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계속 발생되고 있다.

 

▲ 지난달 20일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대형 음식점에서 주방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송파소방서 제공


지난 2016년 3월 20일 발생한 송파구 방이동의 ‘계절밥상’이라는 대형 음식점 화재가 대표적 예다. 당시 화재는 1층 주방의 고기 굽는 화덕에서 시작돼 덕트를 타고 확산되면서 저녁에 외식을 즐기던 130여 명의 손님과 종업원 3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같은 해 4월에는 일산 장항동에 위치한 센트럴프라자 10층의 식당 주방에서 불이 나 덕트로 불꽃이 튀면서 번졌고 이 불로 4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 내 있던 40여 명의 이용객들도 급하게 대피했다.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경기도 성남 뉴코아 아웃렛 지하 2층 식당 환기구에서 시작된 불이 3층으로 옮아 붙기도 했다. 이 화재로 이용객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지난해 11월 29일에는 김포공항 내 ‘케이터링센터’에서 튀김요리를 하다 튄 불꽃이 주방 환기구로 확산되면서 3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에는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버거킹에서, 이달 4일에도 낙성대역 버거킹에서 덕트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해야만 했다. 대표적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연달아 유사 형태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 지난달 25일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버거킹의 주방에서 발생된 화재 역시 덕트를 타고 번졌다.     © 마포소방서 제공

 

유사 화재는 지난 5일 성동구의 지하 1층 주점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화재는 식용유 과열로 냄비에서 최초 발화돼 배기 덕트 내부에 착화되면서 주방집기와 덕트 일부를 태웠다. 연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설치되는 주방 내 환기용 덕트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4일 낙성대역 버거킹에서 덕트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오른쪽은 옥상과 연결된 배기덕트에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다.     © 관악소방서 제공


“대형 화재는 시간 문제”… 주방화재, 답 없나


음식점과 같은 주방화재는 계절과 같은 환경이나 시설 특성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일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크다.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특히 불특정한 사람들이 이용하거나 피난약자에 속하는 환자 등이 가득한 세브란스병원처럼 화재 취약 시설에 대해서만큼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하루 외래환자가 1만 명에 이른다. 가족 등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하루 유동 인구는 2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수많은 대형병원 내부에는 이 같은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방 화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먼저 덕트 화재에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적응성을 갖춘 전용 소화장치를 설치하고 화재 확산을 부르는 주방 환기구의 주기적인 기름때를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덕트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방화댐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 활용돼야 =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5년 음식점 같은 대형 조리시설에 설치 가능한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를 정식 소방시설로 분류하고 관련 시스템의 성능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또 소방법에 따른 화재안전기준에선 해당 소화장치의 구체적인 설치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 오래 전정립된 주방 덕트 화재 대비 전용 소화장치가 3년 전 우리나라에도 정식 도입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배기 덕트 속은 물론 주방 조리대에서 발생되는 화재를 진압해주는 특수 소화장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성능인증을 받은 업체는 (주)포트텍, (주)창신기술, 티제이티(주), 존슨콘트롤즈인터내셔널코리아(주) 등 총 네 곳이다.

 

▲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의 모습(시카고 NFPA 전시회). 우리나라에도 3년 전 관련 시스템의 기술기준이 정립돼 운영되고 있다.    ©최영 기자


하지만 이 덕트 화재 전용 소화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상물은 딱히 없다. 관련 법규 도입 과정에서 강제 설치 대상이 검토되긴 했지만, 각종 시설 특성을 고려한 설치 대상을 구분하기 어렵고 모든 음식점을 규제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그 대상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다중이용업소, 호텔,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업무시설, 공장 등의 주방에는 K급(식용유 화재용) 소화기를 1대 이상 강제 비치토록 법을 강화했다. 조리대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식용유 화재를 고려해 전용 소화기 비치는 의무화됐지만 사실상 주방 배기 덕트 화재를 고려한 소방시설은 대부분의 건물에 부재한 상황이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기름을 많이 쓰는 주방은 물론 일반 주방 역시 기름 유증기가 덕트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기름이 식으면서 다시 기름이 되고 먼지까지 뭉쳐 두터워질 때 자연발화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어 “세브란스 병원 화재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방 덕트 화재의 위험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지하에 위치해 덕트가 상부로 연결되는 구조로 복잡성을 가진 고위험 건축물과 피난약자 시설 등을 대상으로 관련 시스템의 강제 설치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성능인증이 이뤄지는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시스템들은 화재 시 덕트 내 방화댐퍼를 자동으로 닫아 양쪽으로 소화약제를 뿌려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소화가 가능하다”며 “건물 구석구석으로 연결되는 주방 배기 덕트의 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전용 소화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범은 기름때, 주기적 청소는 필수 = 주방 덕트 화재의 주범으로 꼽히는 기름때의 주기적인 청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NFPA(미국방화협회) 코드(식당 소화설비 및 환기에 관한 기준)에서는 식당에서 사용되는 연료에 따라 주방 후드와 덕트 청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숯이나 고체연료 등을 사용할 경우 월별로 청소토록 하고 조리 빈도 또는 양이 적더라도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청소를 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기 덕트 청소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 소방의 화재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세브란스 병원 푸드코트 천정 속 덕트에는 새까만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이 기름때를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청소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 소방방재신문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이건 선임소방검열관은 “후드와 덕트를 정기적으로 청소해 주지 않으면 그 안에 계속해서 기름이 쌓이게 된다”며 “심한 경우 볼펜 하나 전체가 세로로 파묻힐 정도의 기름덩어리를 볼 수도 있어 이 가연성 기름덩어리에 불꽃이 닿으면 화재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후드와 덕트 청소는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가 맡아서 진행하는데, 청소가 끝나면 관할 지역의 소방관들이 현장에 참여해 청소가 NFPA 기준에 맞게 이뤄졌는지를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우 교수는 “음식점의 경우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덕트를 청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덕트를 전문으로 청소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무용지물 방화댐퍼 = 세브란스병원의 화재 확산 형태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의 덕트 내 실제 설치된 방화댐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마치 통조림 뚜껑처럼 생긴 방화댐퍼가 연통 속으로 보인다. 피자 화덕과 연결돼 있던 200mm 크기 연통형 덕트 내부에는 방화댐퍼가 설치돼 있었지만 불길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실한 방화댐퍼로는 화재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팔랑개비라는 명칭으로 불릴 정도로 방화 기능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소방방재신문

 

현행 건축법상 환기 등을 위한 배기시설이 방화구획을 지나갈 경우에는 반드시 방화댐퍼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의 피자집 화덕에도 200mm 크기 연통형 덕트에 방화댐퍼가 설치돼 있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방화댐퍼는 건축법규에 따라 불꽃이나 연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 덕트 내에 설치하는 장치다. 보통 일정 온도가 감지되면 휴즈가 녹아 자동으로 닫혀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댐퍼가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음식점 등이 즐비한 푸드코트에서 60m나 떨어진 복도로까지 화염이 전파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사실상 설치된 방화댐퍼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은 “관련법에는 한국산업규격상 방화댐퍼 방연시험방법에 적합한 제품을 설치하도록 규정화 돼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성능 적합 유무의 확인 절차 없이 설치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건축법에 따른 방화댐퍼 규정을 제대로 정립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 감지 방식으로 작동되는 댐퍼의 구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건축물 대부분에 설치되는 방화댐퍼는 퓨즈링크(Fusiblue Link) 구동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퓨즈가 녹아 스프링과 중력의 힘으로 자동 차단되는 방식이다. 일정 온도에 도달해야만 동작하기 때문에 빠르게 번지는 불길을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온도가 약 72도 정도 이상이 안되는 연기 확산 시에는 작동조차 되지 않아 유독가스 차단은 꿈도 못 꾼다. 저품질 제품의 보편화로 기밀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용선 부회장은 “퓨즈링크 스프링 방식의 경우 성능은 물론 평상시 정상 작동 여부를 현장에서 육안으로만 확인 가능해 점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신뢰성이 높은 댐퍼를 적용해 평상시 댐퍼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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