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소방 관련 공약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소방 공약들 역시 핵심이 빠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방청이 설립되고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화 되는 등 역사적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소방은 국가직도, 지방직도 아닌 기형적 형상의 조직이 돼버렸고 재정의 안정성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신분을 바꾼 본연의 목적을 정치권 모두가 잊은 듯하다.
여ㆍ야가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전환에 합의하며 내세운 명분은 ‘국민에게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자’였다. 먼 지방이나 수도권에 사는 국민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균일한 소방서비스를 받도록 사회 안전망을 탄탄히 만들겠다는 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예나 지금이나 재정자립도에 따라 소방의 환경 여건이 차이가 나는 건 마찬가지다. 사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소방 운영 예산 대부분을 지방에 의존하고 지역 소방조직의 명칭조차 통일되지 못했다.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지방 역시 존재한다.
오히려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등에선 신분 전환에 따라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라며 재정 투입을 회피하는 경향이 커졌다. 소방은 대폭 늘어난 추가 인력에 대한 인건비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와 지방 사이에서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한다.
대선을 앞두고 시ㆍ도지사들도 이런 현실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월 15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중심의 국가경영 패러다임 확립을 위한 19개 정책의제를 발굴해 주요정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선거대책본부에 정책공약 제안서를 전달했다. 소방의 국가직 전환에 따른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시도지사협의회는 국가직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전액을 국비로 부담하고 소방안전교부세율을 현 45%에서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 소방안전특별회계 설치로 시ㆍ도를 지원하는 정책 방향도 제안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주요 정당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이런 현안들이 빠졌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소방공무원 등의 공무수행 중 부상이나 질병 발생 시 ‘공상추정제도(공무와 관계가 있다고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경찰과 소방, 해경 직군을 공안직 보수체계로 편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소방공무원의 사기충전 패키지라며 소방 내 인사시스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내ㆍ외근 비율별 심사승진이 가능하도록 승진구조를 개편하고 소방서장급 이상 현장지휘 간부는 일정 수준의 현장경험 근무를 필수요건으로 삼겠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250억원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소방간부후보생 제도 폐지와 소방의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위험근무수당과 화재진압수당 등의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직급체계 개선으로 승진적체를 해소하고 공상추정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상과 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가 국가직 신분 전환에 따른 국가 책임성 강화 골자를 공약에 넣었지만 그 골자가 아리송하다. 국가책임 강화 대상을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복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 신분 전환에 따른 재정이나 조직 운영 등에 대해선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숲을 보지 못한 듯하다. 새롭게 출범한 소방공무원 노조 등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소방의 온전함을 찾기 위한 큰 그림은 없다. 국민 안전을 위한 육상 재난대응 책임기관의 정상화보단 대선을 앞두고 일선 소방대원의 표몰이만을 의도한 건 아닌지 미심쩍다.
소방 관련 공약에 그럴싸한 포장은 필요 없다. 국가직 전환 이후 비정상적 형상으로 방치된 소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해결책이 필요하다. 국가와 지방 사이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소방재정의 안정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답은 소방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길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 칼럼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