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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화재감지기 선진화 정책 막아선 무선 감지기 업계… 문제는?

아날로그 감지기 확대 정책 두고 “무선 배제했다” 무더기 민원 제기
후진국 수준 머무른 저기능 감지기 선진화 눈앞인데… 무선 업계는 왜?
“무선 기술 배제한 법 개정 안 된다”며 정책 흔드는 무선 업계 논리가…
소방청 “무선도 아날로그 성능 갖추면 승인 가능”… 문제는 ‘형식 기준’
소방청ㆍKFI “무선통신 감지기 특성 고려한 아날로그 기준 마련하겠다”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1/09 [16:58]

[집중취재] 화재감지기 선진화 정책 막아선 무선 감지기 업계… 문제는?

아날로그 감지기 확대 정책 두고 “무선 배제했다” 무더기 민원 제기
후진국 수준 머무른 저기능 감지기 선진화 눈앞인데… 무선 업계는 왜?
“무선 기술 배제한 법 개정 안 된다”며 정책 흔드는 무선 업계 논리가…
소방청 “무선도 아날로그 성능 갖추면 승인 가능”… 문제는 ‘형식 기준’
소방청ㆍKFI “무선통신 감지기 특성 고려한 아날로그 기준 마련하겠다”

최영 기자 | 입력 : 2022/01/09 [16:58]

▲ 아날로그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한 물류창고 현장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낙후된 우리나라 화재감지시스템의 선진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일부 무선 화재감지기 제조업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아날로그식 감지기’ 의무설치 대상물을 확대하는 소방청 정책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 10월 6일 행정 예고한 ‘공동주택 화재안전기준안’은 현재 분산 규제되는 공동주택의 각종 소방시설 기준을 하나로 통합하고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탐지설비, 소화전 등 소방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화재감지기 성능 강화 방안으로 실시간 감시기능과 화재 지점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춘 아날로그 방식의 고성능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소방시설의 고질적 문제인 비화재보 실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소방청은 관련 대책 중 하나로 화재감지기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확정한 상태다.

 

정부의 화재감지기 선진화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소방분야 내에선 낙후된 우리나라 화재감지기의 현실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소방청은 무선 화재감지기 생산 업계로부터 제기되는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선 감지기를 생산하는 일부 업체가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의 설치 확대 정책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부터 국회, 감사원, 법제처,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관련 사안을 두고 “소방청의 입법은 유선 업체를 봐주기 위한 것이고 4차 무선 소방산업을 죽이는 일”이라는 내용의 민원을 마구잡이로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유선 업체와의 카르텔이다”, “불법 행정이다”, “정부와 정치권 등이 유선 카르텔에 휘둘려 무선 소방산업의 진출을 방해한다”는 등 근거 없는 의혹들마저 쏟아내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2010년 시점부터 그간 낙후된 우리나라 화재감지기 실태와 개선 필요성을 취재ㆍ보도해 왔다. 이 문제는 그간 공중파 뉴스는 물론 국회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후진국 수준에 머무른 우리나라 화재감지기를 개선하겠다며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돼 온 화재감지기 성능 문제를 뒤늦게나마 고치기로 했다. 그런데 무선 감지기 업계는 제도 개선 취지는 외면한 채 정부 입법 추진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 논란을 집중 취재했다. 

 

소방청이 추진하는 제도 개선방안, 어떻길래… 

우리나라 건축물에 설치되는 화재감지기는 오랜 기간 기술 발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와 제연설비, 피난시설 등 각종 소방시설에 가동 신호를 주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19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계는 물론 분야 내 엔지니어 등 화재 안전 전문가들은 이같이 낙후된 우리나라 화재감지시스템의 지능화를 통해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비화재보나 오작동은 물론 실제 화재가 발생할 때 정확한 감지기의 설치 위치를 알 수 있는 기술을 보편화하고 화재감지기의 이상 상태 확인과 설치 환경을 고려한 적정 감도(온도, 연기농도) 설정이 가능한 지능형 화재감지기의 보편화가 시급하다는 것.

 

소방청은 이런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설치 확대 방침을 세우고 지난해 10월 ’공동주택 화재안전기준 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 지난해 10월 소방청이 행정 예고한 공동주택의 화재안전기준 제정안에는 화재 감지기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최영 기자


소방시설 비화재경보 대책 중 하나로도 전반적인 화재감지기의 성능 개선과 함께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 지난해 말 소방청이 잦은 비화재경보로 인한 소방시설 신뢰성 저하와 출동력 낭비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립한 종합대책에는 화재감지기의 성능 강화를 위해 아날로그식 감지기를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 최영 기자


소방법에 따른 ‘아날로그식 감지기’는 화재 신호만 전달하는 일반 감지기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갖는 지능형 감지기를 말한다.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물리량을 일컫는 ‘아날로그’라는 명칭처럼 주위 온도나 연기량 변화를 각각 다르게 출력해주는 방식의 감지기다.

 

아날로그식 감지기 확대, 왜 추진할까

소방청이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의 의무설치 확대를 추진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후진국 수준에 머무른 국내 감지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건축물 대부분에는 일명 재래식으로 불리는 감지기를 적용한다. 많게는 수십 대에 달하는 감지기가 하나로 묶여 경계구역을 설정하는 이런 일반식 감지기는 화재 신호가 들어온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관리자의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고 오작동이 잦을 땐 소방시설 자체를 꺼놓는 상황을 불러온다.

 

하지만 아날로그식 감지기는 비화재보나 화재 신호가 발생했을 때 건축물 관계인 등이 즉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정확한 신호 발생 위치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셈이다.

 

평상시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감지기의 상태 이상 유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반식 감지기는 센서가 먹통이 되거나 감지기를 떼어내더라도 수신기에서 이를 알지 못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상 신호를 주는 기능이 없어서다.

 

▲ 업무시설에 설치된 차동식 열감지기는 이렇게 감지기 자체를 탈락시켜 놓아도 화재 수신기에서 이상 상태를 알 수조차 없다.     ©최영 기자

 

반면 아날로그식 감지기는 통신 이상 상태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상 상태를 관리자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이런 기능은 건축물 소방시설의 온전함을 유지하는데 이점이 크다.

 

특히 개인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는 공동주택 등 세대 내 감지기의 상태도 수신기가 설치된 관리실이나 방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청은 이런 기능은 세대 출입이 어려워 감지기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소방시설 점검 실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감도 조정 기능은 비화재보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평상시 먼지나 분진이 많고 온도가 높은 공간 등의 환경을 고려해 각각의 감지기 센서 감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30층 이상에만 의무 설치해야 하는 이 아날로그식 감지기를 일반 건축물에도 보편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십수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고성능 감지기가 보편화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년 전부터 법보다 앞서 자체적으로 아날로그식 감지기를 공동주택에 적용하고 있다. 

 

“무선 기술 배제했다”는 무선 업계 민원들 살펴보니… 

일부 무선 화재감지기 제조업체는 소방청이 추진하는 제도 개선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자극적인 내용의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마치 무선방식을 도입해야만 화재감지기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식의 논리도 펴고 있다.

 

게다가 “화재감지기 분야에서 ‘무선방식’은 스마트 폰과 같은 존재고 아날로그 방식은 유선전화같이 낙후된 존재”라며 “비화재경보 대책도 ‘디지털 무선방식’이 해결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방청이 공동주택 화재안전기준 제정안과 비화재경보 대책으로 아날로그 감지기의 확대ㆍ의무 적용을 추진하는 건 “법으로 무선 감지기 진출을 통제하려는 악법이고 특정 유선업체 카르텔을 보호하기 위한 불법ㆍ권위 행정”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그러면서 “무선방식 화재감지기를 1순위로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일부 무선통신 방식의 화재감지기 업계가 정부 기관에 제기한 민원은 무려 70페이지 분량에 달할 정도다.  © 최영 기자 

 

이를 바라보는 화재소방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취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선식 감지기와 아날로그식 감지기를 비교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해당 민원의 논리부터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재탐지설비는 감지기와 중계기, 수신기 등 통신선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유선식’과 특정 주파수대(447㎒) 무선통신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무선식’으로 구분된다. 화재 신호를 어떤 통신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유선과 무선으로 나뉜다.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경우 화재 위치를 확인하거나 통신 이상, 감도 조정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화재 신호만을 단순히 전달하는 일반 감지기와는 큰 성능 차이를 가진다. 아날로그식이나 일반식 감지기를 구분하는 건 통신 방식이 아닌 ‘성능’의 개념이라는 얘기다.

 

낙후된 감지기의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놓고 무선 업계는 ‘통신 방식’을 논하며 딴지를 걸고 있는 셈이다.

 

또 민원 제기자들은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확대 내용을 담은 (화재안전기준) 행정 예고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무선 업계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해당 민원의 중심에 선 특정 업체를 제외한 무선 화재감지기 형식승인 보유 업체 5개사(1개사는 감지기 형식 없음) 중 4개사에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설치 확대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의견을 묻자 3개사가 “적극 찬성한다”고 밝혀왔다. 나머지 한 개 업체는 “아날로그 화재감지기의 확대 적용은 필요하다”면서 “무선식 감지기를 고려한 기준 보완이 필요하긴 하다”고 말했다.

 

무선 화재감지기의 형식승인을 보유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무선 업체 모두가 낙후된 우리나라 감지기의 선진화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선도 성능 갖추면 된다”는 소방청… 문제는 ‘형식 기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소방청과 우리나라 소방용품 기술기준을 담당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은 “아날로그 감지기의 확대 적용 정책이 무선방식의 자동화재탐지설비를 배제했다”는 무선 업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식 감지기를 유선 식으로만 제한하지 않기에 유선이나 무선, 유ㆍ무선 방식 등 화재 신호 발신 방법에 구분 없이 기능상 아날로그식으로 형식승인을 받으면 된다”는 게 관련 기관들의 입장이다.

 

▲ 무선통신 방식의 화재감지기  © FPN


이 같은 설명은 법체계상 틀린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진 않다. 

 

현행 ‘감지기의 형식승인 기준’은 유선 방식에 초점을 두고 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를 내장한 무선 감지기가 아날로그식으로 승인을 받는 건 신호 전달 시간 등 많은 애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감지기의 형식승인 기준에서 ‘아날로그식 감지기’는 감지기와 중계기, 수신기 간 상시적 수준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용량의 배터리를 내장해 전원으로 사용하는 무선방식의 감지기는 유선 중심으로 정립된 현행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상시적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선 배터리 용량을 대폭 증가시키거나 전원선을 별도로 연결해야만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무선통신 방식의 아날로그 감지기가 승인을 받으려면 무선통신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위치 확인과 감도 조정, 주위 온도 또는 연기량 확인기능 등 아날로그식 감지기의 고유 기능을 갖춘 제품이 승인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소방청이 주재한 ‘무선방식 감지기 도입 요청 회의’ 자리에서 무선 업계의 관계자들은 화재감지기 성능 선진화 정책 자체를 부정해 왔던 그간 민원 제기 내용과 달리 “아날로그식 같은 지능형 감지기의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면서 “무선방식 감지기도 아날로그식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그 특수성을 감안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지난달 29일 소방청이 마련한 무선통신 방식 화재감지기 관련 기술 검토 회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아날로그 방식 화재감지기기 업체와 무선 화재감지기 업체가 참여해 기술적 특성을 설명하는 등 논의를 가졌다.  © 박준호 기자


소방청과 KFI는 이미 무선 감지기의 특성을 고려한 형식승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아날로그식 감지기 확대 정책 방향 설정에 따라 제도 개선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손질하고 무선 화재감지기의 특성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무선 감지기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형식승인 기준안을 새롭게 마련해 업계 등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등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기술적 부분과 타당성 검토를 거쳐 조만간 개선안을 확정하게 되면 무선 아날로그의 형식승인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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