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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제천ㆍ밀양 화재… “소방법 4년 동안 못 고쳤다”

20대 국회서 폐기돼 버린 대책 법안 21대 국회선 통과될까
건축ㆍ소방법 뜯어고치겠다더니… 정작 소방법만 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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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2/08 [20:00]

아직 끝나지 않은 제천ㆍ밀양 화재… “소방법 4년 동안 못 고쳤다”

20대 국회서 폐기돼 버린 대책 법안 21대 국회선 통과될까
건축ㆍ소방법 뜯어고치겠다더니… 정작 소방법만 안 바뀌어

최영 기자 | 입력 : 2021/02/08 [20:00]

▲ 29명이 숨진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47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그리고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한 달 만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이 두 사고를 계기로 분주하게 대책을 내놨다. 관련 제도의 허점이 사고에서 드러났지만 관련 법 개선은 4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재안전 제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건축법’과 ‘소방법’ 중 유독 소방 관련 제도 개선이 더디다.


관련 제도를 관장하는 소방청은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만 쳐다보고 있고 정작 국회는 지난 20대 때 소방 신분 국가직화에 주력하면서 법안을 놓쳐버렸다. 이제는 관심까지 시들해져 결국 관련 대책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당시 화재에선 부실한 ‘건축법’이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제 역할을 못 한 부실 방화구획과 인화성 건축자재 등은 화재 피해의 주범으로 꼽혔다. 소방관서의 형식적인 조사와 소방시설의 부실점검, 해당 시설 관계인의 미흡한 대처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친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부실한 ‘건축법’과 ‘소방법’은 연이어 지적됐고 정부는 이 두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를 제도에 반영키로 했다.


이후 ‘건축법’의 경우 관련 법령 개정과 함께 건축물의 화재안전 성능 보강을 위한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내놓은 대책 대부분을 손봤다.


그러나 소방관련법의 개선은 묘연하다. 우선 제천 화재에서 드러난 소방특별조사의 맹점을 개선하겠다며 사전 통보 방식을 예고 없는 불시단속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아직도 법을 개선하지 않아 화재안전 조사는 조사 때에만 ‘반짝 관심’을 갖는 문제가 여전하다.

 

제천 화재 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2층 목욕탕 비상구가 오랜 기간 막힌 상태로 운영돼 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 탓에 화재 당시 탈출구를 찾지 못해 많은 사람이 숨지고 말았다. 업주는 오랜 기간 비상구를 막아 놓고 영업을 해왔지만 소방의 조사나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점검 등에선 이를 걸러주지 못했다.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2층 비상구 부근에는 목욕용품이 쌓여 비상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왼쪽은 계단 쪽 방향에서 내부를 볼 때, 오른쪽은 목욕탕 내부에서 바라본 비상구 쪽 모습이다.   © 소방방재신문


정부는 이런 영업주의 인식 부재 문제를 고쳐나가겠다며 다중이용업주 교육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


소방시설 점검 제도도 마찬가지다. 제천 화재 발생 이전 소방시설 점검 업체가 소방시설 불량사항을 67건이나 확인했지만 정작 화재 땐 소방시설이 고쳐지지 않았었다. 소방시설 점검 후 30일 이내 소방서에 보고토록 규정한 제도가 문제였다. 전문 업체가 사고 발생 23일 전 점검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소방서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소방시설의 중대한 하자 발견 시 소방서에 즉시 보고토록 하는 내용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책도 아직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소방시설의 점검기록표를 출입자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 제천 화재 발생 23일 전 소방시설점검업체를 통해 실시한 소방시설점검에서는 67건에 이르는 지적사항이 적발됐지만 소방서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중대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소방서에 즉시 보고토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발표였다.  © 소방방재신문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2019년 4월 30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범정부 화재안전특별대책에 포함되기도 했다.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청와대를 주축으로 운영된 화재안전 특별 TF는 당시 3대 분야 총 277개에 이르는 과제를 선정해 제천과 밀양 화재 등에서 드러난 대책을 TF 결과물에 반영했다.


하지만 소방분야 개선 과제(법률 19, 시행령 11, 시행규칙 5, 행정규칙 12, 행정사항 47개 총 94개) 중 법률 과제는 절반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선 18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가 정부 대책을 담은 법률안을 대거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법안 대다수가 폐기됐다. 소방청과 여당이 소방의 신분 국가직화 법안에 집중하느라 정작 화재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 법안에는 신경 쓰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며 관련 법률이 또다시 국회로 제출됐다. 그러나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이 법안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이라 심의조차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정부와 20대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가 마련했던 화재안전 대책은 21대에 들어서며 두 가지 법률로 나뉘기까지 했다.


화재안전 대책의 현실화를 위해선 핵심 법률인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에선 해당 법률의 분법 필요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화재안전 대책은 두 가지 법률로 나뉘어서 발의된 상태다. 이 두 법안이 함께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제천ㆍ밀양 화재 대책은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안타까운 화재사고를 겪은 뒤 어렵게 마련한 대책이 사고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결국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 했다”며 “발의 법안에는 제천, 밀양 등 대형 화재 대책에 더해 근본적인 화재 피해 감소와 체계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법률 정립 개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두 법안에는 화재 예방과 안전관리 관련 법률 규정을 하나로 통합(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하고 기존 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선 소방시설 설치와 관리를 위한 더 세밀한 규정들이 담겼다.


제정법률안과 전부개정법률안 등 큰 폭으로 변화되는 두 법률안이 동시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결국 4년 전 대형 화재 참사를 겪은 뒤 마련한 안전 대책도 실현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두 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가 시급한 이유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형 화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20대 국회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국회 대응으로 조기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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