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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헌법에 ‘국민안전권’ 명시돼야 국민 안전 제대로 지킬 수 있어”

김정훈 전남소방본부 소방위, 18년 만에 박사모
소방관 최초 헌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취득
국민뿐 아니라 소방관 기본권 보호 위해 앞장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6/21 [10:00]

[Hot!119] “헌법에 ‘국민안전권’ 명시돼야 국민 안전 제대로 지킬 수 있어”

김정훈 전남소방본부 소방위, 18년 만에 박사모
소방관 최초 헌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취득
국민뿐 아니라 소방관 기본권 보호 위해 앞장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6/21 [10:00]

 

“소방공무원도 국민이잖아요. 

이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앞으로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헌법에 국민안전권을 명시하거나 인정하는 나라가 많은데 우리나라 헌법엔 없어요. 국민의 안전보장은 국가 본연의 임무인데도 말이죠. 전 20년 가까이 헌법에 국민안전권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논문으로 18년 만에 박사학위까지 받았죠”

 

헌법은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 형태와 기본적 가치 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규정하는 기본법으로 우리나라 최상위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엔 국민의 안전권이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담긴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 헌법에 국민안전권 명시를 지속해서 주장하는 소방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김정훈 소방위. 1994년 전남소방 공채로 소방관이 된 그는 27년간 화재진압과 소방차 운전, 119 신고 접수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김 소방위는 18년이란 시간에 걸쳐 노력한 끝에 지난 2월 전남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간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소방관은 있었지만 헌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근무하면서 실무자들이 소방관련법의 기초인 소방기본법도 잘 모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문득 법학도로서 후배들과 소방관을 꿈꾸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방관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겸직으로 대학 강단에 서면 어떨까 싶었죠” 

 

 

2000년 그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전남소방은 당비로 운영되는 2교대 근무제였다. 수업은 비번날에 맞췄다. 당번 날 종일 근무를 서고 쉴 틈도 없이 학교로 향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근무서고 학교 가고, 다시 근무서는 생활을 약 4년간 했어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소방에 대한 애착 하나로 끝까지 버텨냈습니다”

 

석사학위 후 2년 만에 박사학위까지 수료한 그는 2006년부터 겸직 허가를 받고 동신대학교 소방행정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미래 소방관들에게 소방과 관련된 법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법체계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간 지 불과 6년 만의 일이다.

 

“2014년까지 만 9년간 강단에 섰어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전임교원이 수업을 맡아야 해서 그만두긴 했지만 실제로 소방관이 된 제자가 여럿입니다.

 

스승의 날마다 감사하다고 연락 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소방관으로만 살아오던 그는 외부활동 금지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되자 지금이 그간 미뤄둔 박사학위 취득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1년간 공들여 ‘헌법상 국민의 안전권 구현에 관한 연구(재난 및 안전관리 법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그가 계속해서 주장해 온 ‘국민안전권’의 헌법 명시가 주요 골자다.

 

“헌법상 안전권 명문화는 위험사회 속에 살아가는 국민이 국가에 적극ㆍ능동적으로 안전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됨을 의미합니다. 그럼 국민은 국가의 부작위에 대한 행정권 발동을 청구할 수 있고 안전에 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죠”

 

헌법에 국민안전권은 없지만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재난 대응 조직이 나뉘는 등 일원화되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그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게 김 소방위 의견이다.

 

“재난에 대응할 중앙과 지방정부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법령 용어부터 재정비해야 해요. 현행법은 용어가 너무 추상적이고 제각각이라 혼란을 주거든요.

 

이런 법체계가 완비돼야 비로소 국민의 안전권이 구현됩니다”

 

김 소방위는 국민 안전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도 힘쓸 계획이다. 최근 들어 소방공무원에게 현장에서 ‘하자없는 완전한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그는 동료들과 함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보호를 위한 소방행정발전 방안’을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2008년 전국소방행정발전연구대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

 

“소방공무원은 강제로 문을 개방하거나 불을 끄는 중에 의도치 않게 물건 등을 파손할 때가 있습니다. 시민을 빠르게 구조하기 위함인데도 이 문제로 각종 민원에 시달리거나 소송까지 가는 일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항상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소방공무원도 국민이잖아요. 이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앞으로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소방학문’도 새롭게 정립하고 소방조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법학박사로서 소방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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