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2024년 종합병원급으로 탄생하는 ‘국립소방병원’1900여 억원 투입하는 3만9천㎡ 규모 소방병원, 어떻게 지어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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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유은영 기자] = 소방공무원의 치유와 회복에 구심점이 될 ‘국립소방병원’이 2024년 말 충북 음성에서 문을 연다. 충청북도 음성군 충북혁신도시 내에 들어서는 국립소방병원은 사업비 1900여 억원이 투입되며 전체 면적 3만9200㎡급 종합병원으로 지어질 전망이다.
그간 소방공무원 진료와 특수근무환경에 따른 건강유해인자 분석과 질병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건강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방공무원이 공무상 재해를 입거나 순직했을 경우 개인이 직무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지난해 ‘공상추정법’을 발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 임용부터 퇴직까지 공직 생애기간 동안 유해인자 노출이나 건강 이력을 관리하게 된다. 차후 소방공무원 건강 관리와 복지, 공ㆍ사상 소방관들의 직무 연관성 입증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들로부터 공무상 재해나 순직 인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거란 기대를 받는 이유다.
지난 72년 소방역사상 최초로 지어지는 ‘국립소방병원’을 <FPN/소방방재신문>이 미리 만나봤다.
지금, 이 순간도 다치고 병드는 소방공무원들
소방공무원들은 재난 현장 특성상 상시 위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위험 노출 이외에도 연평균 7.8회 정도 참혹하고 충격적인 외상사건을 직ㆍ간접 경험하는 거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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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근무환경에 노출된 소방공무원들은 화재는 물론 구조와 구급, 생활안전 등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서 잦은 부상과 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신체ㆍ정신건강 이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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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과 골절, 인대파열 등 근골격계 공무상 부상자는 매년 증가추세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총 3813명, 연평균 763명에 달한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 중 22명이 순직했고 PTSD나 우울증 등으로 5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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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이 제공한 ‘공무원연금 수급권자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70세다. 기대수명인 81.8세보다 11.8세가 낮다. 연금수급권자의 평균수명인 77세보다도 7세가 낮아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 중 최저치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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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소방공무원 대상 특수건강검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 중 25.8%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알코올 장애와 PTSD, 우울증을 앓는 소방공무원 비율은 각각 28.3, 4.6, 4.6%를 차지한다.
국립소방병원 근거 담은 ‘국립소방병원법’
지난 1월 12일 ‘국립소방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립소방병원법’)이 제정된 뒤 6개월 후인 7월 13일 시행령이 공포ㆍ시행에 들어갔다. 소방공무원이 다치거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인 건강 관리에 한계가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직무환경과 주요 상병에 특화된 소방전문의료기관은 이 법률을 근거로 설립ㆍ운영된다.
시행령은 모법에서 위임한 국립소방병원의 진료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관리ㆍ운영의 위탁방법과 운영평가의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료대상은 소방공무원과 의무소방원, 의용소방대원, 소방교육훈련기관 교육훈련 중 부상자(공무상 질병 포함), 소방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소방공무원의 배우자ㆍ직계존비속, 소방공무원으로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사람 등이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유사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 등도 진료대상에 포함된다.
소방병원의 관리ㆍ운영 위탁을 받는 위탁운영기관은 공개모집을 통해 신청받고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하도록 했다. 국립소방병원은 매년 운영평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 시 병원의 수익성과 공공성을 나눠 평가토록 하는 등 운영평가 세부기준도 마련했다.
‘국립소방병원’ 어디까지 왔나
법률 제정에 이어 시행령까지 마련되면서 국립소방병원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화상ㆍ근골격계 재활ㆍ정신건강ㆍ건강증진센터ㆍ소방의학연구소 등 4센터 1연구소를 중심으로 최소 19개 진료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총 302병상 규모의 특화된 소방전문종합병원으로 지어진다.
국립소방병원은 올해 6월 기본조사설계를 마친 상태다. 현재는 실시설계와 건축 인ㆍ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건축설계를 최종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착공해 2024년 말 개원을 목표로 건축공사를 추진한다.
8월 중에는 임원 선발 등을 진행해 법인 설립등기를 마치고 위탁운영자 선정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10월께는 선정된 위탁운영기관과 국립소방병원의 관리ㆍ운영에 대한 위ㆍ수탁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국립소방병원이 설립되면 전문치료부터 재활, 심신안정에 이르기까지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방공무원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소방공무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ㆍ응급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 거점 종합병원으로의 역할 수행도 기대된다.
“소방공무원 건강은 곧 소방의 미래, 병원 건립에 온 힘 쏟을 것”
[인터뷰] 주영국 소방청 국립소방병원건립 추진단장
![]() ▲ 주영국 소방청 국립소방병원건립 추진단장 © 소방방재신문 |
“그간 소방공무원에 특화된 상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24년이 되면 ‘국립소방병원’이 문을 엽니다. 소방청 독립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이어 소방공무원을 위한 병원까지 건립되니 감개무량한 기분이 듭니다”
소방청 국립소방병원건립 추진단장인 주영국 소방정은 1995년 충북 119구조대 소방사 경채로 소방에 입문했다. 그간 중앙소방학교와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복지계장, 2018년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 추진단장, 진천소방서장, 소방청 119종합상황실 상황담당관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2018년 충주에서 열린 세계소방관 경기대회에는 65개국에서 6500여 명의 해외 선수가 참가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대회의 중심에는 주영국 단장이 있었다. 국립소방병원건립 추진단장을 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소방공무원들이 연 7.8회 정도 참혹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살률도 연평균 10명에 달합니다. 소방공무원들의 주요 상병을 파악해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화상 치유와 정신건강, 근골격계 재활, 건강검진센터를 갖춘 소방병원이 그 역할을 해낼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방병원에는 4센터 외에도 소방의학연구소가 들어선다. 이곳에선 소방공무원의 입직부터 퇴직까지의 생애주기 이력을 관리하게 된다. 소방공무원 상병에 관한 공상 입증 확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이 공상이나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입증을 스스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의학적 소견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직무를 수행하면서 혹은 유가족이 나서서 입증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소방의학연구소를 통하면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온 힘을 쏟아 소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그에게도 아쉬움과 걱정이 있다. 전라도나 부산, 제주도 등 거리가 먼 지역에서 충북 음성에 자리한 소방병원을 찾으려면 숙박시설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우선 음성군, 진천군과 협약 등을 통해 자연휴양림을 할인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론 별도의 게스트하우스를 건립해 환자부터 보호자까지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상 중입니다. 그런데도 당일로 다녀갈 수 없는 소방관들이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현재 음성군에서는 소방병원 인근 함박산에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소방병원 개원 시기와 맞춰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함박산 치유의 숲이 완성되면 치료를 위해 소방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치료뿐 아니라 치유의 숲과 연계한 마음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구상 중입니다. 이렇듯 소방병원을 찾는 소방공무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더 하고 있습니다”
추진단에서는 소방병원 건립 이외에도 국립소방박물관과 소방심신수련원 등 소방청의 3대 국책사업을 함께 도맡고 있다. 2024년 7월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광명시에 설립되는 박물관은 135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는 수련원은 2025년 8월 개관을 목표로 강원도 강릉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추진단에는 13명의 인원이 주영국 단장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 모두 미래 소방의 역사를 만든다는 자긍심으로 밤낮없는 업무 속에서도 활기가 넘친다는 게 주 단장 설명이다.
“추진단에서 3대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소방병원 건립과 함께 중요한 국책사업을 통합 관리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소방병원뿐 아니라 국립소방박물관과 소방심신수련원 건립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 소방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