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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평가보다 인센티브 어떠세요?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2>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5/24 [09:42]

[이건 칼럼] 평가보다 인센티브 어떠세요?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2>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5/24 [09:42]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방재신문

재난현장 골든타임 제도는 재난의 유형에 따른 골든타임을 정해놓고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해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지닌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방 내부에서는 소방차의 출동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문제는 시행 초기에 출동속도에만 기준을 맞춰 소방서별로 순위를 매기다 보니 본래 취지와는 달리 방향을 잃고 말았다는 데 있다.

 

도로망이나 출동 효율성을 고려한 소방서 부지선정, 청사설계, 그리고 소방차 길 터주기와 같은 시민의식이 함께 박자를 맞춰주지 않으면 아무리 소방차가 빠르게 소방서를 벗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결국 재난현장 골든타임 제도는 수치로만 해석하면 누가 소방서 차고를 빠르게 이탈했는지를 평가하는 마치 육상의 100m 달리기와 같은 의미 없는 상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일선에서 발생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소방차가 차고를 빠져나가야 출동한 것으로 기록이 되므로 우선 소방차를 소방서 앞으로 이동시킨 후에 소방대원들이 탑승하는가 하면 한 소방서는 디젤가스 매연이 가득한 차고 안에 소파를 가져다 놓고 대원들이 출동대기를 하기도 했다.

 

뛰다가 넘어지거나 아직 소방차에 탑승하지도 않았는데 차 문을 닫아 소방대원이 손을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또 출동 방송이 나오면 목적지가 어디인지 듣지도 않고 뛰어나간 뒤 무전을 통해 목적지를 파악하는가 하면 도착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착을 알리는 무전을 송신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이렇듯 소방서에서 시행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성과지표라는 평가의 틀에 집어넣다 보니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이 후 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매년 수만 명의 부상자와 백여 명에 가까운 순직자가 발생하는 미국소방에서도 재난현장 대응 골든타임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신속함이 강조되는 사고의 경우에는 그만큼 대원들의 위험부담이 증가하며 이는 또 다른 사고로 연결될 개연성도 크다.

 

이때 현장 지휘관은 안전한 소방임무가 우선인지 아니면 재난대응의 신속함이 먼저인지 사이에서의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데 현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그런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소방임무는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을 우선으로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왜냐면 누구도 나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가족인 소방대원이 다치거나 희생되는 걸 원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대원과 소방차는 안전하게 현장에 도착해야만 소방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무리한 성과평가는 오히려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빠르게 출동하다가 교차로에 전복된 소방차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재난대응의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재난대응 골든타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평가나 징계와 같은 징벌적 수단보다는 소방청사 신축, 소방차나 개인보호장비 제공, 포상휴가나 현금 보너스 지급과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조직 안전문화를 구축하고 대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를 들면 일부 소방서는 건강관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서 소방대원들로 하여금 헬스장 등록이나 정기적인 검진 등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소방서에서 부여한 일정 마일리지에 도달하면 현금으로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휴가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소방대원들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소방차 출동 시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 복지라는 이 광범위한 영역은 하나의 매뉴얼로 단정 짓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성과지표를 위해 순위를 매기거나 평가의 틀에 포함하는 건 더더욱 무의미하다.

 

업무를 하면서 발생하는 과실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조사하고 징계로 다스리는 건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고 원인에 대한 학습을 통해 교훈을 얻기보다는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잘못된 부분을 감추려는 또 다른 안전사고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방의 역할이 나를 희생해서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었다면 지금 소방의 역할은 무의미한 희생을 없애고 소방대원과 시민이 함께 안전할 수 있도록 상생의 모델을 고민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직무윤리, 그리고 업무 전문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걸 평가의 틀에 넣기보단 동기를 부여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한 소방관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토대를 구축해 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사료된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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