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과제 산적한 지금, 중앙 차원 정책과 기획력 강화 절실” 신열우 제3대 소방청장대형 인명피해 낳는 공사장 화재 안전 위해 맞춤형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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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일 제3대 소방청장으로 부임한 신열우 신임 청장. 취임식조차 없이 소방충훈탑 참배를 시작으로 업무에 돌입한 그는 지난 두 달을 “햇수로 2년차가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임 직후 진행된 소방의 날 행사와 정부의 예산안 심사, 여러 사안을 담은 소방 관련 법률 개정안의 국회 심의 등이 이뤄지면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12월 초부터 급속한 확산세를 보인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 또한 그의 바쁜 일정에 일을 보탰다.
취임식 없이 소방의 날 행사 인사말로 포부를 밝힌 신 청장은 당시 “2020년은 전국에 균등하게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역사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해”라며 “여러 성과는 국민의 신뢰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한층 더 체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열우 청장은 1986년 소방 경력채용인 소방장학생으로 소방에 입문했다. 과거 소방방재청 시절부터 역대 소방 수장 중 간부후보생 출신이 아닌 유일한 인물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남 진주고등학교를 나와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부경대학교 산업대학원 안전공학과에서 안전공학석사, 부경대 기계공학 박사를 받았다. 경남본부 방호구조과장과 밀양ㆍ함안ㆍ합천소방서장을 거쳤다.
경북소방학교장,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장, 대통령실 파견,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119구조구급국장, 소방청 소방정책국장, 소방청 차장,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 34년 동안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했다.
새로운 소방의 미래를 그려 나가야할 중차대한 시기에 청장직을 맡게 된 그는 소방의 가장 큰 과제로 ‘중앙 소방의 정책과 기획력 강화’를 꼽았다. 소방청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만 중앙과 지방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국민에게 제공되는 소방서비스의 발전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 소방은 신분 국가직화에 이어 소방예산과 조직 개편, 소방병원의 설립 등 중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119플러스>가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신열우 신임 청장으로부터 변화하는 소방청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업무 계획을 들어봤다.
Q. 우선 3대 소방청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하신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감사합니다. 취임하자마자 소방의 날 행사, 예산편성과 법률개정을 위해 국회에 다니다 보니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행동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현장을 많이 나가보지 못한 건 아쉽기도 합니다. 차장이나 서울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청장을 바라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임 정문호 청장님께서 기반을 더욱 단단히 마련해 주셔서 한결 업무추진이 수월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국가와 지방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선 중앙 소방의 정책과 기획력 강화가 절실합니다. 소방청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지방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이제 새해 업무가 시작된 만큼 새로운 각오로 업무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Q. 지난해 고층 건물인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 전국 각지의 소방력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소방력 동원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비해 소방청 개청 이후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꼽으라면 전국 소방력 총동원 시스템의 정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산불, 2020년 2월 대구지역의 구급차 동원을 기억하시지요?
전국 단위로 소방력을 총출동시키는 시스템은 비상 대응3단계 등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해 2020년 8월 소방력 동원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전에 미리 출동대를 짜놓는 방식이라서 이전보다 훨씬 신속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원 출동하는 시ㆍ도의 예산부담이 없도록 중앙단위 자원집결지 운영 예산도 올해 반영했습니다.
장시간 활동이 필요한 재난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선 회복차, 텐트, 접이식 침대 등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중앙에서 보유하는 게 효율적인 고가장비나 특수장비 등을 전국 4개 권역별로 비축할 수 있는 기지도 만들 계획입니다.
Q. 2020년 가장 큰 화재 사고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일 겁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공사장의 경우 그 위험성이 더 큰 실정인데 소방청에선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의 화재안전도는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구수에 대비할 때 미국과 일본보다 화재사망자가 절반 정도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화재가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그동안 겪은 경험으로 볼 때 대형공사장이나 지하시설물, 고층 건물, 다중이용업소 등은 각별한 주의와 대책이 필요합니다.
공사장 대책을 말씀드리면 지난 5월부터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해 맞춤형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TF’를 운영했고 그 결과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참여와 자율을 보장하는 대신 책임성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수한 사업장과 관리자는 격려하고 반대로 위반사항 처벌은 강화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안전은 법이나 처벌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아실 것입니다. 잠시 귀찮다고 방치하거나 무시한 게 큰 사고의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고 모두가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Q. 구급차 동원령과 관련해 K-방역이 극찬을 받고 있지만 119구급활동도 모범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119구급대의 코로나 대응활동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소방청은 2020년 1월부터 지원본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생 추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는 이송체계를 갖췄습니다. 5월부터는 청 내에 전담 조직을 만들어 코로나 대응활동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ㆍ관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2020년 2월 동원령을 발령해 전국 구급대원이 대구로 모였고 6천여 명의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했습니다. 12월에는 수도권 지역에도 발령했습니다. 또 2020년 3월부터 인천공항 이송지원단을 운영하면서 확진자는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로, 유증상자는 임시대기시설로 이송하기도 했습니다.
감염병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땐 의용소방대원이 주축이 돼 마스크 제조와 약국 판매인력을 지원했고 헌혈 봉사활동과 취약장소 방역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필요하다면 추가 동원령 발령 등 선제적인 대응조치를 위해 소방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입니다.
Q. 코로나19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이 증가하는 구급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상황은 어떤지요?
우선 모든 구급차에 3인 대원 탑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까지 82%를 달성했고 2021년까지 100%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법령상 제약이 있는 응급구조사의 처치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2020년부터 특별구급대를 지정해 시범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구급대는 지도의사로부터 의료지도를 받아 기존 처치범위를 뛰어넘는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별구급대는 심정지환자 약물투여나 응급분만 등에 대해 6천여 건 이상의 처치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2021년에는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구급대원의 처치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령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Q.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인안전대책은 어떤 게 있는지요.
다들 잘 알고 계신 것처럼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으로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그런 만큼 노인안전이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2019년 화재사망자 중 40% 이상이 노인이고 노인층의 119구급차 이용자는 연간 70만명 이상입니다.
과거부터 노인안전교육을 특화시키고 119안심콜 가입을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의용소방대원이 노인가구를 직접 방문해 안전을 살피고 말벗을 해드리는 활동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노인분들의 스마트폰 이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SNS를 이용한 노인안전콘텐츠도 개발 중입니다.
생활안전분야가 상당 부분 노인안전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 구급대 보강사업, 그리고 4차산업기술을 활용한 안전용품의 개발과 보급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Q.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전환 이후 전국 통합의 효율성이 강화되는 분야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소방헬기가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전국에는 31대의 소방헬기가 있습니다. 보험가입이나 대원 교육 등을 통합시키는 활동은 상당 부분 진척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 대의 헬기가 동시 출동했을 경우 지휘나 조정이 원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운항관제실을 설치하는 내용의 119법이 2020년 통과됐고 2021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방청 운항관제실에서 운항관제시스템을 가동해 2021년부터 모든 출동을 관리할 계획입니다. 향후 전국 광역 출동체계를 구축해 최단 거리의 헬기를 현장에 투입하고 출동에서 복귀까지 24시간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최근 서울과 대구에서 드론택시 시범 비행이 이뤄지는 등 드론 활용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소방에서도 드론의 활용 가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지요.
소방도 드론을 활용한 현장대응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0년 수해현장에서 길이 끊어진 곳을 날아 응급약품을 전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상이나 산악지역 그리고 고층 건물 같은 곳에서의 상황파악이나 인명수색에도 드론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드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제 날아다니는 순찰차, 구급차의 역할을 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4~5년 뒤 유인 드론택시 상용화를 시작으로 순찰이나 수색업무를 넘어 장비 진입이 어려운 곳에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업무까지도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서 우리 소방도 재난드론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드론전문교육기관 인가를 받은 중앙소방학교에서 드론운용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또 2021년 채용 시 드론자격증을 소지한 자에게 대형운전면허나 소형선박조종사처럼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Q. 드론 외에도 소방의 4차산업 기술 활용 분야는 많을 것 같습니다.
4차산업이 날로 발전하면서 소방뿐 아니라 안전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이미 착수한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안전정보 도출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 기반의 화재전조정보시스템은 집안에 화재가 날 경우 119에 자동으로 신고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홀몸노인 가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화재나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훈련환경을 구축할 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한다면 효율적으로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드론과 로봇이 대응활동을 하고 환자 상태와 위치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병원을 찾거나 환자의 이력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의식이 없는 중증환자도 적정한 처치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앞으로 소방은 이런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기업과 대학 그리고 연구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요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화두입니다. 소방에도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데 활용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0년 7월 소방청에 소방빅데이터 연구를 위한 119빅데이터팀을 신설했습니다. 연간 수십만 건씩 생산되는 소방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책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현재 119빅데이터팀은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고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본격적인 분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석 정보는 평상시에도 활용하지만 현장대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현장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화재안전의 경우 통계에 기반해서 화재취약 대상을 선정하고 맞춤형 예방대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연간 1500만여 건의 119신고전화 음성 패턴과 단어를 분석하면 재난의 유형과 긴급도 파악 역량도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최근 소방청에서 생활안전경보를 발령하고 있던데 어떤 내용인지요?
2020년부터 119생활안전경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보제는 호우주의보나 태풍경보처럼 특정 시기에 발생 증가가 우려되는 사고유형과 예방요령을 국민에게 알리는 제도입니다.
먼저 경보를 발령하면 방송사에 경보발령 사실과 행동요령을 자막으로 송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 경보가 발령된 걸 알 수 있습니다.
소방청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카드뉴스로 행동요령을 알리는 온라인 홍보도 병행합니다. 전국 소방서는 경보 내용에 따라 중점관리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순찰과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 협조해 해당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벌 쏘임 사고 경보제를 처음으로 발령했는데 지난 3년 평균과 비교할 때 경보 기간 중 벌 쏘임 사고는 10%가 감소하고 사망자는 3명이나 줄어든 성과가 있었습니다.
화목보일러 화재주의보처럼 국민생활과 밀접한 위험요인을 분석해 20여 개 항목으로 확대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이 활성화되면 시기와 지역별로 더 정교한 안전경보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Q. 화재경보기 2580인가요? 요즘 화재경보기 설치 관련 홍보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2025년까지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율을 80%까지 올려 노인층은 물론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2020년 11월 자정 무렵 광주의 한 원룸에서 화재경보기의 알림음을 듣고 건물 안에서 자고 있던 세입자 전원이 대피해 무사했던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화재경보기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사례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주택 내 화재경보기 보급률은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체 화재에서 주택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안 되지만 화재사망자 비율은 절반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가 확대되도록 대대적인 홍보와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홀몸노인 가구와 같은 안전취약대상에 대해선 무료보급 사업을 하고 있지만 100% 설치율을 달성하려면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있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2020년 11월 실물 화재경보기가 부착된 포스터 배포를 시작으로 소방관이 방송에 출연해 화재경보기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며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원룸 사례와 같이 실제 화재감지기 ‘덕분에’ 피해를 막은 사례를 모아 화재경보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큰 성과 중에 하나는 국립소방병원 설립의 시작입니다. 이 사업과 비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립소방병원은 화상과 정신건강, 근골격계, 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소방공무원의 주요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소방전문병원입니다. 현재 건축설계 중이며 2024년 말 충북 음성군에 300병상 규모와 21개 진료과목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개원할 예정입니다.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들에게 임용부터 퇴직까지 건강 이력을 관리하고 건강지표 개선을 위한 종합관리를 진행하는 ‘말 그대로 종합병원’입니다. 특히 소방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현장 활동으로 인한 화상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정신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받는 직원이 많습니다.
2020년 특수건강검진통계에서도 70% 정도의 소방공무원이 건강이상자로 분류됐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지역사회 주민이나 전문치료가 필요한 모든 분에게 개방해 공공의료 기능도 병행할 것입니다.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대국민 서비스의 향상이 연결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전문병원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Q. 소방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도 확대해 나가고 계시죠?
과거 우리나라는 ‘안전불감증’, ‘후진국형 재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을 정도로 안전의식이 낮다고 스스로를 반성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도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고 봅니다. 인구 수 대비 화재 발생률만 봐도 세계적으로 최저국가 그룹에 속합니다.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이를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다양한 교육과 홍보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관 주도의 일방적인 계몽방식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2021년 설계에 들어가는 국립소방박물관 건립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겁니다. 안전을 문화로 즐기면서 배우는 거죠. 광명시에 설립 예정인 국립소방박물관은 2020년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해 2021년 기본설계를 진행해 2025년 개관 예정입니다.
소방 내부적으로도 박물관은 역사적인 정체성을 강화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소방유물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소방정신과 전통을 계승하고 안전문화를 공유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현재 8개 소방안전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1년 5개의 안전체험관이 더 문을 열 예정입니다. 국민이 좀 더 편리하게 다양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 전통적인 소방동요 대회, 표어와 포스터 공모전, 소방문화상과 같은 대국민 대회는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교육과 홍보 활동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교육과 홍보에 탁월한 능력이나 공적을 가진 직원들을 위한 격려시책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Q. 개발도상국에 소방차나 구급차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국제협력에도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소방도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형편이었습니다. 이제는 물품과 기술, 그리고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국가가 돼 한편으로는 뿌듯합니다. 그리고 외국의 정책을 배우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한국의 소방정책을 외국에서 배우고 싶어하며 부러워합니다.
독립 중앙기관이 있는 것도 그렇고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인 것도 그렇습니다. 시행이 원활해진 국가총력대응시스템의 결과에 대해 외국에서 배우고자 하는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K-소방’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발전된 모습을 바탕으로 소방기술과 제품의 세계 시장 진출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외국민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소방서비스 이용 방법을 자국어로 접할 수 있도록 홍보물을 만들고 우리 청이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외국인을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재외국민을 위한 응급의료상담서비스도 자랑할 만합니다. 외국에 나가 있거나 원양에서 운항 중인 선박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화나 카카오톡과 같은 디지털 매체로 한국의 응급의사에게 시간 관계 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소방이 선진 소방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2020년 소방청은 ‘119문화상’ 공모 부문에 재외교민을 위한 특별상을 추가했고 2019년에는 재외국민의 다양한 안전정보 제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태국 현지 교민회와 한인학교, 한인 언론사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소방서비스는 인종이나 국적, 국경을 모두 초월한다는 걸 실제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시책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소방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햇수로 2년 차가 됐다고 하고 싶을 만큼 바쁘게 보냈습니다. 우리 소방가족뿐 아니라 각계의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바가 크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이 나날이 견고해지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갖고 있는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해 최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고 투자계획만 세워서는 안 될 겁니다.
그래서 많은 분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늘 소통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소방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고 자리를 잡은 건 어려운 시절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헌신한 우리 소방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정신을 잊지 않고 더욱더 국민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소방청을 만들고 더 노력하는 청장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