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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방차의 이유 있는 과속, 하지만…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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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4/26 [10:28]

[이건 칼럼] 소방차의 이유 있는 과속, 하지만…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8>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4/26 [10:28]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흔히 일선에서 자주 듣는 “빨리 안전하게 출동하라”는 말속에는 상당 부분 모순이 있다. 큰 덩치와 무게를 가진 소방차가 빠르게 속도를 내는 것만으로도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과는 대치된다.

 

미국에서는 소방대원의 부상을 일으키는 전체 사고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게 바로 차량 관련 사고다. 2019년 미국에서는 총 62명의 소방대원이 순직했는데 그중에서 차량사고(공무상 이용한 개인차량 포함)로 사망한 대원은 모두 여섯 명이다. 이는 총 순직자의 9.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이라는 업무의 특수성과 긴박성을 고려한다면 인명구조나 재산 보호라는 가치가 기존의 교통법규나 질서에 우선한다고 보고 많은 나라에서 소방차에 면책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소방차를 운전하는 대원과 차량에 탑승한 선임자에게는 빠른 속도로 출동하는 게 꼭 필요한 일인지를 판단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소방차가 사고로 인해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늦게 도착한다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소방에서는 ‘화재진압대원(Firefighter)’을 거쳐서 한 계급 승진해야만 ‘소방차 운전 요원(Driver Operator)’이 될 수 있는데 이건 그만큼 현장활동 안전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일부 소방서에서 갓 입사한 신임 소방관에게 소방차 운전대를 맡기는 경우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도 주별로 소방차의 이유 있는 과속에 관한 면책조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오히려 많은 소방서에서는 소방차의 속도를 줄여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에서 정한 도로교통법보다 더 엄격한 지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소방차량 운전 매뉴얼에 보면 출동 시 사이렌과 경광등 사용, 안전속도 유지, 소방차량 후진 시 유도인원(spotter) 배치, 교차로 접근요령, 교통사고 출동에서 소방대원 작업공간 확보를 위한 소방차 배치요령, 그리고 안전벨트 의무착용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출시되는 소방차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시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벨트 착용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한편 소방대원 기본교육 중 하나인 ‘Firefighter I, II(우리나라의 화재대응능력 1, 2급에 해당)’ 과정에서도 ‘긴급자동차 운전자 코스(Emergency Vehicle Operator’s Course)’를 마련해 모든 대원이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 4시간 이상으로 구성된 이 코스에서는 소방차 운행에 관한 법적 사항, 정지거리 또는 차량 회전반경 등에 관한 차량 다이나믹스 이해, 방어운전 등이 포함돼 있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크기가 다양한 소방차량을 가지고 실제로 운전하는 10시간 코스를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교관이 탑승한 상태에서 로드테스트를 하고 사다리차의 경우에는 운전뿐만 아니라 소방차 조작에 대한 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기존 대원의 경우에는 해마다 보수교육을 진행하며 휴가나 병가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소방차를 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다시 소방차 운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보수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소방서 차원에서는 매년 소방차 운전요원에 대한 3년 치의 면허 관련 사항을 체크한다.

 

만약 두 가지 이상의 경미한 위반사항(과속, 불법 차선 변경, 교통사고 벌금부과 내역 등)이 있는 경우 향후 규정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소방차 운전 권한이 박탈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발부한다. 음주운전이나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처럼 심각한 법규 위반을 한 대원에게는 즉각적으로 운전을 중지시키는 조치가 취해진다.

 

한편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조사가 시작되는데 운전자나 소방차 탑승 선임자로부터 진술서를 받아서 개인 기록철에 보관토록 하고 있다.

 

만약 소방차가 일반인의 차량이나 도로의 행인과 관련된 사고를 일으키게 되면 법률 관계자들의 조언에 따라 해당 운전자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음주 또는 약물사용 여부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이유 있는 과속도 사고가 나면 그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소방차 안전운행이야말로 소방대원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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