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방안전원 대구경북지부 과장 이규식

한자를 배우는 아들이 가감승제를 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쉽지 않은 한자를 쓰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내가 하는 화재안전에서도 가감승제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생활공간에서 가연성 가스ㆍ유류ㆍ생활용품을 사용한다. 이런 가연물은 발화에너지에 의한 화학반응으로 많은 열을 내면서 연소하게 되고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게 된다. 이 화재 메커니즘에서 화재 피해의 크기는 어떻게 가감승제 될까?

더하기(加)와 빼기(減). 구획된 공간 내의 화재는 가연물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LPG, 유류, 단열재와 같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가연물들은 화재의 강도와 속도를 더욱 올린다. 이런 가연물들이 화재의 더하기다.

빼기를 위해선 청소와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가연물을 줄이고 LPG, 유류는 사용을 제한하는 등 화재하중을 줄여야 한다. 방화문은 닫아두도록 해 화재하중을 제한토록 해야 한다.

곱하기(昇). 가연물들의 내부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시키게 하는 게 곱하기다. 화재의 시작인 발화가 그것이다. 발화의 원인은 금지된 공간에서의 화기 사용이나 전열기 과다 사용,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담뱃불 부주의 등이다. 흔히 들어본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간과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안전수칙 미준수가 발화에너지를 가연물에 주게 되는 발화의 원인이 된다.

화재 원인 중 대부분은 부주의에서 시작되는데 교통사고가 과속이나 신호위반과 같은 안전 수칙 미준수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다.

나누기(除). 화재 발생을 줄이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관리 활동이다. 이게 디딤돌 역할을 해 화재 피해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소방 법령에서 정하는 안전관리 활동으론 점검, 진단, 교육, 훈련이 있다. 화재사례를 통해 화재위험 요인을 조사하고 위험성을 평가해 개선대책을 수립하는 활동인 진단과 소방시설의 작동상태와 설치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소방 점검, 관계자 등에 대한 소방훈련ㆍ교육을 통해 화재를 줄이고 화재 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12월 1일부터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분법 시행됐다.

화재 예방과 대응을 위한 법체계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화재 예방 안전관리와 소방시설 설치기준 규정이 혼재돼 있어 법체계가 복잡했었는데 국민이 법률 내용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아파트의 세대 점검을 의무화해 생활공간인 아파트의 화재 피해를 저감시키고 화재 예방 안전진단이 도입돼 국가 기반 시설물의 화재 예방을 도모하게 됐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안전에도 공짜가 없다. 화재로부터 안전해지고자 한다면 가감승제의 안전관리활동이라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자. 

한국소방안전원 대구경북지부 과장 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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