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필기시험, 일반행정직 ‘몸풀기용’ 논란… 소방청 “불가피한 결정”9급 공무원보다 2주 앞당겨 시행… 소방수험생 청와대 청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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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올해 소방공무원과 9급 국가직 필기시험일이 각각 다른 날로 결정되면서 소방공무원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직렬 수험생이 소방공무원 시험을 ‘몸풀기용’으로 치를 시 애꿎은 소방수험생이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소방청(청장 신열우)은 지난달 31일 소방청 홈페이지에 2021년 전국 소방공무원 신규채용시험 일정을 공고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필기시험은 오는 4월 3일에 치러진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4일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필기시험 일정을 4월 17일로 발표했다.
소방공무원과 9급 공무원의 필기시험일이 갈리자 소방공무원 수험생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원 작성자는 “2021년 소방공무원 시험 일정이 공개됐는데 이는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큰 위험이 따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3년 소방공무원 시험에 일반행정직군 수험생이 응시해 합격한 후 체력시험에는 응하지 않아 미달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그 후부터 소방과 일반직을 같은 날에 맞춰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행정직 필기시험과 소방공무원 시험의 난도는 다르다. 날짜가 다르면 일반행정직 수험생 유입으로 합격선이 상향평준화가 되고 그들만의 모의고사가 된다”며 “또 다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해 소방 수험생들이 선의의 경쟁이 아닌 타 직렬 유입으로 기회조차 얻기 힘든 싸움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 수험생들이 이같은 우려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소방공무원 필기시험 과목은 필수 3, 선택 2 등 총 다섯 과목으로 구성된다. 필수과목은 국어와 영어, 한국사, 선택과목은 소방학개론, 행정법총론, 소방관계법규, 사회, 과학, 수학 중에서 두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일반직렬 수험생 선택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얼마든지 예비 시험용으로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반직렬 수험생이 본 시험을 치르기 전 ‘몸풀기용’으로 소방공무원 필기시험에 응시하면서 커트라인이 높아질 경우 소방채용시험만을 준비해온 수험생들의 불합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글은 게시된 지 하루도 안 돼 6702명이 동의한 상태다.
소방청은 과거에도 유사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4년부터 소방공무원 필기시험을 9급 일반직 공무원에 맞춰 진행해왔다. 하지만 7년 만에 돌연 일반직 공무원 시험과 일정이 차이가 나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코로나 여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필기시험을 2주 앞당겨 시행한다”면서 “한 번에 많은 수험생이 몰리면 감염 위험이 따르고 시험 장소 확보 문제도 있어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발하는 소방수험생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소방뿐 아니라 경찰과 해양경찰 등의 필기시험일도 모두 다른 상황이고 이는 다양한 수험생들에게 많은 직렬의 응시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처럼 체력시험 미응시 사태가 또 발생할 우려에 대비해 필기시험 합격자의 배수를 확대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내년부턴 시험과목 개편에 따라 이같은 문제는 근원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2022년부터 신규 소방공무원 필수 필기과목이 영어와 한국사,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 등 소방 관련 위주로 개편돼 소방공무원 수험생들의 불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