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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보단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제26회 KBS119상 대상 이영환 경기북부소방 특수구조대 소방위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1/05/25 [10:56]

“최고보단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제26회 KBS119상 대상 이영환 경기북부소방 특수구조대 소방위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1/05/25 [10:56]

▲ 이영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FPN 최누리 기자] =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최고가 되기보단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충실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KBS119상 대상을 받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달 1일 열린 ‘KBS119상’에서 이영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대 소방위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KBS119상’은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이바지한 생활 안전ㆍ구조ㆍ구급대원에게 주어진다. 

 

대상을 수상한 이영환 소방위는 1997년 소방에 입문에 의정부소방서와 포천소방서, 동두천소방서 등에서 화재ㆍ구급ㆍ구조대원으로 활동한 24년 차 베테랑 소방관이다. 

 

그는 고양 저유소 화재와 김포 수난구조대원 실종사고 수색 등 8524건의 구조 현장에서 3318명의 인명을 구조하는 등 재난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장 관장을 꿈꿨던 이 소방위. 청년이 돼서도 변함없던 그의 꿈은 한 사고를 겪은 후 완전히 바뀌었다. 

 

▲ 제26회 ‘KBS119상’ 대상을 수상한 이영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소방청 제공

 

1996년 4월 어느 날 이 소방위의 아버지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는 당황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를 업은 채 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119에 신고하라’는 이웃 주민의 말이 들렸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 수화기를 들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소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던 때였다.

 

금세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아버지를 구급차로 옮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대원이 상태 확인을 위해 아버지께 다가서자 아버지는 또 한 번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토하신 피를 닦으면서 피비린내에 힘겨웠던 게 떠올랐다. 걱정스레 구급대원을 바라보니 아무런 내색 없이 자신의 부모 대하듯 피를 닦고 있었다. “괜찮으세요?”라며 아버지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게 올라오며 울컥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생각은 온통 ‘소방’으로 가득 찼죠. 뭔가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 이영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 등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이영환 소방위 제공

 

그는 1996년 하반기 공개채용에 응시해 합격했고 이듬해 5월 16일 의정부소방서에서 꿈에도 그리던 ‘소방관’이 됐다. 그는 소방관이 되자마자 ‘아버지에게 도움 준 구급대원처럼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관련 자격증이 없어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악착같이 노력한 끝에 응급구조사 2급을 취득했고 이후 8년간 구급대원으로 활동했죠”

 

소방 조직의 일원이 되고 나니 더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급대원만이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양한 현장에 출동해 구조대상자를 구하는 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구조대원 역시 자격이 필요했어요. 악착같이 공부해 인명구조사 2급과 스킨스쿠버 자격까지 취득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현장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막연히 구급대원을 꿈꾸던 청년은 어느덧 ‘최고의 소방관’이 되고 싶어졌다. 앞만 보고 달린 탓에 틈날 때면 구조 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러 가 집을 비우곤 했다. 다양한 전문지식과 대응 기술을 알아야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랬던 이 소방위의 생각이 180도 바뀐 계기가 있다. 그가 동두천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할 당시 구조대장이 해준 조언 때문이다. 구조대장은 “최고보단 최선을 다하는 구조대원이 돼라.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최고가 돼 있을 거다”고 조언했다.

 

“그 말을 듣고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됐을 텐데,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최고보단 최선을 다하는 구조대원이 되자’고 자신에게 말해요. 지금까지도 그 마음을 쭉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 이영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위가 동계 아이스 다이빙훈련을 받고 있다.   © 이영환 소방위 제공

 

이 소방위는 힘닿는 대로 선ㆍ후배나 동료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생존 수영 지도자 자격증, 응급 구난 다이빙(ERDI) 자격증,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소방훈련센터 국외 교육 이수 등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지식과 기술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 배운 지식을 저만 알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후배 외래 교관들에게 양보해 출강 횟수를 많이 줄였지만 배우고자 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신임 대원들을 볼 때면 힘이 납니다. 퇴직하는 날까지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위해 연구하는 걸 멈추지 않겠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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