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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이젠 1등 대원으로 유종의 미 거두고 싶어요”

무패 복싱 챔피언 현주남 충남 계룡소방서 계룡119안전센터 소방위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2/23 [09:40]

[Hot!119] “이젠 1등 대원으로 유종의 미 거두고 싶어요”

무패 복싱 챔피언 현주남 충남 계룡소방서 계룡119안전센터 소방위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2/23 [09:40]


“하루에도 몇 번씩 출동하는 소방관에게 체력은 필수입니다.

후배들에게 뒤처지기 싫어 시작했는데 어느새 챔피언이 돼 있더라고요.

앞으론 시민이 위급할 때마다 제일 먼저 달려가는 1등 소방대원이 되고 싶어요”

 

“취취”, “퍽퍽”. 고요했던 체육관에 침묵을 깨는 소리가 퍼진다. 날렵한 스텝과 함께 주먹 뻗길 30분째. 땀방울은 턱 밑으로 흘러 바닥은 금세 흥건해졌다.

 

야간근무 후 곧장 체육관으로 향하는 현주남 충남 계룡소방서계룡119안전센터 소방위. 1995년 소방에 입직한 현 소방위는 그간 1천 회 현장에 출동해 400명을 구조한 베테랑 소방관이다. 올해 퇴직을 앞둔 센터 내 최고령자기도 하다.

 

든든한 맏형이자 새내기 대원에겐 아버지뻘인 현 소방위는 환갑을 앞둔 나이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유명하다. 그에겐 전국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글러브를 잡은 지 1년 만에 1위를 차지해 동료 대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원래는 축구를 엄청 좋아했어요. 충남 대표로 전국 소방방재인 축구대회에 아홉 번 나갔습니다. 그런데 경기 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어요. 몸을 써서 시민을 구해야 하는 직업인데 다쳐서 정말 막막했죠”

 

 

현장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소방관인 그는 부상으로 넘어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다 대학교 때 잠시 했던 ‘복싱’이 떠올랐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체력을 키우면서도 다친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곧장 체육관을 찾았다.

 

30년 만에 글러브를 낀 현 소방위는 주말도 빠짐없이 매일 체육관에서 기초체력을 다졌다. 50대 중반임에도 그의 주먹은 묵직하고 빨랐다. 남다른 운동신경을 지닌 현 소방위를 유심히 본 관장이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어느 날 갑자기 관장님이 대회를 나가보라는 거에요. 저는 생각지도 못했죠. 복싱을 잘하려고 운동한 게 아니라 체력을 기르려고 시작했거든요. 내일모레 60인데 남이랑 치고받는다니 누가 좋아했겠습니까. 당연히 가족들은 다 반대했죠(하하). 하지만 인생에 큰 동기부여도 되고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도 있었고요”

 

그렇게 그의 첫 대회 일정이 잡혔다. 대한복싱협회가 주관한 ‘2016 전국생활복싱대회’. 그는 만 40세 이상, -75㎏에 출전해 세 번을 모두 K.O로 이겨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일곱 번의 전국대회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우승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전적은 16전 14승 2무. 판정승은 두 번, 14번이 K.O였다.

 

“저도 제가 챔피언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호기심으로 나갔던 첫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 그 후엔 조금 욕심이 생기더군요. 지난해엔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방어전을 꼭 한번 하고 싶어요”

 

현 소방위는 챔피언이 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복싱을 더 잘하고 싶은 게 아니다.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더 많은 시민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61년 흰 소띠로 올해 환갑이에요.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활한 현장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이가 많다고, 고참이라고 현장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요즘 애들 체력과 힘이 얼마나 좋습니까. 아들뻘인 우리 직원들에게 민폐 되기 싫어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늘 솔선수범하기로 유명한 현 소방위는 제복을 입고 있을 때나 벗고 있을 때나 뼛속까지 소방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근무 중이 아니더라도 위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주저하지 않는다.

 

2016년에는 가족과 함께 휴가로 떠난 제주도에서 불을 마주하곤 가장 먼저 달려가 맞서 싸웠다. 불은 20여 분 만에 꺼졌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여행하고 숙소로 돌아와 쉬려던 차에 매캐한 냄새가 나서 나가보니 숙소 바로 옆 아파트 8층에서 연기가 나더라고요. 119 신고 후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들어가 주민이 있나 살폈는데 사람은 없었어요.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일은 외출한 사이 집에 불이 나 자칫 큰 피해를 입을 뻔한 주민이 현 소방위가 근무하던 소방서에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그는 이 공로로 국민안전처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27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하는 현 소방위. 그에게는 복싱에서만 1등이 아니라 1등으로 현장에 도착해 최대한 많은 시민을 구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선배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안전하게 소방대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1년간 후배들에게 그간 쌓아올린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입니다. 퇴임 후엔 복싱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1년 뒤 지금이면 아예 체육관에서 살고 있겠죠?(하하)”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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