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공사장 임시소방시설… 처벌 규정도 부실

- 법 시행 3년 넘었는데… 실효성은 소방관들조차 의문
- 소방시설 설치 안 해도 시정명령 그치는 허술한 법규
- 설치 의무 부여하고도 운영 인력ㆍ관리 규정은 없어

최영 기자 | 입력 : 2018/07/10 [13:08]

▲ 지난달 26일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독자 제공

[FPN 최영 기자] = 화재위험 건축 공사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임시소방시설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이어지는 대형화재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소방법규가 미비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장 화재로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는 등 40여 명에 이르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인력만 290명에 달할 정도다.


정부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에서 발생된 화재로 현장에는 각 부처 장관들까지 총 출동하면서 큰 이슈를 낳았다.


공사현장의 대형화재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공사장 화재(1명 사망, 59명 부상)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망 4명, 부상 24명), 2013년 구로구 공사장 화재(사망 2명, 부상 9명), 2014년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사망 8명, 부상 116명), 2016년 김포 주상복합 공사장 화재(사망 4명, 부상 2명)와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화재(사망 4명, 부상 10명), 2017년 수원 광교 오피스텔 공사장 화재(사망 1명, 부상 14명)와 인천 서구 상가 공사장 화재(사망 1명, 부상 21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소방청(전 국민안전처)은 지난 2015년 1월 계속되는 공사장 화재의 피해 예방을 위해 화재위험이 높은 공사장의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했다. 인화성 또는 가연성, 폭발성 물질을 취급하거나 용접, 용단 등의 작업을 할 경우 반드시 임시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한 것이 주 내용이다.


이 법에 따라 공사현장에는 간이소화장치나 비상경보장치, 간이피난유도선 등 임시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공사현장은 소방관련법에서 정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기 이전이라는 점을 고려해 화재의 초기 진압과 적정 피난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이 임시소방시설 설치 법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소방관련법에서는 건축허가동의 대상물의 동의 요구 시점에서 임시소방시설 설치계획서를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후 이를 관리하거나 감독 또는 사용하는 인력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하다.


일선에서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임시소방시설의 설치 계획서는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 계획대로 시설이 설치됐는지를 확인하는 의무는 어느 누구에게도 부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소방에서 공사현장을 직접 점검하지 않는 이상 임시소방시설의 운영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 즉각적으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내릴 수 있는 벌칙 규정도 없다.


현행법(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임시소방시설이 설치 또는 유지ㆍ관리되지 않았을 때 해당 시공자에게 필요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벌칙 조항에서는 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임시소방시설의 설치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의 시설 미설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시정명령 밖에는 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해도 행정조치를 위한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실효성은 더욱 낮은 실정이다. 소방예방업무를 관장하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관련 법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예방부서 소방공무원은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벌칙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방특별조사 등 안전점검 이후에도 시정명령만 내려져 뒤늦게 조치되는 곳들이 많다”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건축 공사장에 설치되는 임시소방시설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벌칙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사장의 화재위험 작업을 고려해 설치되는 임시소방시설의 운영과 화재안전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일반 건축물은 중공 이후 소방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것과 달리 임시소방시설에 대해서는 설치 이후 사용자나 관리자에 대한 법규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임시소방시설 설치 의무를 갖는 대상자 규정도 모호하기만 하다. 법에서는 임시소방시설의 설치와 유지ㆍ관리 의무를 ‘특정소방대상물의 건축ㆍ대수선ㆍ용도변경 또는 설치 등을 위한 공사를 시공하는 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공자인지, 시행사인지, 건축주인지, 소방시설공사자인지 등이 불분명한 탓에 시설 설치 부담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기 일쑤다.


소방시설공사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건축주나 시행사가 임시소방시설 설치나 운영 의무를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인 건축 공사에서 더 많은 화재위험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애매한 법 규정 때문에 법 준수 주체를 놓고 혼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소방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시소방시설의 정상적인 운영과 공사현장의 화재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림대학교 건축소방설비학과 강윤진 교수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임시소방시설 설치 여부 확인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설치 의무를 어겼을 땐 즉각 벌칙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규 손질이 시급하다”며 “임시소방시설과 공사현장의 화재안전관리를 위한 전담 소방안전관리자를 가까운 일본과 같이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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